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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생각은 깊게, 결단은 단호하게

소리에게

by 나길 조경희
소리에게 보내는 엄마의 편지 (20).png


어떤 행동이나 태도를 결정해야 할 때 망설이기만 하고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어. 신중해서일 수도 있지만 결정하는 것이 두려운 결정 장애가 있는 사람일 수도 있어. 가장 쉬운 예로 식당에 갔는데 뭘 먹고 싶은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고 “아무거나 먹지 뭐” 한다거나 “같은 것으로 시켜”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잖아. 보통은 사려 깊고 베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정 장애 일 수 있는 거지.


어려서부터 스스로 선택하고 선택한 것에 대하여 인정받고 존중받은 경험이 없기 때문이야. 유아기에 엄마가 하라는 대로만 하는 아이는 어떤 것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결정 장애로 이어지게 돼. 그래서 유아기 경험이 중요한 거지. 그런데 엄마들은 아이가 어떤 것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 미덥지 못하고 불안해, 누구라도 그럴 거야. 엄마도 그랬으니까. 그걸 조금 참고 견디며 지켜봐 줘야 하는데 불안감이 너무 커서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 그러니까 모든 것을 엄마가 정해주고 아이는 엄마가 하라는 대로 따라만 하는 거지. 그렇게 순종적이고 의존적인 아이를 순하고 착한 아이라고 자랑스러워하는 엄마도 있어.


그렇게 키워 놓고, 아이가 성인이 되면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네가 알아서 하라고 해. 한 번도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한 것을 인정받지 못한 아이는 혹시 잘못될까 봐 머뭇거리고 두려워할 수밖에 없잖아. 그러면 엄마는 그것도 못한다고 화를 내거든. 아이는 더욱 움츠러들고 두려워서 자꾸만 변명하거나 회피하게 돼.


그런 면에서 엄마의 허약함은 축복인 것 같아. 몸이 약하고 자주 아프니까 뭘 해도 아프지만 않으면 괜찮았거든. 산과 들로 뛰어다니며 놀다가 다치기도 하고 낫으로 손을 베는 경우도 다반사였는데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그런 경험이 17살 여학생의 신분으로 독립해 살아가면서 큰 도움이 된 거야. 아무도 이래라저래라 하는 사람도 없고, 전화도 없으니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상의할 수도 없어서, 어떤 일을 혼자서 결정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도 엄마가 져야 했어. 혹 상의를 한다고 해도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 형편이 못 되는 것을 아니까 아예 상의할 생각조차 안 한 거지.


그런 경험이 한 기관의 기관장으로서 결단해서 추진해야 할 일이 있을 때 큰 도움이 돼. 생각은 깊게 하지만 단호하게 결단하고 추진하는 능력이 직원들에게는 일하기 좋은 환경이 되거든. 때로는 잘못된 결정으로 약간의 손해를 본 일이 있기는 하지만 크게 무리 없이 잘 운영할 수 있었던 것 같아. 특히 아이들과 관련된 일에서는 잘못된 결정으로 한 아이의 인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일을 처리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요즈음 우리나라를 보면 대통령 한 사람의 말과 행동이 국가의 안위와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고 있잖아, 소리는 역사에 관심이 많으니까 지금의 상황이 어떤 역사를 만들어갈까 예측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한 나라의 지도자가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국민들의 삶의 질이 달라지고 한 기업의 리더가 내린 결정이 기울어가는 한 회사를 살리기도 하고 잘 나가는 회사를 망하게도 해. 이처럼 어떤 결정의 결과가 한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나 개인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잖아. 그런 것조차도 결정하지 못하고 누군가 결정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잘못되었을 때 그 누군가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자기를 합리화하려는 마음이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고 이어령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너에게 오는 모든 지식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지 말고 왜?라는 질문을 많이 하길 바래. 무슨 일이나 결정하기에 앞서 왜?라고 묻고 또 물으며 깊이 생각하고 결정은 단호하게 하며 결정한 일에 대하여 책임지는 연습을 한다면 무리에 속해 따라가는 인생을 살아가지는 않을 거야. 무엇이나 단번에 잘할 수 있는 것은 없어 반복하고 또 반복하며 다듬어가는 거지. 깊이 생각하고 단호하게 결정하는 것도 그래. 실수하고 시행착오 거치며 내 것으로 만들어가는 거야.


지금은 지식을 축적할 때가 아닌 더 많은 경험을 통해 깊이 생각하고 세상을 보는 안목을 키워갈 때라는 생각이야. 그래서 엄마는 너에게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할 기회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어.

그거 아니?


샬롬
-무조건 너를 지지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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