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로미오와 줄리엣은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고전 작품 중 하나이다. 내가 어릴 때 읽었던 책, 미국에서 16살에 교환학생을 다녀왔던 시절에 영어 수업에서 공부했던 영화와 희곡을 생각하면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이 당시 숙제가 로미오를 생각하며 줄리엣의 일기를 써오는 것이었는데 옛 느낌을 내려고 필기체를 쓰고, 라이터를 사용해 그을린듯한 느낌을 내려고 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 그만큼 옛 작품이었다. 친숙한 작품이 뮤지컬로 나온다고 했을 때 기대가 되었고 엄마도 이미 알고 있는 줄거리라 더 재미있게 볼 것 같아서 함께 다녀왔다.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뒀었지만 이번 뮤지컬을 보면서 원수 가문의 분위기를 볼 수 있어서 재밌었다. 레드와 블루로 가문의 색을 나눴고 그 가문에 속한 사람들의 느낌이 달랐다. 레드, 캐플 가문은 정제되어 있고 깔끔한 느낌이라면 블루, 몬테규 가문은 자유롭고 도발적인 느낌이 강했다.
또한 베로나라는 나라에 대해 알려주면서 전쟁, 사회적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풀어주는데 이 둘의 사랑 이야기 말고 다른 것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현대무용, 아크로바틱을 접목한 군무는 역동적이고 보는 내내 집중을 할 수 있었다. 얼마나 많은 연습과 호흡을 맞췄을지를 생각하면 더욱 대단하게 느껴진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첫눈에 반하는 장면에서도 노래가 마냥 잔잔하지 않아서 생동감이 있었다. 줄리엣과 로미오의 사랑은 철없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10대라면 충분히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저 묵묵히 지켜봤다. 내가 10대에 이 공연을 봤다면 로미오와 줄리엣이 답답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을 텐데 30대의 시각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웃기기도 했다.
죽음을 연기한 무용수가 있는데 이 뮤지컬에서 사람들이 죽을 때 이 무용수가 등장하는 게 인상 깊었다. 죽음을 무용으로 보게 되면서 더 와닿았다. '죽음'은 눈으로 볼 수 없지만 그걸 관객들 눈으로 볼 수 있게 했기 때문에 신선했다. 이런 시각으로도 바라볼 수 있구나를 느낀 공연이다.
사랑 이야기와 함께 정말 볼거리가 많은 뮤지컬이었다. 친숙한 줄거리여도 그 나라의 느낌, 가문의 분위기를 색깔, 에너지, 배우의 움직임을 통해 다채롭게 표현했다. 다양한 시선으로 공연을 만들 수 있구나를 알게 해줬다. 이런 점 덕분에 공연은 봐도 봐도 끝도 없이 재밌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번에 본 로미오는 굉장히 순한 느낌의 소년이었기 때문에 다른 로미오들이 어땠을까 하는 궁금함이 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다른 배우들의 공연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