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위 Oct 10. 2021

적록 동맹

선거판을 지켜보다 든 생각들

우연히 정말로 우연히 글을 써야지 하면서 자판에 손가락을 얹었는데 우를 치고 말았다. 그래서  단어는 우연히로 정했다.


우연히 알게 되었다. 소속 기관이 정치적 중립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그리하여 오랜 기간 당비를 납부하며 정강정책의 변화를 유심히 살펴보던 진성 당원이자 대표자를 뽑을 권리가 있던 풀뿌리 당원은 하루아침에 당원의 여집합 즉, 비당원이 되고 말았다.


밥을 벌어먹는 곳에서 특정한  소속을 금지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다음부터 밥과 당원 사이 힘의 균형은 무력하다.


뜬금없이 독일 선거 결과가 궁금하였다. 메르켈 총리의 기민당은 집권당의 지위를 내주었다. 사민당은 약진하여 1당의 지위를 획득하였고 녹색당은 무려 51석을 추가로 차지하여 118석의 원내 3당이 되었다. 이전 총선과 비교하여 득표율 증가율은 정당 중에서 가장 높다.


적록 연정이라고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사민당과 연합정부를 이루어 집권당으로 독일을 이끈 전력도 있다. 내친김에 독일의 에너지원별 전기 발전량찾아보았다. 바람 27.2%, 햇빛 10.5%, 동식물(biomass) 9.4%,  3.8%..

! 반을 넘었구나..


野合이라 불렀을 것이다. 벌판을 걷다 보면 야합이라는 단어가 슬그머니  올라 피식 웃기도 하였다. 불그죽죽한 것들과 푸르딩딩한 것들이 붙어 세상을 휘저었으니.. 허나 적록이 붙어 추진했던 재생가능 에너지 정책은 기민당이 1당이  이후에도 거침없이 진행되었으니 적록이 광야에서 홀로 외친 소리는 아니었나 보다.


모든 잡설은 홍일선 시인의 ‘심고’라는 시를 우연히 읽고 떠오른 것들이다. 하늘은 낮고 바람은 서늘하다. 벌판을 나가 걸으면 적과 록의 야시시한 戀情을 목격할 수 있으려나..


심고

 - 홍일선 -

밥이 하늘님이라고 믿으신

아버지와 어머니는 흙님당 무명 당원이셨습니다

나는 그 당원증을 무난히 승계하였습니다

아울러 나는 숲님당 당원입니다.

그리고 강님당 당비도 꼬박꼬박 내고 있습니다

또 나는 햇빛님당 오래된 당원이며

곡식님당 풀뿌리 당원이기도 합니다

내일 감자를 캔 뒤에는 흰구름님당에

벼꽃이 활짝 피면 떠돌이별님당에도 입당

늦었지만 조부모님이 평생 흠모하신 인내천

경인 경천 경물당 권리당원이 될 생각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교회의 구성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