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지고 있는 콤플렉스라는 십자가
나는 중학교 때 친한 친구가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성격이 밝다 보니 차분하다기보다는 웃고 까불기를 잘했었다. 그러다 한번 짝꿍을 정하는 날에 나와는 정반대의 신사임당같이 차분하고 고고한 자태로 앉아있는 친구가 결정되었다. 그 친구는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순간에도 머리카락이 조금이라도 흩어질까 한 손으로 머리를 쓸어내리며 눈을 아래로 고정한 상태로 살포시 웃으며 교양 있어 보이는 작은 목소리로 한마디 하는 것이 다였다. 교과서에서나 보던 인물을 생전 처음 현실에서 보는듯한 착각이 올 정도였다. 갑자기 그의 앞에서는 나도 목소리를 가다듬고 톤도 좀 내리고 한 박자 늦추어 대화를 하려고 노력했었다.
예쁘게 생긴 여자, 품위 있게 몸가짐이 방정한 여자, 단아하게 잘 꾸민 여자, 말이 공손하고 위엄이 있는 여자,
몸가짐 공손한 말태도 그럼에도 예쁜 여자와 잘 꾸민 여자를 보면 가슴속에 뭔가 쪼그라드는 듯한 느낌에 안절부절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과연 왜일까? 그럴 때마다 나는 중학교 때의 친구를 떠올렸고 그 친구 앞에서 나는 늘 작았던 생각이 나기도 하지만 혹시 장애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자가진단을 하기도 했다. 아무리 남들과의 차이를 별로 모르고 친구들이 하는 모든 활동에 끼어들기도 하고 어느 친구들보다도 더 많은 활동에 참여하고 잘했었는데도 불구하고 예쁜 여자들을 보면 속으로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이상했다.
하지만 예쁜 여자를 보면 창피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자신감까지 없어지곤 했다. 최대한 마음속에 숨어있던 이유 없는 자격지심이 올라오지 않도록 내 일에 집중하는 것으로 이겨내곤 했다. 다행히 나는 관심이 있는 뭔가에 꽂히면 밤낮을 그것을 찾아보고 알아내는 것에 빠져 눈감을 시간조차 없이 바쁜 삶이 나의 피난처가 되어 주기도 했다. 대학생들을 가르치는 나이가 되자 그렇게 예쁜 여자와 멋있는 남자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마음이 사그라들고 오히려 넉넉한 마음으로 예쁘고 수려하게 잘생긴 학생을 칭찬하고 함께 즐거워할 수 있어 좋았다.
나이가 들어가자 단아하게 잘 꾸민 여자를 보면 갑자기 초라한 느낌이 스쳐가기도 한다. 장애의 한구석이 아직도 극복이 안된 거일까? 장애를 극복한다는 것은 어느 한순간에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평생을 두고 자신을 가꾸고 발전함으로써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그냥 있는 내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있게 변화하고 적응하는 과정이다. 과연 장애인만 그럴까? 심리학을 공부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누구에게나 콤플렉스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바로 자기만의 십자가인 것이다.
나에게는 눈에 보이는 장애가 있어 좀 더 자각하고 나 자신을 돌아보며 성장과 변화를 하는 기회가 있었다. 장애는 불편하지만 그래도 수용하고 극복할 기회가 더 높다. 눈에 보이지 않는 콤플렉스를 가진 비장애인들은 대상이 보이지 않아 오히려 극복하는 것이 힘든 상황이 많다.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들기도 하지만 소소한 행복도 여기저기 널려있다. 마음이 무거울수록 주변을 보며 널려있는 작은 행복들을 느끼며 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