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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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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주 Oct 24. 2019

'하루한씬',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커피프린스>, 한 씬만 보려다 20 씬 봤잖아...

드라마를 잘 안 본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 나의 꾸준하지 못한 성격이 가장 큰 원인이지 않을까 싶다. 2시간 내외로 이야기의 끝을 내는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약 1시간 분량의 영상이 매주 방영되니 한 화씩 따라가다가 결국 흐지부지해지면서 결말을 못 보고 만다.      

그래도 화제가 되는 드라마의 명장면 같은 거는 어찌어찌 다 알게 된다. 주로 3, 4분으로 짧게 편집된 클립 영상을 통해서다. 2007년 방영됐던 <커피프린스 1호점>도 누군가 유튜브에 올려놓은 짧은 영상 속 최한결(공유)을 보고 '이건 꼭 봐야 해'라고 생각했던 게 몇 개월째, 여러 핑계들에 치여 시도조차 못하고 있었다.     

이젠 또 중간고사 기간이다. 하지만 이럴 때 하는 딴짓이 제일 꿀 같지 않은가. 무언가 검색하려다 또 습관적으로 유튜브를 들어갔다. 그리곤 <커피프린스 1호점>이 MBCdrama 채널 '하루 한 씬'이라는 코너에 올라온 걸 발견했다. 3분 51초. 이 정도면 뭐 죄책감 없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https://youtu.be/BmuMhJ9_07c   


와 이건. 정말 좋다. 시험 스트레스에 칙칙하게 찌들어가던 뇌가 그들 따라 여름밤에 편의점 데이트라도 했듯 상큼해지는 느낌. 이선균과 윤은혜 정말 풋풋했다. 그리고 그다음 편, 또 다음 편을 계속 보았다.   

윤은혜는 고은찬, 공유는 최한결 그 자체였다. 그들이 편안한 분위기로 꽁냥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영상이 끝나고 잇몸이 마른 걸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커피프린스'를 보는 누구나 그때의 고은찬과 최한결을 사랑하게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커프는 너무 자연스러워 어딘가에 이들이 살고 있을 거 같아', '25년간 살며 보고 듣던 드라마 중 유일하게 실제로 있다면 주인공들이 행복했으면 하는 드라마'라는 영상 밑 댓글들은 아직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기억하고 아끼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또 <커피프린스 1호점>은 여름밤 같다는 얘기가 많았다. 낮의 뜨거웠던 열기는 식어가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여름밤의 산책. 무언가 아련하고, 편안하면서도 설레고, 시간이 흘러도 그리울 것 같은, 정말 그런 여름밤 같은 드라마다. 한 씬만 보려다 20 신을 봤지만, 이렇게 기분 좋아지는 드라마라면 충분히 가치 있다.      

혹시 나처럼, 아직 <커피프린스 1호점>을 보지 않은 분들이 있을까 영업한다. 드라마를 모두 보기 부담스럽다면 <하루 한 씬>으로 명장면만 쏙쏙 만나보면 어떨까? 커프와 사랑에 빠지기에 스무 씬이면 충분하다.          

<커피프린스 1호점>은 2000년대와 청춘의 느낌을 언제 어디서든 불러올 수 있을 것만 같다. 장면 곳곳에 특유의 아련하면서도 푸릇한 감정이 변치 않을 것처럼 남아있다. 이선균이 부른 ‘바다여행’을 들으며 2007년 당시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들어가 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qHx9_py2S0o


 ‘당신은 나를 안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외계인도 안다는 그 장면


옥상 위, 햇살 아래 아침은 많이도 예쁘다


저는 그냥 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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