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책 '오늘도 잘 놀다 갑니다'

곡 차곡 쌓아올린 여행의 세계

by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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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에세이를 보면서 참으로 솔직한 사람이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여행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친구들과 함께하고 스스로를 알아가고 가족과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솔직한 사람이 쓴 글 덕분에 내 안에 숨겨둔 이야기를 작가님이 글로 써서 세상 밖에 내보낸 느낌이 들었다. 굉장히 자연스럽고 공감 가는 이야기가 많아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기억에 남은 이야기 속 나의 여행 기록도 생각하게 되었다.


p.46 여자 셋이 여행을 떠나면


나는 이 챕터를 읽으면서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에 친구와 다녀왔던 싱가포르 여행기가 떠올랐다. 그 당시 나는 엄마 친구 딸인 나의 친구를 거의 15년 만에 공항에서 처음 만났다. 공항에서 만난 이유는 바로 여행을 가기 위해서였다. 이모라고 부르는 엄마 친구와 엄마가 어느 날 통화를 하면서 엄친딸이 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데 시간이 안 맞아 여행을 못 가고 있다는 말을 시작으로 내가 같이 가게 되었다.


어릴 때 자주 봤고 엄마들끼리는 워낙 친하다 보니 이야기를 종종 들어서 내적 친밀감은 있었지만 낯선 사람과 여행하는 기분이고 오히려 불편하기도 했다. 우리가 싸우면 엄마들의 사이가 곤란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척 더웠던 싱가포르의 날씨, 싱가포르도 코로나 직전이라 예민하고 신경 쓸 것이 많았던 분위기, 지금보다 더 빡빡하고 계획적인 나의 성격으로 중간중간 날카로운 말투가 나왔고 나는 그게 친구한테 너무 미안했다.


미안함을 전하니 무던하고 쿨한 내 친구는 오히려 내 덕분에 여행을 잘했다고 말해주고 당시 길을 잘 못 찾는 나를 대신해서 길을 찾아주고 서로 협동하며 여행을 마무리했다.


그 이후에 우리는 일 년에 한두 번씩 만나면서 그때 즐거웠던 추억을 이야기하고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이 챕터를 읽으면서 작가가 말한 꼬깃꼬깃한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꼬깃함을 인정하고 친구에게 내 마음을 전하면서 우리는 여전히 친하게 지내고 있고 작가님의 그런 솔직함을 친구들도 잘 알고 있지 않을까 싶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이다.


p.88 불편해야 낭만이지


몽골 여행에 관한 글은 작년에 다녀온 몽골 여행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20대와는 다르게 30대는 몸이 편한 것을 확실히 추구하게 된다. 어릴 때는 여행 이후의 컨디션을 고려하지 않아도 됐는데 30대는 이상하게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의 컨디션을 고려하게 된다.


몽골은 불편했다. 잠자리도, 화장실도 음식도 말이다. 심지어 냉장고도 없었다. 그리고 패키지로 갔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불편함이 있었지만 신기하게도 좋았던 기억만 남아있다.


쏟아지는 별, 서늘해서 담요를 덮고 먹던 컵라면, 3d 같던 구름과 드넓은 땅. 신기했던 낙타까지 말이다. 그런 것들을 떠올렸을 때 나는 몽골을 또 가고 싶다. 심지어 여름에 한 번 더 가고 싶고 눈으로 뒤덮여있을 겨울도 궁금하다. 언젠가 꼭 가야지 하는 마음이 있어서 몽골 에피소드에 공감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책을 다 읽고 ‘아 여행 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내가 가보지 못한 나라는 많고 내가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게 많구나를 느꼈다. 내가 이미 다녀온 나라는 그때의 기억을 생각하며 책을 읽을 수 있었고 내가 가보지 않은 나라는 그곳을 상상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솔직하고 표현력이 많은 글 덕분에 내가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친한 언니가 마치 여행 이야기를 썰로 풀어주듯 들리는 느낌도 들었다.


선선해진 날씨에 가을바람을 느끼면서 유쾌하게 책을 읽을 수 있었던 일주일이 참 좋았다. 다음 달에 도쿄를 다녀올 예정인데 나는 또 어떤 이야기를 채워올지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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