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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쥐는 어떨까?

by 교주

미국에서는 관공서나 쇼핑몰이든 어디를 가든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장애인 주차장이 있다. 장애인 주차공간을 쳐다보며 평생의 소원이 장애인 주차증을 갖는 것이라며 부러워하던 비장애인을 만난 적도 있다. 장애인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공간이 비장애인에게는 매력적인 편리함으로 보인다는 것 참 대조적이다. 오래전 장애인 복지나 장애 주차공간이 보편 적화되지 못한 시기에 한국에서 온 한 장애인이 하는 말에 의아해했었다. "한국은 장애인이 살기에 엄청 편리한데 장애인의 천국이라는 미국은 너무나 힘들다"는 것이었다. 설명인즉슨 미국에는 장애인 주차공간이 어디나 마련되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장애인 주차공간에 차를 세우고 건물까지 들어가는 길이 너무 멀기 때문이었다.


미국은 땅덩어리가 커서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던가, 장애인 주차공간이 전국적으로 보편화되어 있어 장애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는 등, 미국에 오래 산 경험자로서 이런저런 말을 해도 그 사람이 겪는 불편함에 설명하기에는 터무니없었다. 한참을 생각해봤다. 그 당시 어떻게 한국에서의 생활이 편했을까? 아! 한국에는 장애인 주차공간을 운운하기에 앞서 "정"이 있었다. 드라이브 스루를 들어본 적이 없던 적에도 한국에는 그에 못지않은 서비스가 장애인을 위해 존재했었다. 골목길로 들어서면 동네마다 작은 식료품 가게가 있었다. 먼저 경적을 울려서 가게 주인의 시선을 끌고서 “걷는 게 불편해서 그러는데요. 콩나물이랑 두부 한모만 주세요”하면 자동차까지 한걸음에 주문한 물건이 담긴 까만 봉지를 들고 달려와 주는 정이 있었다. 그렇게 사람과 사람 간의 정이 살아있던 한국의 생활에 비해서 법으로 정한 위치에 마련된 주차공간이 비교조차 될 수 없는 불편함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경제발전과 함께 사회복지 수준이 높아진 한국에도 이제는 상점과 아파트 건물들이 대형화되어 주차장이 멀리 떨어지게 되었고 점차 상점이 실내로 들어가게 되어 이제는 장애인 주차공간이 그동안 살아있던 정을 대신하게 됐다.


우리가 시간과 공간의 한계 속에서 복지서비스에 대한 비교가 한참이던 중에, 코로나 사태는 아직 준비가 덜 된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밀어 넣었다. 모든 만남은 비대면으로 변했고, 아직은 변두리의 남 이야기 같던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등이 우리 생활 속으로 바싹 다가왔다. 현재로서는 팬데믹 상황이 종식되고 “일상생활”로 돌아가길 고대하고 있지만 종식 후에도 과거로 돌아가기보다는 뉴 노멀에 적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뉴 노멀의 시대에서 장애인의 생활은 어떨까? 인간관계에 필요하던 모든 외부활동이 원격수업과 화상회의, 이메일 등 정신활동을 요구하는 활동으로 전환되며 우리도 머리는 크고 팔다리가 가는 외계인으로 변해 버릴 날이 다가오는 것 같다. 2018년 애플사에 새로 입사한 사람의 50퍼센트가 대학 졸업자가 아니었으며 2019년 세계 경제 포름에서는 미래에 필요한 능력은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력 그리고 협상능력과 협동능력이라고 발표했다. 전기자동차의 엘렌 머스크는 인공지능의 시대에 교육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까지 한 말이 어느 정도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게 한다.


미국의 특수교육은 보조공학(Assistive Technology)이라 하여 그동안 하드웨어 중심으로 지체장애와 시각 청각장애와 같은 감각장애를 보상하는 도구로 사용되어 왔고, 휴대용 기기가 발전하며 자폐아동 교육에 다양한 앱들이 사용되기는 했지만 지적장애를 포함한 대부분의 장애학생들은 간단한 컴퓨터 게임 이외에는 테크놀로지 교육이 강조되지 않았었다. 갑자기 닥친 비대면 교육은 준비되지 못한 특수교육의 현실을 보여주었다. 예기치 않게 미래의 맛을 본 이제는 대면교육의 일상으로 돌아가더라도 어떻게 장애학생들이 미래에 적응하고 참여하도록 교육이 변화해야 하는지 교사와 부모가 함께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나는 특수교사를 양성하는 대학부터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수교육에서 장애학생들에게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기 등을 활용하여 실생활과 사회환경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교육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앞장서서 테크놀로지 사용의 시범을 보이고 있다.


장애학생에게는 컴퓨터나 인터넷 프로그램들과 상호작용하는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하여 생활 속에 스며들게 하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https://wheelofnames.com/은 마우스 클릭으로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글로 선택항목을 적을 수 있고 줌을 통해 비대면 수업 중에도 교사가 학생에게 마우스 클릭 선택권을 주어 선택판을 돌리게 하여 하고 싶은 과제를 선택한다거나 보상 선택 등 다양한 선택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학생이 교사에게 선택권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버튼을 눌러 요구하는지 자연스럽게 가르칠 수 있다. 이렇게 작은 것부터 성큼 우리 곁에 다가온 가상현실을 맞이 할 수 있도록 발걸음을 시작할 수 있다.


이 글은 "뉴노멀 시대 장애인의 삶"이란 제목으로 2020년 11월 25일에 미주 한국일보에 게재되었던 글을 업데이트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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