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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Nov 24. 2021

헛되고 헛된  삶을 살다

말씀 쿠키 153



어제 많은 사람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어요. 국가보훈처에서 내란죄로 실형을 선고받아 국립묘지 안장은 불가하다고 밝혔고 국가장도 안된다는 의견이에요 소식을 전하는 매체마다 제각각, 전두환 사망, 전두환 별세, 전두환 전 대통령 별세, 등 호칭도 다양해요. 전두환 씨라고 표현할 정도로 우리 국민들의 가슴에 한을 남기고 사과도 없이 생을 달리했네요


저 또한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사람 중 한 사람으로 정중히 사과하기를 간절히 바랐어요. 서울에서 야간 상고에 다니던 5월, 중간고사를 보던 날 버스를 타고 여의도를 지나는데 5.16 광장 근처에서 데모하는 인파와 진압하는 경찰이 충돌했어요. 그 사이에 버스가 갇히게 되었고요. 체류탄 가스가 버스 안으로 스며들었고 모두가 기침하며 눈물 콧물 쏟으며 울어야 했어요. 


당시 광주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던 친구들이 계엄령이 선포되면서 학교는 휴교령을 내리고 가능하면 빨리 광주를 벗어나라는 선생님 말씀에 짐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걸어서 광주를 벗어났다고 해요. 죽어가는 친구를 바라보며 자기만 몸을 피해 살아났다는 죄책감에 평생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못 자는 친구를 보며 같이 울어주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어요.


이제 그 사건을 일으키고 많은 사람의 삶을 지옥으로 밀어 넣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어요. 무엇을 위해 그런 반란을 일으키고 억압하며 권력을 휘둘렀을까요? 

나라와 민족을 위해? 

아니면 개인의 권력을 위해? 

스스로는 어떤 명분이 있었겠지만, 결과는 수많은 사람의 가슴에 한을 남기고 떠났네요

이 세상 부귀영화를 다 누렸던 솔로몬 왕이 말한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아요. 


이 새벽, 누군가의 가슴에 따뜻한 감동의 씨앗 하나 남기고 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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