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게 된 이유
작가 김영진이라는 이름은 부모님 성함에서 한 글자씩 따서 만든 필명이다. 본명을 쓰기에는 특별하고 예쁘기에, 조금은 평범한 이름으로 글을 쓰고 싶었다. 사실, 그 이름 속에서 나의 삶을 담고 싶은 바람이 숨어 있다.
사회 초년생이던 시절, 회사에서 오른쪽 발목이 인대 파열되었다. 당시 재활을 위해 족욕을 하며 써 내려간 글들이 첫 독립출판 책이 되었고, 독립서점에 입고되었다. 작은 성취였지만, 이를 계기로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그 경험은 곧 브런치 작가로 도전하는 계기가 되었고, 현재 매주 금요일마다 글을 연재하고 있다.
하지만 삶은 늘 순탄하지 않았다.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회전교차로에서의 교통사고로 인해 오른쪽 목, 어깨, 등, 팔, 손목에 부상을 입게 되었고, 오랫동안 물리치료를 받았다. 몸의 아픔과 함께 찾아온 우울은 내 일상을 무겁게 짓눌렀다. 그럴수록 나는 글로 나를 붙잡고 싶었다. 외로웠던 순간, 흔들리던 마음을 기록함으로써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었다.
나의 글쓰기의 뿌리는 필사 모임이었다. 대학원 시절, 취미로 시작한 필사 모임은 나를 버티게 해준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몸과 마음이 지쳐 흰죽마저도 삼키기 어려웠던 날에도, 모임만큼은 멈추지 않았다. 글자를 옮겨 적는 단순한 행위는 곧 휴식이 되었고, 사람들과 문장을 공유하는 시간 속에서 외롭지 않다는 증거가 되었다. 필사하며 문장에 대한 궁금증이 자라났고, 그 호기심은 글쓰기로 이어졌다. 단순히 글을 잘 쓰고 싶어서가 아니라, 나를 치유하기 위해서였다.
글을 쓰게 한 또 다른 이유로는, 섬에서의 생활이었다.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는 섬에서의 삶은 오히려 답답함을 느꼈다. ‘내가 선택한 길이 맞을까?’,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 할까?’ 수없이 자문했던 불안한 시기였다. 그러나 글을 쓰면서 혼란스러운 감정들이 차츰 정리되었고, 나를 다독일 수 있었다.
브런치는 나에게 단순한 플랫폼이 아니었다. 나만의 방이자 작은 무대였다. 처음에는 조심스레 일기를 쓰듯 시작했지만, 글을 쓸수록 더 많은 감정을 털어놓게 되었다. 외로움, 사랑, 가족의 기억 등 모든 글들은 나를 가장 진실하게 드러내는 수단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브런치 글쓰기는 치유이자 기록이다. 글을 통해 몇 년 묵은 상처를 꺼내어 마음을 달랠 수 있었고, 성장의 흔적을 남길 수 있었다. 작가가 되겠다는 거창한 목표는 없다. 다만 내 안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않고 표현하고 싶었다. 그 목소리가 때로는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 때로는 나 자신을 지탱하는 힘이 되기를 바랐다.
앞으로도 나는 꾸준히 글을 쓸 것이다. 여전히 외로움은 남아 있지만, 글을 쓰는 동안에는 내 안의 또 다른 믿음이 생겼다. 브런치에서 시작된 작은 기록이 언젠가는 더 큰 흐름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누군가가 내 글을 읽으며, 과거의 내가 받았던 위로를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다면,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나는 오늘 다시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