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발암 경험담
마지막 포스트를 쓴지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다. 새 제품의 베타 버젼의 거의 완료되었고, 손을 좀 본 후에 배포할 예정이다. 1월 21일 부로 LIVEO에 입사했으니 약 3개월 만에 쓰는 셈이다.
그동안 꽤나 많은 일을 했었다. 연구실 프로젝트가 종료되었고, 베타 제품을 개발하였다. 짧은 기간 동안 강도 높게 일하였던 경험을 통해 느낀 점을 나누고자 이 글을 적는다.
DB, 버전 관리, 테스트 개념도 없는 인간(개발자 x)과 일하다.
연구실 프로젝트에서 여러 기관의 연구원들과 같이 프로젝트 데모 시연을 위해 2~3주간 고생했었다. 매일 새벽 4시까지 코딩을 했고, 유일한 서울 대학 소재 연구원이었던 나는 찜질방, 게스트하우스를 전전하면서 지냈다. 일 자체가 많았던 건 아니었다. 재앙의 근원은 대전 모 기관 직원이었다. 개발자라 부를 수도 없다. 딱 평범한 학부생 2학년 수준이었던 것이다. 그렇다 저격글 맞다. 아직도 생각하면 편두통이 오는 것 같다.
얼마나 심했냐면,
1. DB를 어떠한 서비스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서 삭제하고 다시 로딩한다. 이 인간은 DB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다. 그냥 instance로 하면 될 일을 굳이 인턴 학생한테 시켜서 압도적인 코드량을 만들어서 데이터를 저장하고 출력했다.
2. 이름만 대면 다 아는 기관에서 버전 관리조차 못하는 직원이 일하고 있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내가 알기론 그 기관의 대부분의 직원은 최소 석박사 학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된 것인지... 소스코드를 매번 매일로 보내는 건 기본이고 팀원 전체가 Git를 쓰자 날 붙잡고 계속 물어보느라 시간을 소모했다.
3. 여러 개의 모듈이 각 팀에서 제작하다 보니 어떤 부분이 완성이 돼야 다른 모듈이 구동 가능한 형태였다. 실행 순서가 그 직원 모듈 다음이 내가 만든 모듈이었다. 그 직원은 본인 부분을 개판으로 코딩해서(스트링 파싱할 때 철자가 틀린다던지, NPE를 발생시킨다던지) 던져놓고는 나한테 안된다고 메일과 전화, 계속 와서 칭얼거리는데 정말 상하관계(나이, 직위)만 아니었다면 쌍욕을 하고 싶었다.
더 적고 싶은데 적고 있자고 하니 주먹이 떨려서 이만 적어야겠다. 길지 않은 경력을 갖고 있지만 정말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경험이었다. 보수도 출장비도 두둑했지만 즐거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똑같이 새벽 4시까지 코딩삽질하다.
베타 제품을 개발하면서 위 상황과 주말은 물론 똑같이 새벽까지 코딩했었다. 개발을 워낙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힘든 요소가 있었다. 전임 개발자에게 소스 코드를 인수받은 것과 비동기식 처리에서의 복잡성, 안드로이드 특성상 기기 지원 등으로 꽤나 애먹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A라는 라이브러리를 가져다 쓰면 빌드가 안되고 B라는 라이브러리를 쓰면 모든 기기에서 지원이 되지 않고 문제 되는 부분을 수정하는 일이 꽤나 잦았다. 특히, Native적인 요소를 많이 사용하는 영상 쪽이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버그가 발생하였었다.
새벽까지 빌드 설정부터 버그 수정까지 하는 일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다 나의 지식이고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즐거운 일이었기 때문에, 내 일이었기 때문에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었던 같다.
고작 햇병아리에 불과한 내가 이런 것을 느낀다면 나중에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어떻게 견딜까 두렵기도 하다. 다행히 아직 배울 것이 많기에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포스트를 쓰는 지금에도 할 일이 산더미 같지만 다 즐거운 일이기에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이 포스트들은 스타트업에 종사하시는 현업 개발자 분들, 스타트업을 하고자 하는 학생분들과 경험을 나누고자 쓰고자 합니다. 저의 얇은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는 초기 창업자분들, 한 수 가르쳐주시려는 분들이 읽어주면 보람찰 것 같습니다. 잘못된 점은 말씀해주시면 독자 여러분들과 의논하여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LIVEO
Software engineer
마경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