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002
#303
20년 만에 방문한 경주는 완전 다른 곳으로 탈바꿈해 있었다.
초등학생 때 수학여행으로 방문한 경주는 주요 관광지,
그러니까 불국사, 첨성대 등을 중심으로 듬성듬성 음식점이나 기념품 가게들, 호스텔 같은 단체 숙박시설 등이 들어서 있었던 게 전부였는데, 이번에 가 보니 웬걸 ‘황리단길’을 중심으로 내로라하는 맛집들은 물론 수많은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골목골목마다 들어서 있었다.
서울 종로 3가에서 경험한 익선동 같이 오래된 골목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살린 채, 조금만 걸어 돌아서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젊은 층을 겨냥한 ‘신(新) 관광단지’가 형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 없이 아내와 단 둘이 왔었다면 느긋하게 가게 하나하나 둘러보는 여유를 부릴 수 있었을 텐데, 후덥지근한 날씨도 한 몫하는 바람에 우리는 식사시간 포함 2시간 남짓 둘러보고 어린이 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참 잘했다고 아내와 내가 스스로 칭찬하는 일은, 엄마 아빠와 함께 ‘가족사진’을 찍은 것.
2살이 채 안된 어린 노엘이는 오늘 경주에 대해 분명 아무것도 기억 못 하겠지만, 시간이 흐르고 어느 정도 성장했을 때 즈음, 우리가 함께 찍은 한 장의 사진은 분명 우리가 시간과 공간을 함께 공유했었음을 증거 하게 될 것이다. 할미, 하비에 대한 기억도 어렴풋이나마 안고 살아갈 수 있겠지.
이처럼 사진 한 장이 주는 힘은 위대하다.
20년 후 경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해있겠지만,
우리의 사진 속 경주는 영원으로 간직될 테지.
사랑한다면, 기록하고 또 기억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