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꿈, 직장인

카우보이가 되고 싶은 한 소년의 일기

by 휴선



차가운 겨울바람이 내 볼살을 때리든 뜨거운 태양이 내 정수리를 달구든 대학시절 내 꿈은 직장인이었다.


계절의 변화를 느낄 때 즈음이면 나는 언제나 취준이라는 타석에 섰다. 수십, 수백 가지의 공을 때리려 휘둘러도 칠 수 없었던 취업이란 홈런. 운 좋게 얻어맞은 타구는 홈을 목전에 두고 번번이 아웃당했다. 파울만을 기록한 나는 결국 그라운드에서 내려가야만 했다.


출처 : https://www.linkedin.com/pulse/preparation-starting-your-life-dreams-chris-marvel


매년 돌아오는 시즌을 기다리면서 먼저 취직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노력이 부족해서 그래” 또는 “더 일찍 시작했어야지”라고 말하며 혀를 차곤 했다. 그들도 같은 고통을 겪고 그 시기가 얼마나 치열한지 알 텐데, 지금은 마치 신분상승이라도 한 듯 과거는 잊고 핑계 대지 말라며 충고해댄다.


하루 종일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도 이 비효율적인 생산성이 과연 온전히 나의 탓인 걸까? 정말 나는 다른 경쟁자들보다 늦어서 이룰 수 없는 걸까?라고 반문하다 문득 의문이 든다.



“언제부터 나의 꿈은 ‘직장인’이 된 걸까?”



책상 구석에 초등학교 저학년 때 썼던 물건들을 보관한 상자가 있었다. 하얗게 뒤덮인 먼지들을 털어내고 열어본 상자에는 알록달록 색종이로 완성된 만들기 작품이 있었다. 손바닥 만한 크기에 납작한 꽃 모양으로 중앙에는 내 사진이 붙어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 장래희망이 검고 굵은 매직펜으로 적혀있었다.


‘카우보이’. 순간 너무도 어이없는 문구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아, 이 얼마나 순수했던 과거의 내 모습인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카우보이 모자를 쓴 채 말을 타고, 허리춤엔 총을 차고 황야를 누비는 마초적인 이미지를 동경했나 보다.


출처 : https://www.imgrum.one/hashtag


중학교에 들어오면서 내 꿈은 조금씩 현실적으로 변화했다. 의사, 선생님 등 추상적인 사막의 한 남성에서 직업으로 구체화된 것이다. 3년이란 시간이 흘러 고등학생이 된 이후로는 좋게 말하면 집중적으로 나쁘게 말하면 협소적으로 목표가 변했다. oo대학교 혹은 oo학부나 oo과가 나의 꿈이었다.


행여 주변에 그림, 요리, 음악, 미용, 작가, 사진 등의 특이한 예체능 분야를 목표로 하는 학생이 있으면 ‘공부 안 하는 애’로 낙인을 찍었다. 심지어 그 꿈을 포기하도록 권유하고 설득하는 게 선생님들의 소명이자 그 시대의 현실이었다.


역시나 변명 같겠지만, 어쩌면 그러한 환경들이 내가 카우보이가 되는 것을 막았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건장한 갈색 말을 타고 채찍을 휘두르는 모습을 생각하는, 그 무한한 상상의 끈을 싹둑 잘라 묶여버린 채 현실에 덩그러니 남겨졌다.


나는 지금 나의 꿈을 이뤘다. 타석에 올라 멋지게 한방 날려 담장을 넘긴 만루홈런.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관중들의 갈채와 환호를 받으며 이루어낸 그 꿈. 그런데 왜 나는 행복하지 않을까?



혹시 지금 당신의 꿈도 직장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