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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주 Jul 21. 2024

생일상 공짜로 받는 법

챙기지 않아도 마법처럼 차려지는 생일상

어제 아침에 일어나 보니 평소와는 다르게 많은 카톡이 와있었다. 무슨 일이지? 평소에 연락이 없던 사람들의 이름까지 나열되어 있었다. 하나씩 열어보았다. 하나같이 생일축하 메시지였다. 왜지? 내 생일은 분명 아닌데 왜 이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축하메시지를 보냈을까 너무 궁금했다. 놀랍게도 나는 여러 개의 생일날이 있다. 태어난 날의 음력날짜와 양력날짜, 음력으로 따져 매해 달라지는 양력날짜등 적어도 세 개의 생일 날자가 있고 그 외에 내가 영세를 받던 날, 예수님을 영접하고 새로 태어났던 날 등등 소중하게 여기는 날짜들이 있다. 하지만 너무도 개인적인 날짜들이라 나는 내 생일날짜를 입에 올리지 않았고 생일 메시지를 받아본 적이 거의 없다. 그런데 어떻게 내가 생각하고 있는 생일의 어떤 날짜와도 일치하지 않는 어제 그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생일문자를 보냈을까?


문자 하나하나를 읽으며 답장을 하다가 한 사람에게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카톡에서 생일이라고 떴다는 것이다. 카톡까지도 내 생일을 제대로 모르는 모양이다. 내가 잘못 기제를 했겠지... 하지만 그 오랫동안 카톡에 해마다 내 생일정보가 떴었을 텐데도 아무에게서도 메시지가 오지 않았었다. 그래서 카톡이 내 생일정보를 퍼 나르는 것조차 또 내 생일을 잘못 적었던 사실조차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얼른 세팅에 들어가 보니 "생일 알리기"가 켜져 있었고 나는 그 기능을 껐다. 나에게는 매해 친구들에게 생일 축하를 받지 않아도 될 만큼 어려서부터 특별한 공짜 생일상을 받아오기 때문이다.


내가 태어난 50년대에는 많은 자녀의 생일을 일일이 챙길 수도 없었겠지만 여자아이의 생일은 별로 챙기지 않았다. 남아선호와 장자선호주의를 철저하게 지키는 우리 집에서는 막내딸인 내 생일을 챙긴 적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았다. 그 이유는 매해 내 생일에는 큰 잔치가 열리기 때문이었다. 바로 아버지의 생일날 내가 태어났기 때문에 아버지를 위해 거나하게 차린 생일상이 해마다 내 앞에 차려졌다. 누가 뭐라 해도 그날이 내 생일인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어린 나는 무척 신나 했었다. 손님들도 북적였고 거의 하루종일 잔치가 있어 나는 피곤해질 때까지 내 생일파티를 즐길 수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집에서는 생일상을 받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 학교일과 여행을 하느라 바빠서 생일을 챙기려는 생각을 할 기회도 없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첫 직장을 잡았다. 재활원은 사립기관으로 학교와 기숙사, 취업훈련장, 병원등 매우 큰 기관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기관의 창립기념일이 내 생일과 일치했었다. 창립기념일에는 재활원 전체가 행사도 하고 특별한 식사와 떡도 만들어 전 직원들과 나누며 기념하고 즐거워했다. 거기도 슬쩍 나는 숟가락을 얹었다. 내 생일에는 우리 학교 전체가 나의 생일을 기념해 주고 잔치상을 마련해 주는 좋은 직장이었다.


특수교사로 일을 하던 중에 세계 각국에서 특수교육과 사회복지 분야의 전문가를 선정해서 미국의 기관에서 경험을 하게 하는 교환 프로그램에 참가한 적이 있다. 미국인 호스트패밀리 가정에서 같이 살면서 미국문화를 배우고 참가자들의 전문분야와 일치하는 미국 기관에서 실질적으로 일을 경험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애틀랜타에 있는 YWCA로 배치되어 장애아동들의 여름수련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애틀랜타에는 내가 평소에 그리도 많이 마시던 코카콜라 본사가 있는 곳이고 본사건물에 가면 콜라가 생산되는 과정도 볼 수 있고 기념품도 살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코카콜라 회사에서 국제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는 15개국을 대표하는 우리 17명을 초대한 적이 있다. 바로 그날이 내 생일이었다. 그렇게 코카콜라 회사에서도 귀한 소비자였던 내 생일을 축하해 준 것이라 즐거워했다.


지금은 어떠한가? 우리나라의 헌법제정을 축하하는 기념일인 제헌절이 있다. 바로 그 헌법이 태어난 생일날이 내 양력생일과 일치하는 것이다. 이제는 나의 생일을 전 국민이 함께 축하하고 헌법준수를 위한 마음을 새롭게 하는 다짐까지 하는 날이라는 것이다. 하하! 그렇게 전 국민이 함께 기념해 주기 때문에 굳이 내가 스스로 생일상을 차릴 필요도 없고 몇 명의 사람들과 따로 기념을 해야 할 필요도 없다. 또한 제헌절과 생일을 나누는 나는 법을 잘 준수하는 편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생일이 큰 의미가 없다. 늘 나는 달력에 빨간 글씨로 새겨진 특별한 날도 내 생일도 그날 하루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진다. 매일 하루하루가 똑같은 날인데 꼭 정해서 기념하고 기뻐해야 할까? 나는 매일을 특별한 날처럼 살라고 하는 교훈대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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