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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꿈 Jan 02. 2021

나이 때문에 망설이신다고요?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


초등학교 4학년 여름 방학을 앞두고 쉬는 시간에 선생님과 방학 동안 뭘 할 건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미술학원에 다니고 싶어요.”라고 한 내 말에 선생님이 팔짱을 끼고 고개를 돌리며 “흥! 이제 미술 배워서 뭐 한다고.”라고 하셨던 게 기억이 나요. 선생님의 차가운 태도에 비웃는 듯한 말투에 왠지 기가 죽더라고요. 꼭 선생님의 말씀 때문은 아니었지만, 그해 여름방학에 저는 미술학원에 다니지 못했어요. 그 뒤로도 그림을 배우진 못했어요. 저에게 그림은 자신 없고 힘든 것이 되었어요.

그런데 재미있게도 저는 39살에 화실이라는 곳을 가게 되었어요. 11살에 배우지 못한 미술을 28년이 지나 배우기 시작한 거죠. 기본적인 소묘조차 힘든 실력이었지만, 선생님은 그림을 배우지 않아서 나오는 독특한 표현이 있다고 격려해주셨어요. 잘 그리려고 하지 말고, 내 느낌을 표현하라고 조언해주셨고요. 그렇게 2년 정도 그림을 배우면서 세 번의 전시회도 어영부영 참여하게 되었고, 그림을 그려서 독립출판으로 책도 만들게 되었어요. 지금도 꾸준히 그림을 그려요. 여전히 재능을 타고난 작가들처럼 특출한 작품을 만들어 내지는 못하지만, 일상에서 미술이라는 예술을 즐기며 행복하게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 | 사노 요코 글, 그림 | 상상스쿨 | 2017. 2. 25

98살이 된 할머니가 있습니다.

할머니는 5살이 된 씩씩한 수컷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었어요.

고양이는 날마다 낚싯대를 메고 고기를 잡으러 가며 “할머니도 고기 잡으러 가요.”라고 말합니다.

할머니는 “하지만 나는 98살인걸. 98살 난 할머니가 고기를 잡는 건 어울리지 않아.”라고 하지요.

그리고는 나무 그늘에 콩꼬투리를 까거나, 낮잠을 자곤 했습니다.

할머니의 99번째 생일날 할머니는 고양이에게 99자루의 초를 사 오라고 부탁합니다.

그런데 그만 고양이의 실수로 다섯 자루의 초만 남게 됩니다.

다시 다섯 살이 되어버린 할머니.

이제 할머니에겐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요?





에이고, 이제 내 나이에 뭘요?

그걸 하기엔 제가 너무 나이가 많지 않을까요?

지금 배워서 언제 하겠어요?


누구나 한 번쯤, 아니 자주 사용하는 말들이지요. 저조차도 그러니까요. 무언가를 하기에 적당한 때가 있다는 생각, 그때가 지났을 때 대부분의 도전은 실패하거나 큰 성과를 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이는 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감출 때 꽤 유용하게 쓰이는 방패가 됩니다. 남에게도 나에게도 말이죠.


나이가 주는 한계야 분명히 있겠지만, 나이를 핑계로 피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때로는 나이를 잊고 해보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한 번 살아보는 것도 멋지지 않을까요?


#하지만하지만할머니 #사노요코 #상상스쿨 #그림책 #그림책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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