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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15. 2022
달팽이 선생님(7화. 통합학급 적응기간, 왜 하나요?)
3월 통합학급 적응기간 알아보기
제7화. 통합학급 적응기간, 왜 하나요?
조이와 교문 앞에서 헤어졌다. 특수 선생님이 조이를 기다리고 계셨다. 나는 선생님의 조언대로 교문 앞에서 조이와 인사를 나눴다. 엄마인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여기까지였다.
선생님의 손을 잡고 1학년 교실동으로 걸어가는 조이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아이를 바라보고 또 바라봤다. 저 조그만 등에 매달린 코끼리 같은 책가방이 저 아이가 짊어져야 할 인생의 무게 같기도, 혼자 해결해야 할 숙제 같기도 했다.
오늘처럼 조이의 손을 놓아야 할 때가 언젠가 오겠지. 내가 해결해줄 수 없는 인생의 관문들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그저 지켜봐야 할 때가 오겠지. 과연 나는 저 아이의 인생에서 언제까지 함께 할 수 있을까.
조이의 뒷모습을 이렇게 지켜보는 일이 어쩌면 처음인 것도 같다. 조이가 나를 닮은 건 아닐까. 익숙지 않은 이 풍경에 나 역시 괜스레 마음이 글썽인다. 낯선 기분을 느끼는 건 아직 조이에게도, 나에게도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조이가 1학년 교실동 앞에서 선생님과 실내화 갈아 신는 걸 지켜봤다. 집에서 백 번도 넘게 연습했는데, 선생님과 다시 배우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아이도 긴장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나도 이렇게 마음이 울렁이는데 아이는 오죽할까 싶어 한 편으로 기가 막힌다. 통합이 뭐라고 애 혼자 덜렁, 이렇게 보내버렸을까. 나의 결정이 너무 매정했던 건 아닌지 조이를 지켜보는 이 순간이 뭐라 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다.
차라리 지금 특수반으로 가는 거라면 정체모를 이 불안이 훨씬 덜할 것 같다. 하지만 특수 선생님과도 딱 1학년 교실 앞까지 만이다.
입학식 후 안내장을 살펴보니 오늘부터 2주 동안 통합학급 적응기간을 실시하다고 쓰여 있었다. 통합학급 적응기간?
선생님께 여쭤보니 2주 동안 특수반에는 가지 않고 오로지 1학년 교실에서 함께 공부하고 생활한단다. 하루에 두 시간은 특수반에 간다고 하더니, 이건 또 무슨 말인지.
아마 내가 이렇게 안심이 안 되는 건 그 '통합학급 적응기간'이라는 말에 나조차 적응이 안돼서 일 거다. 특수 선생님이 1학년 교실에 수시로 가보신다고 하셨지만...
아주 솔직한 마음으론 '통합학급 적응기간' 이란 걸 왜 하나 싶다. 갑자기 나 자신이 조이를 외딴섬에 혼자 두고 온 나쁜 엄마가 된 것 같다.
아니, '통합학급 적응기간' 이라니. 도대체 이런 걸 왜 하는 걸까.
교문 앞에서 조이와 인사를 나눈 엄마의 마음이 얼마나 짠하실까요. 언제나 엄마와 함께 할 것 같던 아이가 어느새 초등학생이 되어 스스로 뚜벅뚜벅 걸어갈 때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론 불안한 게 모든 엄마의 마음 아닌가 싶습니다.
더욱이, 새 학기가 시작되고 2주 동안 통합학급에서만 생활하는 적응기간이라니 조이 엄마의 말씀대로 걱정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분명히 특수학급으로 배치를 신청했는데, 왜 통합학급 적응기간을 두는지 이유가 그 궁금하신 것도 충분히 이해됩니다.
그래서 오늘은 일반학교에서 3월에 실시하는 '통합학급 적응기간'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려 합니다.
1. '통합학급 적응기간'의 목적
통합학급 적응기간이란?
학년 초 특수교육대상 학생이 처음부터 특수학급으로 분리되어 교육받지 않고, 학급 구성원으로서 일반학급에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담임교사, 친구, 교실 환경 등에 적응하는 기간. (대개 1~2주 정도의 기간 동안 완전 통합의 형태로 운영되며, 이 기간이 끝나면 일정 시간 특수학급에서 수업하는 시간제 특수학급으로 참여함.)
통합학급 적응 기간의 목적은 아이가 학급의 구성원으로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합니다.
3월 새 학기가 시작되면 작년과는 다른 담임 선생님, 친구들을 만나게 됩니다. 때문에 선생님도 아이들도, 서로가 친해지고 익숙해질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의 양이 필요하답니다.
