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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일 Mar 12. 2023

한상심 vs. 한상, 상담 자격증 수련의 갈림길

상황에 맞게, 취향껏 취득하기

※ 본 글에는 저자의 주관적 의견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 본 글은 2023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작성되었으며, 이후에 발생한 수련요건의 변화가 반영되어 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각 학회 게시판 등을 통해 보다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기 바랍니다.




심리상담 영역에서 통용되는 ‘공신력 있는 학회 자격증’한국상담심리학회(이하 한상심)한국상담학회(이하 한상)라는 속칭 양대 학회에서 발급하는 민간자격입니다. 한국상담심리학회에서 발급하는 ‘상담심리사’와 한국상담학회에서 발급하는 ‘전문상담사’의 위상과 공신력은 서로 동등한 수준으로 여겨지고 있기에, 대부분의 수련생은 두 가지 자격증 중 하나를 취득하게 됩니다. (둘 모두를 취득하는 수련생도 더러 있습니다)


선택은 늘 어렵습니다. 수련을 시작하는 입장이라면 더더욱, 어느 학회의 자격증을 준비할지 결정하기 어려울 거예요. 저 또한 불친절한 학회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며 수련생 입장에서 고려해야 할 점들을 정리하는 데에 꽤나 많은 시간을 써야 했습니다. 오늘은 이에 들여야 했던 시간과 에너지에 대한 아쉬움을 밑거름 삼아 여러 루트를 통해 수집한 판단 근거를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한국상담심리학회-상담심리사에 해당하는 내용은 파란색으로, 한국상담학회-전문상담사에 해당하는 내용은 초록색으로 표기했고, 글의 말미에 간략한 Q&A를 덧붙였습니다.






한상심: 한국의 심리상담 분야에서 가장 오래된 학회로, 회원 및 수퍼바이저 수 또한 가장 많음

한상: 한상심에 비해 역사가 짧지만, 회원 및 수퍼바이저의 수가 크게 차이 나지는 않음

한상심에서 일부 인원이 갈라져 나와 만들어진 학회가 한상입니다. 한상의 회원과 수퍼바이저 수는 한상심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한상심: 심리학 정체성을 바탕으로 하며, 한국심리학회 산하 분과학회임

한상: 교육학(상담학)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주도해 만듦

세간의 인식과 다르게, 한상심에는 심리학과 출신 회원보다 비심리학과 출신(교육학, 상담학, 아동학 등) 회원이 더 많습니다. 이는 그간 한상심이 심리학 정체성을 바탕으로 ‘심리학 유관 학문을 포괄하는’ 심리상담 분야의 대표 학회로 자리해왔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최근 들어 심리상담 법제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심리사법과 상담사법 사이에 놓인 한상심의 입장이 다소 애매해졌고, 회원 자격과 관련된 이슈까지 겹쳐 모학회인 한국심리학회와 사이가 살짝 틀어진 상황입니다. 학회에서 기존 회원의 권익을 저버리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비심리학과 출신이라면 이러한 상황이 수련에 영향을 미치는 불안요소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고 봐요.
한편, 한상은 심리학 정체성보다 교육학(상담학) 정체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학회입니다. 심리학으로부터 독립적인 ‘상담학’이라는 영역을 구축하는 데에 좀 더 관심이 있어 (심리학회의 분과학회인 한상심과 달리) 일종의 모학회처럼 기능하며 산하 학회 여럿을 거느리고 있어요. 또한 한상은 현재 상담사법 제정을 주도하는 협의체의 핵심 멤버 중 하나이기에, 상담사법 법제화 전개 양상에 따라 그 입지와 위상이 지금과는 달라질 수도 있을 듯합니다.


한상심: 수퍼바이저의 이론적 지향이 좀 더 다양한 편임

한상: 대부분의 수퍼바이저가 정신분석/대상관계이론을 기반으로 함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퍼바이저의 과반 이상이 정신분석 또는 대상관계이론을 기반으로 상담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두 이론을 선호하지 않는다면, 한상보다는 한상심에서 수퍼바이저를 찾는 것이 좀 더 수월할 거예요.


한상심: 수퍼바이저의 소재가 수도권에 집중됨

한상: 수퍼바이저의 소재가 지방에도 퍼져 있음

대도시권이 아닌 곳에서 한상심 수퍼바이저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들 합니다. 지방에서 수련을 진행해야 할 경우 환경적 제약 때문에 한상을 선택해야 할 수도 있어요. 다만, 아직까지는 수퍼비전의 일부를 온라인으로 진행해도 수련으로 인정해주고 있기에, 온라인 수퍼비전을 받는 것으로 수퍼바이저 부재에 따른 제약을 어느 정도 해소할 여지가 있습니다.


