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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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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주 May 11. 2019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의 스타일

힘은 한결 빼고, 편안함을 더한 채 다가오려는 탐사보도 프로그램

 M씽크의 첫 테마활동은 두 PD와의 만남으로 시작됐다. 바로 30년 전통 <PD수첩>의 김학수 PD와 올해 정규편성된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이하 <당믿페>)의 김재영 PD. 두 프로그램은 모두 탐사보도이나 그 스타일은 매우 다르다. PD수첩은 30년 전통 원조 탐사보도 맛집답게 깊고 정통적으로 문제를 파헤친다. 반면 <당믿페>는 가짜 뉴스를 밝혀낸다는 기획만큼이나 참신한 스타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캐주얼한 옷차림의 진행자, 모니터 화면 위주의 구성, 골방 느낌의 스튜디오까지. 김재영 PD는 프로그램이 정규 편성된 이유 중 하나가 젊은 층의 반응이 꽤나 좋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제작발표회 당시, <당믿페> 진행자를 맡은 배우 김지훈은 "다가가기 쉽고, 부담 없는 그러면서도 재미있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 밝힌 바 있다. 같은 내용을 다루더라도 어떤 스타일을 입히느냐에 따라 프로그램은 올드하게도 트렌디하게도 바뀔 수 있다. 좀 더 젊고 친밀한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되기 위해 <당믿페>는 어떤 스타일을 선택했을까. 지금부터 파헤쳐보자.     


1. 서처 K 김지훈, 캐주얼한 진행자

    탐사보도 프로그램 진행자를 상상해보자. 많이들 양복 차림에 진지한 표정을 한, 무언가 전문적 이어 보이는 사람을 떠올릴 것이다.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무거운 주제를 신뢰성 있게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하기에 주로 이러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당믿페>의 진행자 일명 '골방 저널리스트' 서처 K(김지훈 배우)는 그럴 필요 없다. 서처 K는 시사점을  던지거나 전문적인 지식을 펼치는, 신뢰를 얻어야 하는 진행자가 아니다. 그는 우리와 같이 모니터 앞에서 거짓 뉴스를 보고 '이게 정말 사실인지?' 그리고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는지' 반응하는 캐릭터에 가깝다. 기존 탐사보도 진행자와 서처 K의 역할 차이는 스타일링에도 드러난다.      

모니터 앞에선 후드티, 반지, 니트 등 캐주얼한 옷차림이 역시 어울린다.


옷은 그 사람의 인상과 분위기, 그 사람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까지 달라지게 할 수 있다. 정장 등 엄격한 복장의 진행자는 신뢰감을 주나 시청자들에게 친밀하게 다가오긴 어렵다. 대부분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엔 진지한 시사 내용과 딱딱한 옷차림에 시청자인 나의 의견과 생각을 펼칠 틈은 쉽게 주어지지 않는 듯 느껴졌다. 그저 방송이 보여주는 내용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렇구나’, ‘심각하네’라며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것에 그치곤 했다. 그러나 <당믿페>는 컴퓨터 앞에서 후드티를 입고 뉴스를 보는 김지훈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안방극장에서 주로 만났던 그가 캐주얼한 옷차림으로 우리에게 말을 건네고 함께 진실을 찾아간다. 시사 프로그램이라면 당연했던 엄격하고 딱딱한 틀을 벗고 한층 캐주얼한 차림으로 다가온 <당믿페>에 우리는 조금 더 편한 마음으로 마주 다가갈 수 있다.


2. 골방 안, 컴퓨터 앞

서처 K는 골방 안,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홀로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당믿페>를 시청하고 있는 대다수의 하루에도 '홀로 방에 앉아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장면이 있을 것이다.

