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이 있는 날이면 항상 평소와 다른 느낌으로 출근하곤 했다.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는 설렘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게다가 면접 진행을 맡기라도 하면, 그 날은 아침부터 정신적으로 완전 무장 상태가 된다. 내가 바로 회사의 얼굴이 된다는 책임감과 자부심을 등에 업는 것이다.
면접 시작 2시간 전부터 채용 담당자는 분주하다. 면접자들이 대기할 대기실의 청결 상태를 체크하고 다과를 준비한다. 면접실을 정리하고 온도 세팅을 한 후 자리배치와 동선을 다시 한번 체크한다. 그리고 면접관에게 면접 조서(평가서)와 기본 면접 일정을 다시 한번 확인한 후, 면접대상자에게 면접 일정 안내 문자를 보내며 면접 참여 여부를 재확인한다. 다른 회사의 담당자는 어떻게 진행하는지 알 수 없지만, 절차상의 차이가 있을 뿐 채용 담당자라면 내가 느끼는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을 받을 것이다.
이렇게 모든 것이 준비되면 대기실에서 지원자가 오기를 기다린다. 면접 시작 30분 전부터 지원자가 하나 둘 문을 열고 들어오기 시작한다. 부푼 마음으로 면접자에게 인사를 건네고 이름과 응시번호를 확인한다. 그리고 간단한 면접 관련 안내를 진행한다.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반짝이는 눈빛과 반쯤 얼어붙은 표정이다. 얼마나 긴장될까, 그 마음이 나에게까지 전달되곤 한다. 그럴수록 면접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안내를 하게 된다.
“오늘 면접은 인성면접입니다. 전문적인 지식을 묻는 일은 잘 없을 거예요. 면접은 다대다 방식인데, 3분이 1조입니다. 면접관은 3분이 들어오시는데, 대표이사님과 지원부서를 담당하는 상무님, 그리고 인사를 담당하는 이사님 한 분입니다. 대표이사님이 조금 까탈스러운 외모이시긴 한데, 사실은 츤데레 스타일입니다. 면접이라고 어깨에 힘을 가득 주고 계실 텐데, 옆집 아저씨 같은 분이에요. 편안하게 생각하시고 긴장을 푸시는 게 좋아요. 지원자가 긴장하면 덩달아 면접관들도 딱딱해지거든요. 그리고 상무님이 예의를 많이 중요하게 생각하십니다. 앉는 자세가 흐트러지면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어요. 해병대처럼 각 잡고 앉아계실 필요는 없지만, 자세가 너무 흐트러지지 않게끔만 주의하시면 될 거예요.”
그리고 안내 마지막에는 꼭 이렇게 말을 덧붙이곤 했다. 혹시 궁금하신 것 있으신가요,라고.
보통은 “아니요, 없습니다.”라고 지원자가 답변한다. 그 후에는 지원자의 대기시간이 시작된다. 지원자가 면접을 대비하는 마지막 준비시간인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당신이 알아두어야 할 사실이 있다. 평가는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
회사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평가는 시작된다.
많은 지원자들이 면접장에서만 평가시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면접 평가는 면접관의 질문에 어떻게 답하는가에 따라 평가되고, 이는 면접장 안에서 이루어진다. 면접관은 면접 조서에 평가내용과 점수(또는 등급)를 기재하고, 이를 종합하여 면접 합격자를 가른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평가라는 것이 그렇게 기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면접관은 자신의 판단을 100% 스스로 신뢰할 수 있을까? 답은 No. 그렇지 않다.
면접 대기실에서 지원자들을 둘러보면, 정말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어폰을 끼고 준비해온 자료들을 벼락치기하듯이 외우는 지원자, 준비한 자기소개를 연극 대사 외우듯이 연습하는 지원자, 옆에 앉은 다른 지원자와 회사나 취업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는 지원자, 그리고 긴장감에 2, 3분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하는 지원자. 면접 진행자는 지원자들의 이런 민낯을 묵묵히 지켜보게 된다.
면접 진행자는 평가자가 아니다. 면접자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원자는 면접장에서 보기 힘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면접을 잘 봐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몰두하는 것이다. 그 ‘필요한 일’이 때로는 옆 지원자와의 수다를 가장한 정보공유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귀에 꽂은 이어폰과 자기소개서 암송이 되기도 한다.
덕분에 진행자는 평가자가 아님에도 지원자를 판단할 수 있는 몇 가지 정보를 얻게 된다. 지원자의 앉아있는 자세, 다른 지원자와 소통하는 태도, 말투, 눈빛, 때로는 지원자들이 다른 회사에 지원했는지, 어느 전형까지 진행되었는지, 그 기업의 면접 분위기는 어떠했는지 까지도 들리곤 한다.(현업자가 얻기 힘든 매우 좋은 정보를 준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다) 그리고 면접 진행자는 생각한다. ‘아, 이 사람은 괜찮다. 느낌이 좋구나’ 라거나, ‘이 사람은 좀 별로다. 같이 일하면 좀 피곤할 것 같다.’라는 식으로.
