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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위 Feb 02. 2023

계룡에서 자유를 생각하다

낮달과 선회하는 독수리

장엄한 계룡의 겨울은 눈발을 날리다 햇살을 비추다 변화무쌍하다.

정월 보름으로 가는 낮달이 하늘에서 빛난다.

높은 하늘, 계룡의 산세보다 유려한 곡선으로 낮달 주변을 선회하는 독수리는 찰나의 순간만 허락하였다.

그 사이 고개를 들지 않았다면 이런 상념도 오지 않았을 터이다.

이 장면에서 어찌 김수영이 떠올랐을까?


푸른 하늘을 제압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웠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노고지리가 푸른 하늘을 제압할 수 있을까?

잠시 창공의 유유한 선회를 선보이고 독수리는 시야에서 멀어졌다.

나는 자유로운가 다시 물었다.


김남주의 자유를 되뇌이던 시절이 있었다.

노래로 만들어진 그의 자유는 처절하다.


만인을 위해 내가 일할 때 나는 자유

땀 흘려 함께 일하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계룡산 산행은 몇 가지 우연이 중첩되며 결정되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두 개나 연속해 있었던 약속이 미루어진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새벽에 탄 택시가 하마터면 버스 시간을 맞추지 못해 불발할 뻔하였다. 신호등의 도움 덕에 발차 직전 무사히 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는 실로 우연한 행운의 연속일 뿐인가?


자유를 다시 소환하여 이런저런 상념이 오가는 사이 무릎을 치게 하는 탁견이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이라는 동화책의 어떤 장면에서 눈에 띄었다.

우리가 가진 가장 큰 자유

그 자유는 다름 아닌 나의 대처, 나의 선택, 나의 의지라는 소년과 두더지와의 대화에서 나는 혼란한 머릿속이 시원해지며 계룡의 하늘과 독수리와 그 유유한 선회가 다시 떠오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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