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다리 산책을 시민의 품으로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아 도보다리 산책의 시민 참여를 제안한다

by 무위
남북 정상의 도보다리 산책 장면


작년 4월 27일 남북정상이 DMZ에서 함께 한 도보다리 산책은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가 한반도에 가능하리라는 것을 선명한 이미지로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라이브로 중계된 이 역사적 장면으로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머지않아 실현될 수 있는 현실임을 한 눈에 인식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단의 역사가 길었던 만큼 한반도의 평화체제 형성과정이 용이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올해 2월 말 하노이에서 열렸던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별다른 합의문이 채택되지 않았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평화체제로 이행해 가는 도중에 발생하는 여러 사건들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남북이 협력하여 추진할 사업으로 도보다리 산책의 일반 시민 참여를 제안한다. 시민이 참여하는 행사를 판문점 선언 1주기를 맞는 올해 4월 27일에 개최한다면 상징성이 더 높일 수 있다. 다수의 시민이 판문점과 비무장지대를 자유롭게 드나들며 도보다리를 거닐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이는 시민이 주체가 되어 평화를 정착시킨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출처: http://www.koreasummit.kr/Newsroom/Photos/?item=/image_b/1804/16c4e1664c9ca4ceebc5f2757c6b5918_1524834575_806.jpeg


시민들이 DMZ 내부에 위치한 도보다리를 일상적으로 산책할 수 있다는 의미를 이 시점에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사회의 지배적 이데올로기가 생성되고 작동하는 관점에서 한반도 냉전체제가 평화체제로 전환되는 것이 지니는 의미가 무엇일까? 과거부터 현 시점까지 분단으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취해 온 집단이 양산해온 분단 이데올로기는 다름 아닌 남북한의 협력이 우리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경제적인 이익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개성공단 개발로 인한 실질 이익은 남쪽 기업에게 돌아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 사실은 입주 기업들이 가동 중단 이후 부단히 개성공단의 재개를 요청해 온 것으로 증명할 수 있다. 바야흐로 냉전시대 논리에 갇힌 남북협력 불가의 이념적 포장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한반도를 구성하는 시민사회 구성원들이 평화체제를 열망하고 있으며 이를 실현하고자 하는 의식의 전환 또한 일어나고 있다. 시민 사회의 여론 형성은 다수 대중이 의견을 표출하고 수렴해 가는 집단지성의 과정이다. 여론은 사안의 합목적성과 긴급성에 따라 촛불집회와 같은 목표 지향적 행동으로 표출된다. ‘도보다리 산책의 시민 개방’이라는 남북 협력 사업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시대가 요청하는 정신을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담아낼 수 있는 사업이다.


남북 정상이 도보다리에서 담소를 나누는 장면

출처: http://www.koreasummit.kr/Newsroom/Photos/?item=/image_b/1804/bc18920d01935d3db484d18f2fb28f63_1524821505_0908.jpeg


한반도의 평화체제 형성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상황은 구세력과 새롭게 등장한 세력 간의 부딪힘이다. 냉전에서 평화로의 전환은 군사적 대결에서 경제적 협력으로 균형추가 이동함을 의미한다. 짐 로저스와 같은 세계적인 투자자가 금강산에 리조트를 보유한 우리 기업의 사외이사로 등장한 점은 이익의 균형점 이동이라는 동향을 감지할 수 있는 신호이다. 이 신호를 따라 군산복합체라는 소수의 이익 독점자로부터 경제협력이라는 다수의 이익 공유자로 힘의 중심점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제에서 기득권을 누려왔던 군산복합체를 비롯한 소수세력에서 민간의 경제 교류와 개발 협력으로 이익의 주체가 전환되는 과정에서 의도적이던 그렇지 않던 갈등이 발생할 것이다. 쥐고 있던 기득권을 놓아야 하는 구체제는 전열을 정비하고 체계적으로 저항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러한 전환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하도록 예견된 갈등을 조율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어렵지만 이 조율을 낙관적으로 볼 수 있는 근거가 있으니, 과거 냉전으로 발생한 이익은 소수에게 집중되었으나 현재 추진하는 평화체제와 경제협력의 과실은 다수에게 돌아가는 구도라는 점이다.


냉전이 가져온 분단체제에서 대화와 협력을 통해 평화체제로 전환하는데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뛰어 넘어 역사와 사회의 변화를 실현하기 위해 지녀야할 것은 시민들의 민주주의와 평화에 대한 의지이다. 민주주의를 형성해 가는 과정에 주체로 참가하는 다수 대중, 특히 깨어있는 시민들이 현실에서 참여가 필수적이다. 일상에서 평화를 실현하려는 의지와 참여를 도보다리 산책의 시민 개방으로 시작하자. 시민의 도보다리 산책은 일 년 전 남북 정상의 정치적 만남이라는 사건이, 현재 시점에서 다수 시민의 일상으로 그 범위가 확대되어 새로운 역사의 장으로 걸어들어 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제안이 가능한 배경에는 남북 군사 당국이 판문점 선언 이후 수차례에 걸친 회담을 통해 긴장을 완화하는 조치를 가시화하였기 때문이다. DMZ내 군사 시설과 장비에 대한 실질적인 무장해제를 통해 휴전선이라는 냉전 공간이 평화의 공간으로 사용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도보다리 산책을 시민이 자유롭게 할 수 있고 그 범위가 점진적으로 확대되어 DMZ 전역에 평화의 올레를 구축한다면, 이미 우리는 삶에서 실질적인 평화체제를 구현하였다고 자부할 수 있다. 도보다리 산책의 일상화와 이를 삶의 자연스러운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전환이 평화 체제를 다지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마침 시민사회가 주도하여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 DMZ 평화인간띠 연결과 같은 대규모의 시민참여 운동도 일어나고 있다. 촛불혁명으로 새로운 역사의 주역으로 등장한 시민들이 남북 양 정상이 시작한 도보다리 산책을 삶의 일상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남북이 협력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