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days Making Movie challenge
기억 속의 그날 (2)
영화제작에 기본은 대본이다.
아이들과 역할을 꼼꼼하게 나눴다.
"선생님, 주하는 영상을 잘 찍어요! 촬영을 배운적이 있데요!"
이렇게 촬영 감독이 결정되었다. 영상제작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이 우르르 조감독으로 영입되었다.
"선생님, 수연이는 책을 많이 읽어서 글도 잘써요, 이야기도 잘 지어요!"
작가로서 딱인 친구가 나타났다. 평소 조용하고 말없이 미소만 짓는 수연이가 숨은 작가였다.
목소리가 커서 시위주동자 역할을 하기에 적합한 친구가 나오더니, 재민이가 우연히 고 김주열 열사의 어머니 연기에서 의외의 오열을 실감나게 연기하며 배우로 낙점되었다.
애초에 이 영화제작의 단초를 제공했던, 일기의 주인공 승은, 동하, 재민은 원작자가 되었고, 수연이는 각색으로 주말을 이용해 대본을 완성해왔다. 놀랍게도 손을 볼 곳이 없이 완벽한 편집을 한 대본이었다.
우리의 꿈, 스마트폰 영화제 공모의 첫발을 뗼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이들은 "그런 걸 어떻게 해요"하며 손사레를 치면서도 킥킥거리고, 웃으면서 연기 연습을 했다. 처음으로 대본 리딩을 하면서 얼마나 몰입이 되던지, 중간에 울컥한 순간들이 찾아와 날 혼란에 빠뜨렸다.
아이들은 스펀지처럼 나의 제작 의도를 빨아들였다. 연기가 되지 않고, 대본 리딩도 어려운데 자신이 꼭 그 역할을 해야겠다고 징징대는 친구가 나타났다. 친구들은 현명했다. 어떻게 하면 그 친구도 달래고, 영화도 말아먹지 않고 계속 갈 수 있을 지 대화와 타협을 통해 대 타협을 이뤄냈다.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작업은 예술이다.
많은 직업군을 체험해볼 수 있으며, 책임감이 생기고 활력이 넘쳐난다. 늘어진 솜처럼 하루하루 좀비처럼 학교생활을 하던 13살 사춘기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들떠서 웃고 떠들고, 의견을 내고 진지했다가 울었다가 감탄했다가 오만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완성도 있는 영상이 아니어도 좋다.
지금 함께 영화를 통해 하나가 되고,
의견을 나누고, 함께 조유해가는 이 메이킹 과정이 한 편의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세상에 이런 비하인드를 거쳐서 한 편의 영화가 탄생하는 거였구나.
평소 내가 아무렇지 않게 재생하던 2시간의 영화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고민으로 탄생했을지, 저 장면은 어떻게 촬영했을지, 저 대사는 어떻게 만들어졌을지 유심히 관찰하게 된다.
처음 대본리딩을 마치고, 이제 촬영이 시작될 예정이다.
어떤 재미있는 상황이 펼쳐질지, 아이들은 벌써부터 기대 만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