적응 기간은 교사와 학교마다 편차가 있지만 제 경우 재학생은 1주일, 1학년 학생은 2주일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학교마다, 담당 교사마다 운영 기간이 조금씩 다릅니다. 참고해주세요.)
다만, 아이의 특성상 학교 생활에 전반적인 케어가 필요한 경우에는 학부모님, 통합반 선생님과의 협의를 통해 1주 이내로 적응 기간을 줄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치원을 졸업하고 이제 막 입학한 1학년 학생들은 새로운 학교 생활에 적응하느라 모두가 분주하고 서툴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조이처럼 꼭 특수교육대상 학생이 아니더라도 학교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들이 정말 많습니다.
아이들마다 다소 간의 차이는 있겠으나, 유치원 생활의 루틴을 벗고 학교 생활 일과에 적응하기까지는 짧게는 한 달, 길 게는 두 달 정도의 기간이 걸립니다. 이 시기에는 사실 아이들이 제 때에 일어나서 등교하는 것만으로도 대견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학교는 유치원처럼 아늑한 방 같은 느낌이 전혀 없는 딱딱한 학습 공간인 데다, 마음대로 돌아다녀서도 안되고, 40분간 가만히 앉아서 책을 펴고 공부하는 곳입니다. 게다가 쉬는 시간은 딱 10분이고 화장실 뒤처리도 스스로 해야 하죠. 이 모든 일상의 변화가 아이들에게는 적응하기 어려운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3월 첫 주 1학년 교실 앞은 언제나 시끌벅적합니다. 공부 시간에도 화장실 가는 아이, 학교 오기 싫다고 우는 아이, 복도에서 친구와 싸우는 아이들과 말리는 선생님, 급식실에서 우당탕 식판 떨어뜨리는 아이, 하루 종일 배 아프다는 아이, 교실 밖으로 나가서 선생님이 찾으러 다녀야 하는 아이, 그중 화장실 실수하는 아이들은 아주 평범한 축에 속할 정도로 정신없는 하루하루의 연속이랍니다.
이렇게 3월의 시간은 모든 아이들이 각자의 개성과 학교 생활 적응의 힘듦을 표현하는 시기입니다. 때문에 우리 아이만 적응하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은 잠시 접어두셔도 좋습니다.
조이와 같은 특수교육대상 학생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함께 적응하는 시기이기에 오히려 실수를 통해 함께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더 많기 때문입니다.
특수교사 또한 수시로 아이들 반을 순회하며 도움이 필요한 아이는 없는지, 지나친 불안이나 긴장으로 힘든 아이는 없는지 체크합니다. 필요하다면 학부모님과의 협의를 통해 적응기간 중에도 특수 선생님과 적응 활동을 실시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아이에 대한 소통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으니 특수 선생님과 함께 의논하시면 좋겠습니다.
2. 통합학급에서 배우는 것
그렇다면 우리 아이는 통합학급 적응기간 동안 무엇을 중점적으로 배우게 될까요?
이 기간 동안 아이들은 교실에서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는 법을 배웁니다. 바로 기본생활습관과 학습 준비 태도에 관한 것인데요.
어른들이 보기엔 매우 간단해 보이지만 아이들에겐 익숙지 않은 것들을 하나하나 세세히, 직접 경험해보며 익힌답니다.
교실에서 선생님과 줄 서는 연습하기, 사물함 준비물 정리하기, 교과서 펴기, 학급 물품 사용하는 방법 익히기, 공부 시간과 쉬는 시간을 구분하여 행동하기, 우리 반만의 교실 구호와 약속 정하고 지키는 연습하기, 화장실 사용하기, 급식실·체육관·다목적실 같은 학교 시설 이용하기, 모둠을 구성하고 함께 활동하기 등과 같은 우리 반의 구성원이라면 꼭 알아야 할 것들을 배우는 것이죠.
민트 초코단의 우리 조이처럼 개성 넘치는 아이들을 한 학급의 구성원이라는 관계로 묶고 담임 선생님과 기본생활습관을 정립하는 것이 3월 교육활동의 전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이 기간에 통합학급의 교육활동 참여는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통합학급 적응기간은 다음과 같은 원칙으로 실시됩니다.
학급규칙을 지키는 방법을 배우고 또래 친구들과 수업 활동에 똑같이 참여합니다.
무조건적인 배려보다 필요한 만큼의 도움을 받아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같은 반 친구들의 시범을 보고 모방 효과를 통해 배울 수 있도록 지도합니다.