상담심리사: 주수퍼바이저, 상담경력 등 별도 요건 존재

전문상담사: 별도 요건 없음

한상심과 한상 수련요건의 가장 큰 차이가 바로 주수퍼바이저와 상담경력의 유무에 있습니다. 둘 모두 한상심에만 있고 한상에는 없어서, 한상심 수련이 좀 더 빡빡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주수퍼바이저란 수련생의 수련내역 전반을 보증해주는 수퍼바이저를 말합니다. 총 수퍼비전 횟수 중 최소 30% 이상을 수퍼비전해준 수퍼바이저를 주수퍼바이저로 선임할 수 있어요. 일종의 도제식 관계인 셈인데, 주수퍼바이저를 잘못 선임했다간 수련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려면 1) 일단 관심 가는 수퍼바이저에게 수퍼비전을 몇 차례 받아본 후 2) 수퍼바이저와 수련 인정과 관련된 사항을 사전에 충분히 논의한 후 선임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참, 1급 자격 취득 후 5년 이상이 지난 수퍼바이저만 주수퍼바이저로 선임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유의하기 바랍니다.
상담경력은 1주에 최소 1번 이상의 상담을 52주간 지속한 경력을 말하고, 수련요건과 별도로 해당 기관 또는 주수퍼바이저에게 이를 인정받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게 또 숨겨진 복병이라, 기관장이 이를 인정해주지 않거나 상담경력이 모자라 시험에 응시하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어요. 반면, 한상은 실제 수련기간이 얼마든 1년치의 수련요건을 원서 접수 전까지 채우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기에 한상심 수련생이라면 모쪼록 상담경력 충족 및 인정과 관련된 사항을 챙겨두는 게 필요해요. 특히, 상담을 1회 이상 진행하지 않은 주는 상담경력에서 제외되므로, 가급적 경력을 1년에 딱 맞추지 말고 좀 더 넉넉하게 확보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상담심리사: 심리검사 좀 더 강조

전문상담사: 집단상담 좀 더 강조

한상심은 수련요건 중 심리검사(심리평가) 수련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만, 한상은 심리검사 수련이 개인상담 수련 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한상심은 집단상담 수련요건이 한상에 비해 널널한 편이나, 한상은 2급 자격을 취득할 때에도 집단상담 리더 경력 또는 1급 자격을 보유한 리더가 운영하는 집단의 코리더 경력을 2회 이상 요구합니다. [2024년부터 2급 자격 취득 시 집단상담 리더/코리더 경력을 요구하지 않는 쪽으로 개정될 예정] 만약 대학원 과정 안에서 집단상담을 실습할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는다면, 한상 수련을 진행하기가 좀 더 어려워질 수 있어요. 학교 밖에서 열리는 집단은 생각보다 많지가 않고, 특히나 1급 리더가 운영하는 집단의 코리더 자리는 굉장히 귀합니다. 마찬가지로, 대학원 과정 안에서 심리검사를 실습할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는다면, 한상심 수련요건을 채우기가 좀 더 어려워질 거예요. 참, 한상심은 임상심리전문가가 진행한 심리검사 수퍼비전도 수련으로 인정하고 있어, 심리검사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에게 피드백받을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상담심리사: 수퍼비전 참관(그룹 수퍼비전) 불인정

전문상담사: 수퍼비전 참관(그룹 수퍼비전) 인정

한상심은 수퍼비전 참관을 인정하지 않기에 모든 수퍼비전을 수퍼바이저와 1:1로 진행해야 하지만, 한상은 수퍼비전받을 때 최대 3인의 수퍼바이지가 함께 수퍼비전받은 것으로 인정해줍니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이 수퍼비전받는 것을 참관한 경험까지 본인의 수퍼비전 경험으로 인정해준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한상 수련생들은 보통 조를 구성해 그룹 수퍼비전을 받곤 합니다. 그룹 수퍼비전을 진행할 경우, 참관비를 따로 내더라도 수퍼비전 1회 비용에 소량의 참관비로 2시간 혹은 3시간을 채울 수 있어 수퍼비전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수퍼비전 비용이 10만 원이고 참관비가 2만 원인 수퍼바이저에게 수퍼비전 요건을 3시간(3회) 채운다고 가정할 때, 한상심은 10만 원×3회=30만 원이 들지만, 한상은 3인의 수퍼바이지로 구성된 그룹 수퍼비전을 통해 (10만 원+2만 원+2만 원)×1회=14만 원이 들게 됩니다.
다만, 한상은 각 자격에서 요구하는 수퍼비전 시간의 양 자체가 한상심에 비해 좀 더 많은 편입니다. 일례로, 상담심리사 2급(한상심)은 수퍼비전 8회와 공개사례발표 2회로 총 10회의 수퍼비전 경험을 요구하지만, 전문상담사 2급(한상)은 총 20시간의 수퍼비전 경험을 요구하고 있어요. 그렇다 해도 그룹 수퍼비전이 잘 돌아갈 경우, 한상심에 비해 조금 더 빠르고 경제적으로 수련을 마칠 여지가 있습니다.


