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할아버지는 이 차를 타는 게 꿈이 셨다고 꿈을 이루셨다.
그동안 사진을 더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정말 많은 배움과 경험을 하게 되었고 이제 브런치를 통해 작업해온 사진들을 하나하나 공개해볼 생각이다.
새로운 시작으로 어떤 글과 사진을 나눌까 고민했다.
몇 주 전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될 무렴, 날씨가 너무 좋아 동네 공원으로 피크닉을 다녀왔다.
피크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주차장으로 향했을 때
그때 내가 가진 카메라는 아이폰이 전부였기 때문에 아이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자동차의 색상, 디자인, 헤드 라이트, 타이어 등등
이렇게 관리가 잘 되어있는 희귀한 클래식 자동차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평소에 늘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데 오늘은 아이폰 카메라만 들고 나온 게 약간 후회가 될 정도였다.
나는 자동차에 더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자동차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사진으로 담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던 중 공원 잔디밭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연세가 있으신 할아버지셨고 파란 피크닉 의자에 앉아
자동차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을 흥미롭게 관찰하고 있으셨다.
나는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이 차의 주인이시냐고 물었고 할아버지는 맞다고 답했다.
내가 말했다.
할아버지는 미소를 띠며 내게 차 소개를 시켜주시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내게 차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다.
할아버지는 항공사에서 일하시다 3년 전 은퇴를 하셨다고 했다.
은퇴 후 이 자동차를 스스로 은퇴 선물로 샀다고 하셨다.
이야기를 듣던 중 나는 할아버지와 이 차를 제대로 된 카메라로 찍어보고 싶었고
할아버지에게 내가 사진을 찍는 사람이란 것을 말씀드리고
제대로 된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공원에서 할아버지와 연락처를 교환하고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내 사진 작업들을 올려둔 개인 웹페이지를 보내드렸다. 할아버지는 내 사진들을 보고 더 관심을 가져주셨고 우리는 돌아오는 주중에 우리가 만났던 공원에서 촬영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촬영은 중형 필름으로 작업할 생각이었다. 최근에 새로운 필름을 들였는데 바로 씨네스틸 400D 필름이었다. 이 필름은 지난봄에 프리오더를 시작했을 때 예약을 걸어뒀었는데 9월이 되어서야 받게 되었다. 요즘 필름 가격이 너무 비싸지고 있는데 이 필름은 판매되는 필름들 중 가장 비싼 필름 가격을 자랑하는 녀석들중 하나다.
120mm 중형 필름은 판형에 따라 한 롤에 담을 수 있는 컷 수가 14컷 정도 되는데
내가 사용하는 중형 펜탁스 67 II 카메라는 6x7 판형이라 한롤에 10컷밖에 못 찍는다.
간단하게 계산해보면 1장에 최소 2천 원에서 5천 원이라 생각하면 된다.(현상+스캔 포함)
그래도 할아버지의 멋진 클래식 자동차를 찍기에 필름은 아깝지 않았다. 오히려 씨네스틸 400D가 어떤 느낌과 톤으로 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클래식 자동차를 담고 표현할지 기대가 되었다.
촬영 날 할아버지를 만나기 1시간 전, 나는 미리 공원으로 향해 촬영할 장소를 둘러보았다. 공원으로 들어가는 도로 길 옆으로 자동차가 주차하기 근사한 숲 속 길이 있었다. 나는 할아버지에게 이곳에서 사진을 찍자고 했고 할아버지를 만나 어떤 식으로 사진을 찍을 건지 이야기를 해드렸다.
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클래식 포드 자동차를 다큐멘트 스타일로 촬영할 생각이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할아버지께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했었다. 할아버지와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듣는다면 좀 더 좋은 사진을 담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미국 항공사에서 30년 넘게 일하셨으며 아버지는 포드 자동차 회사에서 30년 넘게 일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가족이 포드 자동차를 타고 다녔고 그래서 더 포드 자동차를 좋아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자신이 고등학생 때 첫 운전면허를 딸때즘 할아버지의 지금 자동차가 처음 나왔다고 한다.
짧은 인터뷰 후 나는 촬영에 들어갔다.
위에 보이는 사진들 중 사진 안에 붉은 빛샘 현상이 있는 사진이 있다. 이건 오랜 시간 씨네스틸 필름 브랜드를 써온 입장에서 브랜드가 필름 제조 시 필름 보관/관리를 완벽하게 못하는 것이란 판단이 든다. 빛샘 현상은 보통 카메라의 문제 또는 현상 작업에서의 실수로 발생하는데 내 카메라에는 문제가 없고 현상작업은 내가 직접 신경 써서 하고 있기에 필름 제조의 문제였다.
그리고 내가 필름 제조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동안 씨네스틸 브랜드의 필름은 계속 써오면서 자주 같은 빛샘 현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코닥이나 후지, 일포드 필름들에선 전혀 발생하지 않았던 문제였기에 더 씨네스틸 필름 제조의 문제로 보인다.
그래도 필름 작업은 완벽한 사진을 만들기 위해 작업하는 게 아니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터무니없이 오르는 필름 가격에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이날 촬영에서 필름을 메인으로 작업했지만 디지털도 백업으로 사용했다.
디지털카메라는 라이카 M10-P를 사용했고 렌즈는 APO-Summicron 50mm를 사용했다.
솔직히 사진 작업에 필름보다 디지털이 더 편하고 사진 퀄리티 또한 디지털이 더 장점이 많다.
하지만 내가 필름을 작업하는 이유는 빠르고 좋은 퀄리티의 사진이 아니더라도 사진 작업의 과정의 즐거움과 행복이 크기 때문이다. 필름을 장착하고 한 장 한 장 정성을 다하고 사진을 현상하고 스캔하고 완성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들어가는 게 필름 작업이다.
30분 정도 사진 촬영을 하고 할아버지와 인사를 나누고 해어졌다. 할아버지는 내게 내년 3월 지역에서 열리는 큰 클래식 자동차 쇼에 초대해주시겠다고 하셨다. 내년에 기회가 된다면 꼭 가보고 싶다고 했고 할아버지께서 자신이 그 쑈의 멤버이기 때문에 들어올 수 있는 패스를 주겠다고 하셨다.
사진을 하면서 정말 좋은 인연을 우연을 통해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인연이 더 좋은 기회를 선물해준다.
내가 사진을 계속 찍고 더 깊이 있게 알아가고 싶은 이유는 이런 것이다.
사진을 통해 누군가와 연결되고 그 사람에게 내 사진이 오래도록 좋은 추억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게 늘 나를 설레게 한다.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와 이야기와 사진을 나눌 수 있어 좋았고
이야기와 사진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좋은 전달이 되었기를 바란다.
P.S.
할아버지의 인터뷰와 사진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기록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