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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철도 시설을 입체화해야 하는가

철도 노선으로 단절된 도시를 다시 잇는 전략

by 무위

철도 지하화는 단순한 기반시설 정비 사업이 아니다. 이는 철도부지와 그 주변을 고밀·복합으로 개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철도 노선으로 인해 구조적으로 단절되었던 도시 공간을 재연 결하여 도시 기능이 통합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도시구조의 전환 전략이다. 지상 철도가 지하로 이전되는 순간, 물리적 장벽은 해소되고, 분절되었던 생활권과 상업권이 다시 하나의 연속된 도시 시스템으로 재편될 수 있다.


도시 내 철도 노선은 지역 간 이동에 필요한 핵심 인프라인 동시에, 도시 내 도로망을 차단하고 보행 흐름과 토지 이용의 연속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하였다. 철도 지하화는 이러한 철도의 구조적 모순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방법이다. 분절된 지상 공간의 회복은 단순하게 유휴부지를 창출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단절된 도로 체계와 보행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공간과 도시 기능을 유기적으로 재배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주목할 점은 철도 지하화가 유일한 해법은 아니라는 점이다. 사업 구간의 도시 밀도, 토지 이용 특성, 재정 여건에 따라 고가화, 데크화 등 다양한 방식의 철도 입체화 방법을 함께 검토하여 지역의 여건에 맞는 방법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핵심은 지하냐 고가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철도 시설과 도시 공간을 어떻게 입체적으로 통합 개발하는 것이 해당 도시의 발전에 가장 적합하냐에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철도 입체화는 도시계획의 문제이며, 교통, 토지 이용, 공간 정책을 포괄하는 종합 전략으로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 도야마시의 사례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도야마시는 신칸센 건설을 계기로 기존 재래선을 고가화하여 철도로 인해 단절되었던 도시 구조를 해소하였다. 기존 지상 철도를 고가화하고, 역을 중심으로 보행과 대중교통 연결을 강화함으로써 도시 중심부의 연속성과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였다. 그 결과 철도 시설은 더 이상 도시를 양쪽으로 나누는 분절선이 아니라, 도시 구조를 유기적으로 조직하는 축으로 기능하게 되었다. 이는 철도 입체화가 교통 개선에 그치지 않고, 도시 기능 재편과 공간 구조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한국 역시 「철도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통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해당 법은 철도 지하화와 철도부지 개발을 통합적으로 추진하도록 규정하고, 용도지역·용적률·건폐율 등에 대한 특례를 통해 효과적인 개발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법체계는 여전히 지하화에 치우쳐 있다. 철도 지하화를 입체화로 개정하여 적합한 개발 방안을 채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철도부지 입체화에 따라 분절 지역의 도로망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보행·자전거·대중교통 간 연계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또한 철도 입체화에 따라 가용한 부지 및 주변 지역에 주거, 업무, 상업, 공공기능의 배분 등 토지이용계획에 대한 재정립이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철도 입체화는 필연적으로 도시 공간의 위계와 기능 배치를 변화시키는 만큼, 이를 전제로 한 도시계획 및 교통계획의 연동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제도 개선을 제안한다. 첫째, 철도의 노선별·구간별 특성에 따라 지하화, 고가화, 데크화 등 다양한 입체화 방식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법령 정비가 필요하다. 둘째, 철도 입체화를 통해 도시 단절 해소 및 공간 통합의 관점에서 관련 법령에 교통계획 정비와 토지이용 재편을 의무적으로 연계하도록 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셋째, 철도부지 입체화를 통해 발생하는 개발 이익이 사업의 재원 조달 수단을 넘어, 도시 기능의 균형적 배분과 공공성 강화로 환류되도록 정책 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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