면접이 끝나고 나면, 면접관들은 잠시 면접장에 머무르며 지원자들에 대한 평가를 공유한다. A지원자는 어떻고, B지원자는 어떻고… 이런 과정의 끝에, 면접관들은 빠르게 통과자와 탈락자를 가른다. 이 사람은 한 번 더 보고 싶다. 이 사람은 좀 많이 부족하다. 그러다가 애매한 순간이 온다. A와 B중 한 사람을 다음 면접에 올려야 하는데, 면접관의 의견이 나뉘는 것이다. 그러면 면접관은 면접장 한편에 서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면접 진행자에게 시선을 돌리며 이렇게 묻는다.
“00 씨는 어떻게 생각해요? 이 지원자들 어떤가요?”
A지원자와 B지원자. 면접 진행자는 그들이 대기실에서 보여주었던 모습을 빠르게 떠올려본다. 그리고 그들과 짧게나마 나누어보았던 대화를 되짚는다. 간단하게 면접관에게 알려줄 수 있는 참고할 만한 정보가 나온다.
“A지원자는 거칠어 보이는 인상이나 말투와 다르게 상당히 긴장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외모와 달리 조금은 소심한 면도 있어 보이는데, 행동이 조심스럽고 신중한 측면도 엿보였습니다. 그리고 B지원자는 많이 준비해온 것이 티가 났습니다. 대기하면서 면접을 보려고 준비해온 자료를 꺼내놓고 보는데, 사전처럼 두꺼워보였습니다. 하지만 말투나 다른 지원자에게 대하는 태도가 조금 차갑게 느껴지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면접관들은 진행자의 말을 듣고, 다시 몇 가지 논의를 거쳐 최종 합격자를 선별한다. 마지막으로 면접 조서에 최종 점수와 평가등급이 기재되고, 면접 조서는 면접관의 손에서 채용 담당자의 손으로 옮겨간다. 누가 최종적으로 합격의 열매를 맛보았을지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진행자의 첨언이 평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다.
면접 진행자는 지원자들이 면접을 잘 치르고 나오기를 누구보다 바라는 사람이다. 자기 실력을 십분 발휘하여, 우리 회사에 동료로 합류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그렇지 않으면 채용 실패로 인해 다시 채용공고를 올리고 서류전형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누구보다 차분하고 객관적으로 지원자들을 보는 것이 면접 진행자이기도 하다. 자신이 지원자에 대해 평가한 이야기가 면접관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기도, 또 자신의 한 마디가 누군가의 합격인 동시에 누군가의 불합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행자는 지원자 평에 대해 누구보다 신중하다.
면접 진행자의 이런 상황을 잘 알기에, 면접관들도 면접 진행자의 의견을 가벼이 흘려듣지 않는다. 결국 면접 진행자는 공식적인 평가자가 아니면서, 비선 실세처럼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존재인 것이다.
지원자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면접 대기실에서의 모습도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거라고, 그랬더라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 거라고 주장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 또 기억해야 할 사실이 한 가지 있다. 당신은 더 이상 학생이 아니라는 것. 아무도 당신에게 ‘직장인은 이러해야 한다.’라고 가르쳐주지 않는다. 오히려 직장인으로서, 그리고 사회인으로서 타인과 함께 일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을 찾는다. 그리고 당신이 지원서를 낸 순간, 당신이 보여주는 모든 것이 당신의 ‘자질’로서 알게 모르게 평가에 반영될 것이라는 점이다. 면접관 중에는 면접이 시작되기 전에 대기실에 들러 지원자들을 둘러보는 사람도 있었다. 당신이 회사에 발을 들인 순간, 평가는 시작된 것이다.
프로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
당신이 앞으로 몸담게 될 곳은 프로의 세계다. 이 세계에서는 나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회사에 영향을 끼치고, 이로 인한 결과를 나뿐만 아닌 동료들과 공동으로 부담해야 한다. 모든 부분에서 신중해야 하고, 늘 언행에 따른 결과를 예측해야 한다. 즉, 이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프로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학생의 마인드는 이제 그만 벗어버리길 바란다. 앞으로 살아갈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기관리가 중요하다. 연기를 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타인과 함께 업무를 하기 위한 행동양식을 몸에 익히고 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한 번 몸에 익은 것은 습관처럼 잘 떨어져 나가지 않는다.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식사예절쯤으로 생각하면 크게 부담스럽지도 않다. 그리고 회사도 크게 어려운 수준의 자질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겸손하고 열려있는 자세, 반듯하고 정갈한 태도. 바른 언행. 모두 자라오면서 배웠던 기본적인 것들이다. 그리고 프로는 기본에 충실하다.
명심하자. 회사 정문을 들어서는 순간, 당신은 프로의 세계에 발을 들인 것이다. 프로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
채용담당자가 알려주는 취업의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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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팀 직원이 알려주는 인사업무 비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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