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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실연필 Jan 06. 2022

달팽이 선생님 (1화. 일곱 살, 로라)

특수교육대상 유아의 학교 입학 : 엄마가 꼭 해야 할 세 가지

제1화 일곱 살, 로라
8시 30분,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다. 졸린 눈의 로라를 번쩍 안아 소파에 앉혔다. 잔머리가 삐져나와 얼굴을 간질이지 않도록 단단히 머리를 묶고 로라가 좋아하는 레이디 버그 삔을 꽂았다. 로라는 요즘 레이드 버그 옷이 아니면 입지 않는다. 옷장에서 두 벌의 티셔츠를 찾아 로라에게 보여줬다. 오늘은 손으로 쓰다듬으면 다른 그림이 나오는 스팽글 당첨! 그래도 오늘 아침은 무난하구나, 잘하면 9시까지 도착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보인다.

어쩌면 로라가 유치원 버스를 안타는 게 다행일지 모른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탑승해야 하는 유치원 버스를 태우는 건 분명 로라에게도, 내게도 버거운 일이었을 테니까. 차라리 로라에게 익숙한 내 차를 타고 로라가 좋아하는 레고를 준비해 두는 게 훨씬 나았다. 출발할 때 자동으로 켜지도록 세팅한 레이드 버그 노래가 시작되면 로라는 금세 진정됐기 때문이다.

아무렴 어때, 보통의 일상처럼 유치원에 간다는 것만으로도 난 여전히 가슴 벅차다. 로라가 다른 아이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걸 깨닫기 시작하면서 부랴부랴 알아본 많은 유치원들, 그리고 적응기간, 퇴소. 이 시기의 우리 가족은 꽤나 힘든 시간을 보냈다. 로라는 갑자기 바뀐 생활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숨이 넘어가도록 울었다. 교실은커녕 유치원 문 앞에도 로라를 안고서야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

그 후, 다행히 집 근처 단설 유치원에 입학하면서 특수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로라는 그 전처럼 유치원 입구부터 바닥에 주저앉거나 누워서 교실 안으로 들어가길 거부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씽씽이나 붕붕이를 가져와 로라를 태우는 방법으로 매일 조금씩 교실로 들어갈 수 있게 유도했다. 확실히 선생님의 아이디어는 로라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로라의 유치원 생활은 그렇게 시작됐다.

어느덧 등원 준비를 마치고 로라를 카시트에 앉혔다. 오늘은 제발 조이 엄마를 만나지 않았으면... 조이는 로라와 같은 특수학급 친구이다. '특수'라는 말로 한 반이 되긴 했지만 조이는 로라와 많이 달랐다.

조이는 서툴지만 말을 할 수 있었고, 다른 반 친구들과 같이 놀고 싶어 했다. 좋아하는 놀잇감이 있으면 혼자서만 노는 로라와는 딴판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아이들은 원래 다 다르니까. 로라가 혼자서만 조금 특별한 게 아니란 사실이 위로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나도 조이 엄마가 있어서 덜 외로웠다.

하지만 로라와 조이가 초등학교 배치 신청서를 써야 하는 지금, 나는 조이 엄마가 어쩐지 부담스러웠다. 조이 엄마는 새로 오신 특수 선생님이 좋다는 일반초등학교에 함께 입학하자고 날마다 권했다. 발이 넓은 조이 엄마는 모임이 많았고 그때마다 귀가 솔깃해지는 엄마들 사이의 소문을 공유해주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조이 엄마의 권유에 선뜻 마음이 가지 않았다. 로라와 조이는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우물쭈물 결정하지 못하는 나를 조이 엄마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바라봤다.

솔직히 말하면, 난 아직 로라의 유치원 생활도 벅차다. 그런데 초등학교 입학이라니! 레이디 버그 가방을 메고 학교 가는 로라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까? 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숙제. 그건 바로 로라의 초등학교 입학 문제였다.

검색 창에 입학과 유예를 반복해서 입력하며 난 오늘도 고민만 하고 있다. 조이 엄마 말대로 조이와 함께 같은 학교에 가는 게 맞을까? 근처에 특수학교라는 곳도 있던데 그곳은 어떤 곳일까? 우리 로라에게 맞는 학교는 어딜까? 도대체 난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까?

로라 엄마는 지금 누구보다 외롭고 막막합니다. 로라가 다른 친구들처럼 유치원에 가는 것만으로도 기뻤던 로라 엄마는, 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을 다시 만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계신 것 같아요. 그도 그럴 것이 로라의 유치원 적응기가 그만큼 힘들고 어려웠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는 건, 부모님과의 유아기를 잘 보내고 아이가 한 단계 성장했음을 알려주는 인생의 '마디'와 같습니다. 그렇기에 유아에서 초등학생이 되는 입학은 아이에게도, 부모님에게도 크게 축하받아야 할 일이 분명합니다. 잘 커준 우리 아이가 대견하고, 잘 키운 부모님도 마땅히 축하받아야 할 인생의 기쁜 이벤트, 아마도 그것이 초등학교 입학의 의미일 겁니다.


그런데 로라와 같이 유치원에서 특수교육대상 유아로 선정된 아이들은 학교 입학을 앞두고 설렘 반, 걱정 반의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로라 엄마처럼요. 주위 엄마들로부터 여러 정보와 소문들을 듣지만 정작 우리 아이에게 맞는지 확신할 수 없고, 도대체 누구에게 뭘 물어야 하는지도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더구나 특수교육대상 유아의 학교 배치 신청서엔 희망 학급을 세 군데나 적어야 하기 때문에 어떤 학교를 무슨 근거로 적어야 할지도 막막하실 겁니다.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으로 고민스러운 학부모님께 이렇게 권합니다.

