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Blanc 12

예상치 못한 일

by 무위

신발장에 넣어둔 트레킹화가 간밤에 세차게 내린 비가 들이쳐 한쪽이 물바다가 되었다. 에딘버러 출신 레이디가 난감한 처지다. 준비성 있는 아가씨라 운동화도 한 켤레 가지고 와서 산행을 수는 있겠지만 젖은 등산화를 오스카 위에 올리면 안 되냐고 하는 부탁에 리더는 건조하게 답한다. 배낭 뒤에 달고 가라고..

사단은 있다. 시드니에서 마드모아젤 신발은 비브람 창의 중등산화다. 이번 트레킹을 위해 새로 장만했다 한다. 트레킹 다섯째 되는 등산화의 밑창과 본체가 분리되려 한다. 한 짝만 그런 게 아니라 양쪽 모두가.. 역시 준비가 잘 된 이 친구 역시 운동화를 가지고 와서 대체 하기는 했지만 세상일 알 수 없다. 거금을 들여 준비해도 문제가 생기고, 챙겨 놓아도 사고는 부지불식간 생긴다. 오 년째 신고 있는 슬리퍼 하나 여유로 달랑 챙겨 온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으면 나는 중간에 낙오자 신세를 면치못하리라.. 이참에 등산용 샌들 하나 장만해서 트레킹에 나서야 하나 고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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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와
오늘 첫째 고개 넘어 내려오는 초원에 종을 목에 걸고 있는 소떼가 여기저기서 풀을 뜯고 있다. 사실은 첫날 스위스에서부터 몽블랑 산자락에 방목하는 소들을 보며 온실가스 계산에서 농업분야 특히 가축의 분뇨에 대한 글을 하나 쓰야지 했었는데 주제가 너무 무겁기도 하고 오해의 소지가 너무 풍부한 사안이라 비켜가기로 하다.. 마치 미세먼지 대책에 삼겹살집 이야기하는 것 같아 생뚱맞게 들리기도 할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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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중간에 들린 치즈 제조 농가는 고갯마루 아래 2000 고지에서 풀을 뜯던 소들이 생산한 젖으로 만든다고 한다. 9개월 숙성시킨다는 케이브에 들어가서 40kg 치즈 덩어리가 가지런하다. 400kg 소젖이 있어야 한 덩이가 나온단다.
우리 가마솥 열 배는 되어 보이는 솥들이 여럿 있는데서 일하는 친구는 롹음악을 틀어 놓고 가마솥 안을 젓고 있다. 롹을 들으며 만들어진 치즈라.. 구미가 당긴다. 케이브 안에서 잘라준 치즈를 먹어보니 역시..

빠리 살면서 어쩔 없이 치즈를 매일 상위에서 만나게 된다. 익숙해지면 수 있는 맛이 있다. 공장에서 나온 것과는 다르다. 덩이 잘라 달라했는데 이분 손을 보니 굽었다. 평생 치즈를 만들고 자르고 하면서 손가락이 굽었나 보다. 노동이 숭고하다고.. 글쎄 노는 것도 숭고하지 않을까.

오늘의 사족 1. 오스카랑 껴안아도 될만큼 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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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치즈값 계산하려고 기다리다 우유젓는 농부와 함께 롹음악에 맞춰 흔들다.
3. 보다 체력이 떨어지는 레이디는 없어 보인다. 나는 춥다고 껴입고 자는데 팔팔한 레이디들은 밤에도 나시 낮에 빙하지대를 지날때도 나시에 핫팬츠 차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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