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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버트 김 May 28. 2023

어느 영국인의 카르페 디엠 이야기


이 이야기는 실제 있었던 이야기다. 2014년 영국 데일리메일지에 나의 위대한 탈출(My Great Escape, by Bernard the D-Day rascal)이라는 제목으로 기사화된 이야기다. (My Great Escape, by Bernard the D-Day rascal: 'I was naughty but I had to be there'... for the first time, Britain's favourite runaway tells his full amazing story, June 7, 2014, Daily Mail) 또 책 "인생은 짧다- 카르페디엠"(로먼 크르즈나릭 지음)도 참고하였다.


<주인공은 버나드 조던>


버나드 조던(Bernard Jordan)은 전직 해군장교로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이다. 퇴역 후 오래되어 이제 나이는 89세가 되었고, 여생을 위해 Hove라는 소도시의 요양원에 머무르고 있었다.


2014년 어느 여름날. 옛 전우들로부터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식에 많은 전우들이 참석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자신도 당연히 참석하고 싶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요양원 규칙상 허가 없이는 외출외박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는 어떻게 했을까? 그는 탈출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새벽같이 일어나 제일 좋은 양복을 입고 군인 시절에 받은 훈장을 착용한 다음, 회색 비옷을 걸치고 요양원을 몰래 빠져나왔다. 그는 1.5킬로미터 떨어진 기차역까지 걸어가 포츠머스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포츠머스에 도착해서는 프랑스행 여객선 표를 샀다. 여객선에 탑승한 뒤에 다른 참전군인들을 만났는데, 그 참전군인들은 버나드를 대환영해 주었다.


<2차 대전 D-day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다>


그는 마침내 프랑스 노르망디의 우스트레함(Ouistreham)에 있는 2차 대전 D-day 70주년 기념식장에 도착하였다. 기념식은 Le Grand Bunker(Museum of the Atlantic wall)에서 개최되었다. 기념식에 참석한 그는 수많은 옛 전우들을 만나서 감격하고, 함께 파티를 즐겼다.



요양원은 버나드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고 즉시 경찰에 신고했지만 때는 늦었다. 버나드는 이미 영국해협을 건너가 프랑스 노르망디 거리에서 군악대와 옛 전우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호브로 돌아오는 길에 버나드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매 순간이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당장 내일이라도 또 가고 싶을 만큼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요양원에서 문제를 삼겠지만, 내게는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었어요. 규칙을 어긴 건 맞아요. 하지만 나는 거기에 꼭 가야만 했습니다.”


버나드가 노르망디에서 찍은 사진(출처: dailymail)



<사람들이 버나드의 모험담에 열광한 이유는 무엇인가?>


버나드의 탈출 이야기는 영국의 언론에 대서특필되었다. 버나드의 모험담은 정치 이슈와 왕족들의 기념식 연설 등 다른 기사를 제치고 신문 1면을 차지하였다. 사람들은 버나드의 이야기에 열광하였다. 버나드가 탔던 여객선 업체는 버나드에게 평생 동안 노르망디 무료 여행권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버나드는 그 무료 여행권을 써보지 못했다. 그로부터 6개월 후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버나드의 모험담이 그렇게 많은 관심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의 영웅담 이어서일까? 그가 고령의 퇴역군인 이어서일까?


아니었다. 사람들은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는 기회를 붙잡은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열광한 것이었다. 기회가 찾아왔을 때, 버나드는 자잘구레한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그것을 붙잡은 것이었다. 중요한 미션을 위해서는 때로 규칙도 버릴줄 아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버나드가 사망한 직후 어느 누리꾼은 인터넷게시판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고 한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 분이 탈출해서 기념식에 참석했다는 것이 정말 기쁩니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카르페 디엠- 오늘을 잡아라>


카르페 디엠은 라틴어 말이다. 호라티우스의 시에 나오는 시구로서 영어로는 Seize the day로 번역된다고 한다. 우리말로는 '오늘을 붙잡아라.', '오늘이라는 날에 주어진 기회를 붙잡아라.' 정도의 뜻으로 번역되고 있다.


그렇다. 이 이야기를 통해 난 오늘이라는 날에 주어진 기회를 포착하여 후회 없이 보내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았다. 나도 지금 기회를 붙잡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작년에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800Km에 도전하였다. 1차로 400Km를 배낭 메고 도보로 완주하였고, 다음에는 2차 라운드를 준비하고 있다. 인생은 짧다. 기회는 지금 잡는 자에게만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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