다행스러운 끝이었으니...
"폭우로 인해 활주로가 보이지 않아 착륙할 수 없습니다.
주위를 선회하다 다시 시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벌써 네 번째 듣는 방송이다. 처음에 들을 때는 그럴 수도 있지 했던 마음이 점점 조여 온다.
옆 자리의 친구와는 눈빛만 주고받았다. 불안한 말을 입 밖으로 내면 안 될 것 같다.
세 번은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이 흘러버리니 어린 승객들은 참기 힘들었을 것이다. 참았던 울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이 비상 상황에 화장실을 가겠다고 일어서는 사람도 있었다.
분명히 착륙하겠다고 했는데, 몸이 뒤로 젖혀지며 또 한 번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을 때,
마지막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사고 소식도 진하게 스쳐갔다.
두 손을 모으고 엄지손톱을 다른 손에 꾹꾹 누르며 간절히 바랐다.
그 순간 가장 보고 싶은 사람들,
우리 아이들의 엄마 노릇을 더 하고 싶노라고.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다행히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성공했다. 안착하는 느낌이 들었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 박수를 쳤다.
안도의 박수를. 친구를 보며, 그제야 서로 웃었다.
그동안 살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일을 무리해서 감행했다.
금요일 근무를 마치고, 저녁 비행기로 제주도로 떠나자는. 1박이라도 좋으니 우리끼리 한번 가보자고.
30년 지기 친구와 커피 한 잔 마시며, 갑자기 성사된 제주도 여행이었는데 엔딩이 무사해서 참 다행이다.
무서운 경험이었지만, 어쩐지 삶의 중요한 것을 돌아볼 수 있는 순간이었기에 묵직하고 특별했다.
오래오래 잊지 못할 테고, 더불어 당분간 비행기는 타지 못할 것이다.
다시 생각해도 뒷목이 뻣뻣해진다.
그렇지?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