방 안 모니터 앞. 시청자와 서처 K 모두 페이크 뉴스를 만나는 곳이다. 하지만 서처 K에게 골방 모니터 앞은 그저 가짜 뉴스를 스쳐 지나가는 장소가 아니다. 그는 그곳에서 페이크 뉴스의 원인과 문제점을 파헤치고,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진실에 가까이 다가선다. 익숙한 모니터 앞을 미디어 리터러시의 공간으로 만들며 시청자들이 서처 K가 팩트를 찾는 과정에 더 쉽게 몰입하도록 한다. 또한 우리가 매일 접하는 인터넷이 가짜 뉴스의 장일뿐 아니라 진실의 단서들이 있는 곳이라는 새로운 가능성도 보여준다.      


3. 당믿페의 플레이리스트 

시각적 장치 외에도 우리에게 강렬한 느낌을 주는 건 바로 영상의 사운드다. 우리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화면에 깔리는 소리만으로도 무서워 떨기도 하고, 때로는 무언갈 기대하기도 한다. 같은 화면이라도 깔리는 음악에 따라 느낌은 완전히 달라진다.     

<당믿페>를 보며 기존 탐사보도 프로그램에 비해 음악이 적극적으로 사용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당믿페>는 모니터 화면이 방송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반복되는 장면에 자칫 지루해질 수 있었다. 그러나 거짓 뉴스를 반박하고 진실을 찾아가는 검색 과정에 일렉트로닉, 록/메탈 등 강렬한 음악을 끼얹으니 흥미진진한 서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또한 강한 비트의 트렌디한 음악들은 젊은 시청자층을 몰입시킬 만한 매력 포인트다. 

이처럼 <당믿페>가 음악의 볼륨을 높일 수 있었던 건 내레이션을 제거했기 때문 아닐까. 설명하는 목소리를 줄이니 강렬한 음악과 탐사 보도의 만남이 가능해진 것이다. <당믿페>는 기존 시사교양 방송과는 달리, 내레이션을 제거하며 음악이라는 차별점을 만들어냈다.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플레이리스트. 뭘까 싶겠지만 ‘시사교양’에 흔히 갖는 편견의 틀을 깰만한 노래들이 많다. 인생에 흥겨움과 박진감을 찾는다면 <당믿페>의 플레이리스트를 추천한다. 

    

♪ Pharrell Williams - Runnin

https://www.youtube.com/watch?v=9jXQBMNe01c 


♪ Bassnectar - Noise (PANTyRAiD Remix)     

https://www.youtube.com/watch?v=2N1uBL4YERw     


♪ Suicide Silence - "Wake Up"     

https://www.youtube.com/watch?v=5KvjUzQbMT4


♪ Brian Culbertson - Midnight (feat. Marcus Miller & Steve Cole)     

https://www.youtube.com/watch?v=2Fh-x-dClCc     


방송은 영상이다. 탐사보도 프로그램 또한 영상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닿는다. 영상이기에 내용 전달을 넘어 시청각적 재미를 줄 수 있어야 한다. 내용이 무겁다고 스타일마저 엄격, 근엄, 진지해야 할 필요는 없다. 탐사보도 프로그램마저 가볍고, 웃기고 재밌어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은 필요한 때다. 프로그램의 스타일은 곧 접근성을 결정짓는다. 새로운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스타일을 갖춰야 한다. 좀 색다르다 싶은 탐사보도의 등장은 그동안 탐사보도와는 멀게만 지냈던, 또는 반복되는 스타일에 지쳤던 시청자들이 한걸음 다가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스타일은 프로그램의 매력이 되며, 매력은 시청자들을 이끈다. 그리고 당연스럽게도 다양한 스타일은 다양한 시청자들을 이끈다. 시사교양, 탐사보도 프로그램들이 일률적인 스타일만 고집한다면 보던 사람들만 계속 보는 방송이 되어 프로그램이 던지는 시사점이 사회적으로 다양하게 논의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시청자로서 탐사보도의 스타일에도 다양성이 갖추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는 가짜 뉴스만 다루겠다는 새로운 콘셉트와 함께 ‘좀 다른데?’ 싶은 스타일도 챙겨 왔다. <당믿페>가 기존과는 조금 다른 스타일로 탐사보도에 새로운 색을 칠했듯 탐사보도 프로그램들이 더욱 다채로운 색으로 우리에게 다가와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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