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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쌀밥한공기 Apr 09. 2021

투자지표 설명서 #2

비슷비슷하게 생겼는데 저마다 다른 의미들


PER을 알았으니 이제 좀 분석을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PER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더 많다. 어째서 내 주식은 당기순이익이 적자라 PER을 계산할 수 없을까. 계산을 했는데 100배가 넘는 PER이 나온다. 정말 정확하게 계산한 걸까. 이러다 내일은 폭락하는 게 아닐까.


PER로 대표되는 상대가치평가법에는 뭔가 비슷한 용어를 쓰는 다른 단어들이 많다. 각각의 지표가 다 의미가 있고, 해석에 따라서 적정주가 도출에 도움을 줄 수 있으므로 어떤 것이 중요하다 또는 중요하지 않다는 식으로 갈라놓는 것도 의미가 없다.


이번에는 우선 각 용어들의 개념을 알아보는데 초점을 맞춰볼까 한다.


PBR(Price to Book Ratio)이란


PER은 회사가 적자, 즉 순이익이 음(-)의 값을 갖게 되면 사용할 수 없다. 적자기업의 가치평가를 위해서는 순이익 대신 다른 값을 쓰는데, 이때 순이익의 자리를 대체하는 게 주당장부가치(BPS)이다. 그래서 계산식도 PER과 유사하다.

PBR(주가순자산비율) = 현재시점주가(Price) / 직전 연도 주당 순자산가치(BPS)


여기서 주당순자산가치란, 재무상태표의 총자산이 아니라, 자본, 즉 (자산 - 부채)의 값을 발행주식수로 나눈 값이다. 보통 포털사이트에서 종목의 펀더멘털 분석란에 제시해주고 있으니, 그 값을 참고해보면 된다.

(* 재무상태표에 대해서는 근시일 내에 별도로 다뤄보도록 하겠다)


PBR 역시 PER처럼 낮을수록 저평가되어 있다고 판단한다. 다만 PER과는 달리 1을 기준으로 높고 낮음을 가늠해보는 편이다. 

몇 차례 말한 바와 같이, 주식은 회사의 자본을 쪼개 놓은 단위이다. 따라서 주식의 총합은 곧 자본의 총합이라고도 볼 수 있다. PBR은 주가와 자본가치를 비교하는 지표이므로, PBR = 1 인 상태는 주가와 재무상태표상 자본가치가 동일하다는 의미가 된다. PBR < 1 이면, 주가가 본래 자본가치의 총합보다도 낮은 상태라고 해석할 수 있고, PBR > 1 이면 본래 가치의 합보다 고평가 된 상태라고 보면 된다.


여기서 조금 더 깊이 파고들어보면 PBR을 통해서 회사가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도 분석해볼 수 있는데, 그건 재무제표와 함께 비교해봐야 하니 다음 기회로 미뤄두도록 하자. 


PBR 외에도 주가와 여러 재무지표들을 비교 분석해서 적정주가를 분석해볼 수 있다. 주가와 매출액을 비교해보는 PSR 등이 유사한 방식의 가치평가방법이다.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를 이름, EV/EBITDA 


회사가 재고로 쌓아둔 물건을 팔면 매출이 일어나고, 매출에서 비용을 제하면 그게 수익이다. 그리고 수익은 곧 현금으로 회사에 돌아온다. 즉, 회사의 영업활동은 결국 현금을 손에 쥐는 게 최종 목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회사의 가치는 회사가 창출해 내는 현금흐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할 수 있다.


EV/EBITDA는 기업가치와 회사의 현금흐름을 비교해보고자 탄생한 지표이다. 이제 각 요소를 하나씩 살펴보자.


분자인 EV는 기업가치(Enterprise Value)를 말한다. 간단하게 기업을 인수하는데 필요한 실제 가치라고 생각하면 쉽다. 상장회사를 인수한다고 가정해보자. 인수자는 우선 그 회사의 시가총액만큼을 지불해야 한다. 또한, 인수자는 회사가 기존에 갖고 있던 부채를 감당해야 한다. 그와 동시에 회사에 남아있는 현금성 자산 역시 인수자의 몫이 되므로, 인수자가 회사를 인수하면서 지불해야 하는 실제 가치는 시가총액 + 부채 - 현금성자산 이다. 그래서 EV의 계산식은 이렇게 된다.

EV(기업가치) = 시가총액 + 부채 - 현금성자산 = 시가총액 + 순차입금


분모인 EBITDA는 에비따라고 읽는다. Earnings Before Interest, Tax,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의 머리글만 딴 약어인데, 우리말로 해석해보면 이자와 세금, 감가/감모상각비를 제하기 전의 이익이다.


회사의 비용으로 처리되는 금액들 중에 이자, 세금, 감가/감모상각비 등은 실제 회계연도 중에 현금유출이 일어나지 않는 장부 상의 금액이다.

대출에 대한 이달의 이자는 다음 달에 나간다. 12월에 회계연도가 종료되고 나서 1월에 12월의 이자를 내야 하는데, 장부 상으로 12월 이자를 기표하고 1월에 실제로 현금이 빠져나가는 구조다. 세금 역시 전년도의 세금을 다음 해에 내야 하므로, 해당 회계연도에 현금 유출이 없다. 감가/감모상각비는 아예 현금유출이 없다. 따라서, 손익계산서를 보면서 회사가 실제로 벌어들이는 현금의 규모를 유추하고 싶을 때는 현금유출이 없는 비용을 영업이익에 다시 가산해서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이게 EBITDA가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이렇게 추정한 현금흐름은 실제 현금흐름과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서 현금흐름표가 공시되는 요즘에는 굳이 EBITDA를 쓸 필요는 없다. 하지만 현금흐름표가 없거나, 또는 급히 계산을 해야 할 때는 대용값으로써의 역할을 할 수는 있다.


그래서, 회사의 실제가치 EV와 현금흐름을 비교해보면, 이 회사를 인수했을 때 창출되는 현금으로 얼마 만에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지(PER의 개념과 유사하다), 그래서 이 가치의 몇 배로 회사의 가치를 판단할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EV/EBIDTA 역시 배수로 표현되며, PER과 마찬가지로 낮을수록 저평가, 높을수록 고평가 되었다고 판단해볼 수 있다. 역시 당기순이익이 적자인 기업을 판단할 때 PBR과 함께 써볼 수 있고, 현금흐름의 상태를 판단해볼 때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PER에 이어 두 편에 걸쳐 상대가치평가를 위한 기본 지표들에 대한 개념을 다뤄보았다. 

안타깝게도 개념만으로 지표를 해석하기는 어렵다. 지표에 포함되는 값들은 회사의 재무제표로부터 추출한 정보를 가지고 만들어내기 때문에, 재무제표를 모르는 상태에서 지표만으로 회사의 가치를 판단할 수는 없다. 나중에 이 지표들을 활용한 적정주가 산출 방법도 다뤄보겠지만, 그전에 재무제표에 대해 먼저 공부해야 한다.


그럼에도 재무제표보다 이 지표들을 먼저 다룬 이유는, 투자하기 전에 지표들을 살펴봄으로써  투자하려는 주식의 현재 가격이 적절한지 판단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가 사려는 주식이 PER 몇 배로 평가돼도 괜찮은 건지, 한 번은 살펴보고 투자해보자.


처음 접하는 낯선 용어와 개념이 많이 어렵겠지만, 계속 봐서 익숙해져야 한다. 눈뜨고 있어도 코 베어가는 금융시장에서 소중한 내 자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꾸준히 공부하는 길 외에 방법이 없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꾸준한 공부가 여러분의 투자를 성공으로 이끌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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