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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잘 본다는 것이 뭘까?

소리에게

by 나길 조경희
소리에게 보내는 엄마의 편지 (19).png

내가 그들에게 비유로 말하는 이유는, 그들이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도 못하고 깨닫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마태복음 13장 13절-


잘 본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 보는 것, 전체를 보는 것,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이야.

우리는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하고, 보고 싶은 것을 보거나 어느 한 부분을 보고 전체를 보았다고

착각하며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은 특별한 사람이나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내 생각으로 꽉 차 있으면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고 일부를 보고 전체를 본 것으로 착각하게 되어 있거든


어른들은 학교 성적으로 아이의 미래를 예측하거나 어떤 행동을 보고 그 아이의 전체를 평가하는 경향이 있어. 특별히 학교 선생님 중에는 엄마가 양육하는 아이들의 어떤 행동 하나로 아이를 낙인찍기도 해. 그래서 해마다 신학기가 되면 담임선생님을 찾아가서 여느 아이와 같은 한 아이로 보아달라고 부탁하곤 해. 상황이 여의치 않아 자기를 낳아준 엄마 아빠와 함께 살지 못하고 잘 돌보아주는 엄마 아빠와 함께 살고 있지만 일반 가정과 똑같은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말해주지.


얼마 전 너와 함께 갔던 필리핀 빠따야스 마을에서 너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과 귀여움을 보고 귀엽다는 말을 연발하며 그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가져간 간식을 나누어주었어. 태어나서 처음으로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고 냄새가 진동하는 곳에 갔을 텐데 너는 그런 환경을 보지 않고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보았어. 그런데 엄마는 개와 고양이와 사람과 쓰레기가 뒤엉켜 있는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곳에도 피시방이 있고 그곳에서 아이들은 게임을 즐기고 음악을 듣는 모습을 보았어. 엄마가 보기에는 비위생적인 환경이지만 그곳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에게는 네가 본 것처럼 환한 웃음이 있고 서로 기대어 사는 이웃이 있으며 내일을 향한 꿈이 있을 거야. 너의 모습을 보며 엄마는 조금 부끄러웠어. 학교 선생님들에게는 엄마가 돌보는 아이들을 한 아이로 지켜봐 달라고 하면서 정작 빠따야스 마을의 아이들을 사랑받아 마땅한 한 아이가 아닌 도움을 주어야 하는 한 아이로 보았거든.


사람은 있는 그대로도 보기 어려운데 전체를 보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야. 너는 다른 사람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듣고 상대방이 말하는 의도를 잘 파악하는 것 같아. 지금은 열두 살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지만 성장하면서 네가 보는 세상은 넓어질 것이고 그때 한 부분이 아닌 전체를 보고 나만이 아닌 우리를 생각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엄마는 친화력이 탁월한 너의 능력이 우리와 함께 할 것이라고 믿고 있어.


샬롬

소리를 사랑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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