딱! 세 번만 전화하세요.

1. 주소지의 특수교육센터 선정 배치 담당 선생님
2. 주소지 일반초등학교 특수학급 선생님
3. 주소지 특수학교 교무실 교무 선생님

첫 번째. 지금 살고 계시는 주소지에 소재한 ○○시군구 교육지원청이 있을 겁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시면 교육지원청 안에 조직된 '특수교육지원센터'를 찾으실 수 있어요. 교육청에 전화를 하면 교육과나 행정과에서 받으실 텐데 그때 "특수교육지원센터 선생님과 통화하고 싶습니다."라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특수교육센터에도 많은 선생님이 계시기 때문에 그중에서 학생 선정, 배치와 관련된 분과 통화하시고 아이의 인적사항(이름, 생년월일, 현재 소속 유치원)에 대해 알려주세요. 학교 입학을 앞두고 주소지 근처 초등학교 특수학급에 대해 안내를 부탁하시면 됩니다. 배치 신청서에도 희망 학급을 세 학교 적어야 하므로 집 주소를 기준으로 한 근거리의 세 학교를 안내해달라고 요청하세요.


이때 체크하실 건 안내받은 학교의 내년 학급 현황입니다. 아이가 입학하는 연도를 기준으로 특수학급엔 몇 명의 아이들이 있는지(초등과정 특수학급 정원은 6명입니다. 6명이 넘는 과밀학급이 아닌지 확인하세요.)를 먼저 확인하세요.


두 번째.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안내받은 초등학교 특수학급에 전화를 하는 것입니다. 이때, 내년 학급 현황이 과밀인 학급은 가급적 후 순위로 하시길 권유합니다. 정원에 여유가 있는 특수학급에 전화를 하신 후, 상담을 요청하세요. 보통 선생님들의 수업이 오후 3시 전후하여 마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 시간대에 전화하시는 게 좋습니다.


학교 대표 번호인 교무실에 전화하셔서 "내년 입학을 희망하는 특수교육대상 유아 학부모인데, 특수학급 선생님과 통화하고 싶습니다."라고 말씀하시면 바로 연결해주십니다. 선생님과 통화하시면서 1) 아이 인적 사항을 알려주시고, 2) 내년 학급 현황도 다시 한번 확인하세요.


특수학급의 경우 학교마다 아이들의 장애 정도나 지원 인력의 유무가 다릅니다. 현재 특수학급에 지원 인력은 있는지(통합 교육 시 지원이 가능한지의 여부)도 여쭤보세요. 만약 특수학급에 먼저 입학한 학생 중 일상생활 전반에 집중적인 케어가 필요한 친구가 있다면 통합 교육 지원 시간이 여의치 않을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주소지 근처의 특수학교에 문의합니다. 특수학교는 대표 번호로 전화하시고 교무실이 연결되면 "내년 입학을 희망하는 특수교육대상 유아 학부모인데, 교무 선생님과 통화하고 싶습니다."라고 말씀하세요. 특수학교는 매년 학년반의 담임이 바뀌므로 학생들 입학과 졸업 현황을 담당하시는 교무부장 선생님이 계십니다.


교무 부장 선생님과 통화하시면서 1) 아이 인적 사항을 알려주시고, 2) 내년 1학년 학급 현황 안내를 요청하세요. 교무 부장 선생님의 안내 후 특수학교 1학년의 구체적인 생활 안내가 필요하다면 현재 1학년 담임이신 선생님과의 상담을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아이가 입학할 땐 다른 선생님께서 1학년 담임을 맡게 되겠지만 특수학교 생활 일과나 교육과정, 시간표는 크게 달라지지 않으므로 학교 선택에 대한 정보가 될 수 있습니다.


학교 입학을 앞두고 여러 가지 현실적인 고민과 걱정이 앞서겠지만 불확실한 정보에 의지하기보다는 우리 아이에게 맞는 교육환경은 내가 직접 알아본다는 마음으로 꼭 전화하시면 좋겠습니다.


제 경우, 입학 전 상담을 통해 학년부장님께 내년 학급 현황에 대해 미리 말씀드릴 수 있어서 교육과정을 준비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학교가 준비된 상태이니 아이들도 적응하는데 한결 수월했고요.


입학 전 상담은 우리 아이, 학부모님, 선생님에게 큰 도움을 줍니다. 망설이지 말고 꼭 전화하세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17조(특수교육대상자의 배치 및 교육) ① 교육장 또는 교육감은 제15조에 따라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된 사람을 해당 특수교육운영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배치하여 교육하여야 한다.  <개정 2021. 3. 23.>
1. 일반학교의 일반학급
2. 일반학교의 특수학급
3. 특수학교  
② 교육장 또는 교육감은 제1항에 따라 특수교육대상자를 배치할 때에는 특수교육대상자의 장애정도ㆍ능력ㆍ보호자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거주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배치하여야 한다.  
③ 교육감이 관할 구역 내에 거주하는 특수교육대상자를 다른 시ㆍ도에 소재하는 각급 학교 등에 배치하고자 할 때에는 해당 시ㆍ도 교육감(국립학교의 경우에는 해당 학교의 장을 말한다)과 협의하여야 한다.  
④ 제3항에 따라 특수교육대상자의 배치를 요구받은 교육감 또는 국립학교의 장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그 요구를 따라야 한다.  <개정 2021. 3. 23.>  ⑤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특수교육대상자의 배치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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