상담심리사: 내담자 경험 수련요건 미포함

전문상담사: 내담자 경험 수련요건 포함

앞서 수퍼비전에 대한 수련은 한상이 한상심보다 돈을 덜 들이고 마칠 수 있다고 했지만… 이를 능가할 만큼의 비용을 발생시키는 한상만의 요건이 바로 내담자 경험입니다. 한상심은 자격을 취득할 때필요한 수련요건에 내담자 경험을 포함하고 있지 않지만, 한상은 1급 자격을 가진 수퍼바이저에게 의무적으로 내담자 경험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요. 전문상담사 2급 기준으로 내담자 경험 10시간이 필요한데, 이를 마치는 데에 최소 100만 원 이상이 들게 됩니다. 비용을 떠나 내담자 경험, 즉 교육분석을 받는 것이 상담자 성장 및 상담역량 증진에 매우 중요하다는 점, 더 말해봐야 입만 아프지만… 경제적 사정을 고려해 추가적인 비용을 잘 따져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상담심리사: 아동 내담자 대상 상담은 전체 수련요건의 1/3까지 인정, 이외에는 최소 청소년 이상의 내담자를 대상으로 진행해야 수련 인정

전문상담사: 내담자 연령에 따른 별도의 인정 요건 없음

만약 초등학교에 재직중인 전문상담교사가 한상심 자격을 취득하려면, 학교 밖에서 청소년 이상의 내담자를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해 나머지 2/3에 해당하는 수련요건을 채워야 합니다. 한편 한상에는 이러한 요건이 없으므로, 학교에서 진행한 사례를 온전히 수련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요.






어떤 기준으로 취득할 자격증을 선택해야 하나요?  

고려해야 할 점을 간략히 정리하면,

정체성 및 취향: 나에게 심리학 정체성이 중요한지/중요하지 않은지, 내가 어떤 이론을 좋아하는지/싫어하는지, 내가 수퍼비전받고 싶은 수퍼바이저가 어느 학회 소속인지 등

수련 환경: 대학원 과정에서 제공하는 수련 경험이 어느 학회의 자격을 취득하는 데에 좀 더 유리한지, 다니고 있는 대학원의 선배/교수가 주로 취득한 학회 자격은 무엇인지, 내가 사는 지역에 어느 학회 소속의 수퍼바이저가 더 많은지 등

비용(시간, 돈, 에너지): 어느 학회의 자격을 취득하는 데에 시간/돈/에너지가 덜 드는지 등


둘 다 따면 안 되나요?

수퍼바이저로 보다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다면 둘 다 따는 것이 좋아요. 다만, 두 자격을 동시에 취득하려고 할 경우 수련요건의 불일치에서 비롯된 애로사항이 꽃필 수 있고, 스트레스 때문에 병이 날 수도 있으니… 둘 중 주가 되는 자격 하나를 정해 한쪽을 먼저 취득한 다음 다른 쪽을 취득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양대 학회 수련을 병행할 경우 고려해야 할 점은,

가급적 양대 학회 자격을 갖춘 수퍼바이저에게 수련요건을 함께 채우는 것이 보다 경제적임

어느 학회에는 있고, 어느 학회에는 없는 수련요건이 있으므로 양쪽 모두를 꼼꼼하게 챙길 필요가 있음

한상심은 1:1 수퍼비전만 인정하고 있으므로, 양대 학회 자격을 갖춘 수퍼바이저에게 수련을 지속할 경우 한상심 수퍼비전 경험이 먼저 채워지게 되며, 남은 한상 수퍼비전 경험을 그룹 수퍼비전 등을 통해 별도로 채워야 하는 일이 생김


하나만 따면 안 되나요?

둘 중 하나만 있어도 상담 전문가로 인정받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어요. 둘의 공신력 및 위상 또한 앞서 말했듯 동등하게 평가받고 있고요.


곧 법제화되면 새로운 국가자격이 생길 수도 있는데, 꼭 민간자격인 학회 자격증을 따야 하나요?

국가자격이 생겨도 기존의 자격증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고, 경과규정을 통해 기존 학회 자격증 취득자가 국가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루트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로 법제화가 이루어지기까지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으로서는 어느 쪽이든 따두는 것이 최선입니다.


(추가) 석사과정 동안 양학회 수련을 시작하려 하는데, 어떤 순서로 준비하는 것이 좋을까요?

한상심 2급 → 한상 1급 → 한상심 1급 순으로 취득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석사과정에서 쌓아둔 경력은 한상심 1급을 따는 데에 사용할 수 없으므로, 한상심 2급을 먼저 딴 후 2급 자격으로 상담 일을 병행하며 한상 1급, 한상심 1급을 차례대로 따는 것이지요. 만약 한상 2급을 먼저 딸 생각이라면, 석사과정부터 양학회 수련을 시작할 필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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