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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미 Dec 17. 2019

저는 브라자 자매님 입니다

12월 2일에 쓴 글

오늘은 12월 2일.
비비안나 영명 축일이다.
나의 세례명은 비비안나.
그러므로 오늘은 나의 영명 축일이다.
..........
그때가 초등학교 4학년 겨울 무렵이었다.
영세식을 앞두고 있는 우리에게 수녀님이 말씀하셨다.

<자. 집에 가 부모님과 의논해서 자기가 받고싶은 세례명을 다음 주까지 정해 오세요~~^^>

나는 집으로 오며 생각했다.

<남들과 조금 다른 세례명을 갖고 싶다.>

그래서 부모님과 의논하지 않고 내 맘대로 세례명을 정해서 수녀님께 가져갔다.

<양미는 세례명을 뭐로 정했니?^^>
<비비안나요.>
<아. 비비안..나~~^^>

그때 수녀님은 나를 말렸어야 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나오는 비비안 리의 이름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비비안나라는 세례명을 고른 나를 말이다. 나중에 커서 클라크 게이블 같이 멋진 남자도 만날 수 있을 거란 개꿈을 꾸고있던 나를 말이다.

암튼. 나는 그렇게 비비안나가 되었다.
내 이름을 부를 때마다 사람들이 비비안 리를 떠올려 줄 거라 믿으며 혼자 막 흐뭇해했다.

<비비안나? 아~ 그러고보니 비비안 리를 좀 닮았네!>

이러며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랬다

<비비안..나? 캬캬캬~>
<야 만두. 너 왜 웃어? ㄸㅂ>

<비비안..나? 큭큭큭~>
<선생님. 왜 우떠요? ㄸㅂ>
.......
친구들도 주일학교 쌤들도
내 세례명을 부를 때마다 자꾸 낄낄 웃어댔다.

시간이 흐르고..
나의 세례명은 어느새 별명으로 바뀌어갔다.

<부라자 자매님~~>
<란제리 자매님~~>
<빤스(부산사투리) 자매님~~>

비비안..
나는 그게 속옷 브랜드라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왜 하필. 팬티 브라자 이름이 비비안이란 말인가.

그렇게 나는 어린시절.  
온갖 속옷자매님.. 으로 불리어졌고
단 한명도 비비안 리를 떠올려 주지

않.았.다.
.
.
.
아니구나 참! 딱 한 명 있었다.
내 세례명을 듣고 다른 걸 떠올려준 친구가.
그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비비..안나? 그거.. 일본 원숭이 아냐?!>
.........

12월 2일.

오늘은 조금 야한.. 나의 축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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