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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연 Dec 12. 2019

[Review]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이 공연에 대한 프리뷰를 작성하면서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공연은 170분 동안 잘 볼 수 있을지 걱정했다. 그러나 그것은 내 기우였다. 1부가 끝나고 15분의 인터미션이 있었을 때 공연을 같이 보러 온 동생에게 “재밌는데?”라는 말을 했다. 그만큼 이 공연은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를 그들 나름대로 진지하고 어둡지 않게 풀어가려는 것이 느껴졌다.  

'지하철 1호선'을 보면서 많은 다양한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노숙자, 외국인, 가출 청소년, 성매매 여성들, 혼혈아, 운동권에 있던 사람, 수녀, 지하철에서 물건을 파시던 분. 이렇게 많은 직업 및 역할이 나온 공연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IMF 시절에 사람들이 받았던 소외와 무관심이 얼마나 처절하고 힘들었을지 이 공연의 밝은 분위기 속에서 더 크게 와닿았다. 그리고 나 역시 그들을 함부로 평가하고 무시했던 사람 중 한 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판단은 어리석고 위험하다고 보았다.  



선녀가 제비를 찾는 것이 주목적인 시놉시스인데 오히려 이 이야기는 짧았고 찾아가는 과정에서 등장했던 캐릭터들이 훨씬 더 기억에 남는다. 특히 ‘걸레’라는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분은 그녀의 삶, 외로움, 비참함 등 다양한 감정을 드러냈기 때문에 훨씬 더 마음이 아팠다. 연령, 성별이 다 다른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해서 전체적인 스토리가 몇몇 인물들에게 집중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이런 캐릭터들을 통해 그들을 조금이나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연극의 무대 구성이 기억에 남는다. 생각보다 작은 무대였는데 지하철을 오고 내려가는 계단, 사창가, 포장마차, 지하철 1호선이 운행되는 모습들을 자연스럽게 연출했다. 또한 라이브 연주가 생생하게 느껴질 수 있게 밴드 구성원들이 잘 드러나 있는 구성이 이 공연을 훨씬 더 몰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      

처음으로 서울에 온 선녀는 서울이 얼마나 어색하고 낯설었을까? 그런데 순간 선녀를 보면서 내가 서울에 올라왔던 13살 때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동안, 이 공간에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에 까먹고 있던 나의 모습이었다. 지하철을 타려고 표를 끊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몰라 헤매던 모습까지. 아마도 선녀는 선녀 나름대로 잘 적응하고 헤쳐나갔을 것으로 생각한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타인을 바라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데 이 공연을 보고 나서 이 많은 사람은 각자 어디로 향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1998년의 서울, 2019년의 서울은 많이 변했겠지만, 소외 계층에 있는 사람들을 보는 시선이 과연 많이 달라졌을까? 

이 공연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조금은 다르게 생각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나의 스쳐 지나갔던 가벼운 판단이 사실은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결국 우리는 그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나는 앞으로도 '지하철 1호선'이 계속 공연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공연을 통해 보여주고 현대의 문제점을 인지할 수 있다면 공연을 통한 생각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하철 1호선] 

- 원작을 뛰어넘는 감동 -


 

일자 : 2019.10.29 ~ 2020.01.04


시간

화~금 19시 30분

토 14시, 18시 30분

일 15시
 

*

월 공연없음

12/25 (수) 14시, 18시 30분


장소 :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


티켓가격

전석 60,000원
 

기획/제작

학전


관람연령

만 13세 이상


공연시간

170분

(인터미션 : 15분)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45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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