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스토리의 역설

당신이 스타벅스를 갈 때 스토리를 생각하지 않는 이유

by 진담대표컨설턴트


"너 그거 어디서 샀어?"


카페에서 친구가 묻습니다. 당신은 새로 산 가방을 자랑하고 싶어서 일부러 테이블 위에 올려놨죠. 이제 뭐라고 대답할 건가요?

"음, 그게... 이 브랜드는 1985년에 창업자가 작은 공방에서 시작해서..."

이렇게 말할 건가요? 친구는 딴청 피울 겁니다. 아무도 그런 거 듣고 싶어 하지 않거든요.

대신 이렇게 말하겠죠.

"야, 이거 요즘 인스타에서 완전 난리야. 패키징이 진짜 미쳤어."

이게 브랜드 스토리의 진짜 모습입니다. 홈페이지에 적힌 창업 스토리가 아니라, 친구에게 신나서 떠들 수 있는 '이야깃거리' 말이죠.




홈페이지 연혁, 아무도 안 읽습니다


하나 물어볼까요?

당신이 어떤 브랜드 홈페이지 들어가서 "회사소개 > 브랜드 스토리" 페이지를 클릭해본 적이 언제인가요? 취업 준비할 때? 아니면 거래처 미팅 준비할 때?

일반 고객은 절대 안 들어갑니다. 그런데 많은 기업들이 거기에 공을 들입니다.


"1985년, 작은 카페에서 시작한 우리 회사는..."
"고객 만족을 최우선 가치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며..." 미안하지만 아무도 안 읽습니다.


진짜 브랜드 스토리는 고객이 '찾아와서 읽는' 게 아닙니다. 고객의 '입을 통해 퍼지는' 겁니다. 친구에게, 동료에게, SNS에 자랑할 수 있는 작은 '이야깃거리 조각'들이 진짜 스토리입니다.

그럼 최근 우리가 좋아하는 브랜드들은 이 '이야깃거리'를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인증샷을 부르는 공간: 젠틀몬스터


"거기 가봤어? 진짜 이상하게 멋있더라."

젠틀몬스터 매장에 가면 선글라스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거대한 로봇입니다. 아니면 천장에서 움직이는 기괴한 조형물이거나, 벽을 가득 채운 알 수 없는 설치미술이죠. 대체 선글라스 가게에 왜 이런 게 있는 걸까요? 이야깃거리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고객들은 선글라스를 사러 갔다가 휴대폰을 꺼냅니다. 사진 찍어야 하니까요. 그리고 인스타에 올립니다. "젠틀몬스터 매장 진짜 미쳤다"라는 캡션과 함께.

이게 젠틀몬스터의 브랜드 스토리입니다. "우리는 평범함을 거부한다"는 철학이고, 그 철학을 홈페이지에 설명하는 대신 '인증샷이 나오는 공간'이라는 이야깃거리로 만든 겁니다.


아모레퍼시픽 성수 리필 스테이션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속가능성, 친환경, ESG... 이런 단어들 나열하는 대신, 예쁜 리필 용기에 내용물을 담아가는 '경험'을 만들었습니다.

고객들은 그 경험을 사진으로 찍어 올립니다. "나도 오늘부터 친환경!" 이게 이야깃거리입니다. 딱딱한 ESG 보고서가 아니라, 손에 들린 예쁜 용기 사진 한 장이 브랜드 스토리가 되는 거죠.




말도 안 되는 규칙: 마켓컬리


"야, 컬리 진짜 미쳤어. 어젯밤에 주문했는데 오늘 아침에 문 앞에 있더라고."

대한민국의 새벽을 들썩이게 만든 주인공, 이 한 문장이 마켓컬리의 브랜드 스토리입니다.

마켓컬리가 "우리는 혁신적인 물류 시스템과 최첨단 콜드체인을 구축하여..." 이렇게 설명하면 아무도 관심 없습니다. 하지만 '밤에 주문하면 아침에 온다'는 놀라운 경험을 던져주면, 고객이 알아서 이야기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진짜 신기하지 않아?"
"나도 컬리 써봐야겠다."


가장 강력한 이야깃거리는 "말도 안 돼!"라는 감탄입니다. 고객의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파격적인 규칙' 자체가 브랜드 스토리가 되는 겁니다. 쿠팡도 마찬가지죠. "로켓배송"이라는 이름부터 이야깃거리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다음 날 아침 일찍 도착하는 택배를 보며 고객들은 중얼거립니다.


"쿠팡이 진짜 빠르긴 빠르네."


이게 스토리입니다. 물류센터 몇 개 있고 직원 몇 명이고... 이런 정보가 아니라, '믿을 수 없이 빠른 배송'이라는 단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독보적인 브랜드를 만듭니다.




취향을 인정받는 자부심: 블루보틀

블루보틀을 마시는 사람들이 원하는 건 이겁니다. '커피를 아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

블루보틀 매장에 가면 메뉴판이 복잡하지 않습니다. 시럽도 없고, 휘핑크림도 없고, 각종 토핑도 없습니다. 그냥 원두 종류와 추출 방식만 있죠.


"오늘은 케냐 키암부를 드립으로 내려드릴게요."


바리스타가 이렇게 말할 때, 고객은 뭘 느끼는가? '나는 커피 본연의 맛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입니다. '스타벅스처럼 달달한 거 마시는 게 아니라, 원두 본연의 맛을 아는 사람이다. 나는 진짜 커피를 마신다.' 이 자부심이 이야깃거리가 됩니다. SNS에 블루보틀 컵을 올릴 때, 단순히 커피 사진이 아니라 '나는 커피에 진심인 사람'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겁니다.


무신사 스탠다드도 비슷합니다. "이거 무신사 스탠다드야" 이 한 마디가 브랜드 스토리입니다. 단순한 옷이 아니라, '트렌드를 아는 사람이 선택하는 베이직'이 되는 거죠. 합리적인 가격에 깔끔한 디자인, 그리고 "무신사에서 골랐다"는 한 마디가 패션 안목을 증명합니다.




브랜드 스토리는 '이야깃거리'를 주는 것입니다


정리하겠습니다.

브랜드 스토리를 더 이상 긴 문장으로 쓰지 마세요. 아무도 안 읽습니다.

대신 이것만 고민하세요.


"우리 브랜드를 고객들이 친구에게 어떻게 말하게 만들까?"


"거기 가봤어? 진짜 미쳤더라" (젠틀몬스터)

"지금 주문해 새벽에 와" (쿠팡/마켓컬리)

"이거 29CM에서 샀어" (취향 자랑)


이게 이야깃거리입니다. 이 짧은 한 마디가 100줄의 서사보다 강력합니다.

그 이야깃거리는 매장의 이상한 공간일 수도 있고, 파격적인 배송 규칙일 수도 있고, 제품 패키지의 과감한 문구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형태든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건 고객의 입을 열리게 하는 것입니다.

고객을 스토리텔러로 만드는 것입니다.


고객에게 '이야깃거리의 조각'을 제공하세요. 그들이 당신의 브랜드를 대신 이야기하기 시작할 때, 당신의 스토리는 비로소 살아서 퍼져나갑니다.

그리고 그게 진짜 브랜드 스토리입니다. 읽히는 게 아니라, 말해지는 스토리.


P.S. 당신의 브랜드를 마지막으로 누군가에게 추천한 친구는 뭐라고 말했을까요? 그게 바로 당신의 진짜 브랜드 스토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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