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사랑하는 나] 말의 무게

말의 무게를 다루는 연습

by 노라a

요즘 따라 고민이 되는 시간이 있습니다. 바로 잠들기 직전 시간입니다.

단단한 근육질 몸매와는 달리 아직 몽글몽글 순두부 같은 두찌의 마음에는 아주 작은 농담이 농담 같지가 않나 봅니다. 토라지기 일쑤고, 가끔은 눈물까지 흘려 작은 장난 후 이를 달래느라 진땀을 빼는 시간. 바로 잠들기 직전의 작은 과정이 되어버렸습니다.

너무 진지한 거 아니야? 그냥 장난이잖아.

하고 뭉개버리고 지나가기엔 그 말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지는 시기입니다.


어느 날, 아침 조깅에 함께한 두찌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공놀이를 하려는데 내가 공을 던졌어. 너는 어떻게 할 거야?

응? 피하거나 받아쳐야지.

그게 테니스나 배드민턴이라면?

응? 그럼 완전히 잘 칠 수 있지!


그래 맞아. 말은 공과 같단다.

너를 향해 공격하려고 던진 공도, 너에게 장난처럼 던진 공도, 네가 어떻게 받아치느냐에 따라 상처가 될 수 있거나 받아 침으로서 아무렇지 않거나, 오히려 더 자신감이 생길 수 있지.


쿵푸팬더4에도 이런 장면이 있어. 여우가 팬더를 공격하려고 던진 칼도 팬더는 와오! 하며 받아내잖아?

상대가 던진 그 공이 정말 너를 아프게 하려고 던진 공일지라도 네가 받아서 넘기든 쿵푸팬더의 포처럼 받아버리든 네가 선택하는 것이란다. 그 공을 그냥 맞고 있는다고 생각하면 어때? 아프기만 하겠지?

한 살 한 살 언니가 될수록 던져지는 공이 무척이나 많고 다양하단다. 그냥 맞고만 있는 것보다 네가 어떻게 쳐내고 받아지는지에 따라서 놀이가 되고 네게 더 큰 자신감을 줄 수 있어. 엄마는 네가 그 공을 그냥 맞는다면 너무 속상할 것 같아.


포의 이야기에서는 까르르 웃음이 터졌던 두찌의 얼굴에 의미심장한 표정이 스쳐 지나갑니다.


두찌에게는 짓궂은 막내 외삼촌이 있습니다. 밥을 먹을 때도 스스로 먹지 않을 때는 일곱 살인데 아직 스스로 못 먹냐며 놀리고, 걸어갈 때는 가만히 얌전히 걸으라 잔소리하고 또 다이*에서 무엇을 사달라고 엄마를 찾아 조르려고 할 때는 막아서서 ‘필요한 걸 사야지’하는 악당 보스 스타일입니다. 외삼촌의 입장에서 누나가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를, 아이들이 엄마만을 너무 찾는 게 육아에 힘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또 다른 사랑인 줄은 아직 모르겠죠.

그런데 이 삼촌의 놀림에 두찌의 반응이 다릅니다. 삼촌의 작은 장난에 삐지거나 우는 게 아닐지 염려스러워 쳐다보았는데 웃음 짓고 말았습니다. 여느 때와는 달리 마치 쿵푸팬더 푸의 표정을 기억하기라도 하는 듯, 삼촌을 함께 놀리고 상황을 지나치는 두찌를 본 것이죠.

쿵푸팬더.jpeg


말의 무게란 그렇습니다.

‘그냥 지나쳐도 될 말’의 기준이 성립되지 않았을 나이, 이때 이 말이 가벼운지 무거운지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어른이 된 지금도 그 말의 무게가 상황이 지나고 나서야 ‘가벼웠구나’ 혹은 ‘무거웠구나’를 아는 경우도 굉장히 많습니다. 특히 면접을 치르고 난 후에 오는 ‘말의 무게’에 우리는 벽치기를 할 때도 있고, 연인과 헤어진 다음 날 ‘이불킥’할 때도 있죠.


이런 상황을 피할 수는 없어요. 다만, 우리는 이런 상황들을 어떻게 대처하고 우리에게 어떤 영양분으로 사용할지를 ‘선택’할 수 있어요.


공에 대한 이야기로 길어진 조깅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던, 어느 여름날.

당신은 어떤 게임을 하실 생각인가요? 당신에게 던져진 공을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선택은 당신이 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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