3. 특수학급에서 준비하는 것
우리 아이들이 통합학급에서 생활하는 동안 특수 선생님은 무엇을 하실까요? 아직 특수학급 수업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특수교사는 일 년의 특수교육 농사를 시작하는 마음으로 진단 평가를 실시하고 개별화교육지원팀 협의를 준비합니다.
사실, 특수교육의 꽃은 개별화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개별적인 특성에 맞춰 교육활동을 계획하고 평가하는 교육과정 자체가 특수교육의 강점이며 필요한 이유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때문에, 아이들과 1학기 개별화교육을 어떻게 계획하느냐에 따라 교육활동의 질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개별화교육'이란 무엇일까요?
개별화 교육
각급 학교의 장이 특수교육 대상자 개인의 능력을 계발하기 위하여 장애 유형 및 장애 특성에 적합한 교육목표, 교육방법, 교육내용, 특수교육 관련 서비스 등이 포함된 계획을 수립하여 실시하는 교육이다.
(출처: 특수교육학 용어사전, 2009., 국립 특수교육원)
개별화교육은 말 그대로 개별적 특성을 바탕으로 하기에 특수교사는 이 기간 동안 아이들의 학습, 생활 전반의 현재 수행 능력을 점검하는 진단 평가를 실시합니다.
예를 들어 학생의 한글 이해 수준을 진단 평가한다면 단순히 한글을 아는지, 모르는 지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세심한 기준으로 현재 학생의 이해가 어디까지 도달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나비'라는 낱말을 제시한다면 여러 가지 그림 카드 중에서 '나비'를 고를 수 있는지, 그림과 글자를 함께 제시해야 읽을 수 있는지, 글자만 보고도 읽을 수 있는지, '나'와 '비'를 구분하여 읽을 수 있는지, '나'를 'ㄴ'과 'ㅏ'로 분리하는 음소 분리를 할 수 있는지를 진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학생의 현재 수준을 정확히 파악한 후에야 그에 맞는 교육계획을 수립할 수 있기에 3월의 진단평가는 그만큼 중요한 교육활동이 됩니다. 또 학습적인 진단평가 외에도 필요하다면 지능 검사, 사회성숙도 검사 등의 표준화된 검사들도 활용합니다.
진단평가는 보통 3월 첫 주 통합반 적응 기간 중 학부모님과 담임 선생님과의 협의를 통해 특수학급에서 실시하고 있습니다.
특수교사는 이러한 진단평가 자료를 취합하여 각 학생의 개별화교육지원팀 구성원들이 학생의 특성과 현행 수준을 이해하기 쉽도록 자료 제작하고 개별화교육지원팀 협의회를 개최합니다.
하지만 이 기간 중 특수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업무는 통합학급 적응기간을 중인 우리 아이들 관찰하고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관찰하고 지원하는 것입니다.
아이의 등, 하교 시간에 실내화를 신고 벗는 것부터 시작해서 통합반 친구들과의 문제는 없는지 수업 중 자리 이탈은 하지 않는지 수시로 통합반을 찾아갑니다. 특히 화장실의 신변처리 활동에 있어서는 조금 더 개입하여 아이가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또 급식 시간에 도움이 필요한 아이라면 통합반 친구들과 아이 옆에 앉아 배식, 급식 먹기, 잔반 처리까지 모든 과정이 익숙해질 때까지 함께 연습합니다.
아이를 둘러싼 학교 생활 전반에서 어쩌면 보이지 않는 그림자처럼 우리 아이를 관찰하고 언제 어디서나 개입하여 중재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통합학급 적응 기간 동안 특수학급에서는 다음과 같은 교육활동을 실시하며 이와 관련된 법률적 근거는 아래와 같습니다.
통합학급에 학생 정보 제공: IEP평가 결과, 행동 특성, 도전 행동
진단평가 및 상담
개별화교육지원팀 구성 및 협의 계획 마련
개별화교육 자료 수집 및 계획 수립
특수교육 및 통합교육운영계획 수립
통합학급 대상 장애이해교육 실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21조(통합교육) ① 각급 학교의 장은 교육에 관한 각종 시책을 시행하는 경우 통합교육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개정 2021. 3. 23.>
② 제17조에 따라 특수교육대상자를 배치받은 일반학교의 장은 교육과정의 조정, 보조인력의 지원, 학습보조기기의 지원, 교원연수 등을 포함한 통합교육계획을 수립ㆍ시행하여야 한다.
③ 일반학교의 장은 제2항에 따라 통합교육을 실시하는 경우에는 제27조의 기준에 따라 특수학급을 설치ㆍ운영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ㆍ설비 및 교재ㆍ교구를 갖추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