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먹고 싶어서...
한국에서 먹는 연어는 대부분 노르웨이, 혹은 캐나다 산이다. 특히 뱃살 부분을 두툼하게 잘라서 보면 굵은 하얀 주름이 널찍이 퍼져있다. 한국에서 먹는 연어는 초밥도 좋지만 소스에 밥과 같이 먹는 것을 선호한다. 사케동, 즉 연어를 올린 일반적인 덮밥은 물론이고 종종 연어 뱃살의 쫄깃함을 맛볼 때면 같은 연어도 부위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북유럽을 갔을 때에도 당연히 연어는 '노르웨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같은 북유럽인 핀란드에서도 많이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핀란드 사람들에게 가장 유명한 연어 요리라고 하면, 모두 연어 수프를 꼽을 것이다. 핀란드어로 연어가 Lohi, 수프는 Keitto여서 Lohikeitto가 연어 수프의 이름이다. 약간의 크림이 들어가고, 송송 썰은 감자를 넣어 고소하고 맛이 좋다. 그리고 핀란드에는 동아시아, 특히 일본인들이 많이 살고 문화를 퍼뜨린 것도 있어서 스시도 사람들에게 친숙한데, 대표 메뉴가 바로 연어초밥이다. 핀란드의 점심시간은 보통 뷔페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는 북유럽의 높은 임금 때문에 생긴 문화라고 추측이 된다. 점심 뷔페는 1인당 정말 싸면 10 유로에서 보통 15유로 정도씩 가격이 책정되어있다. 그래서 현지에서 보이는 스시 뷔페는 우리에게는 다소 이질적일 수 있지만, 핀란드식 점심 스타일에 알맞다고 할 수 있다. 직접 가보았을 때, 스시 뷔페에서 솔직히 우리가 먹을만한 음식은 많이 없고 연어가 들어간 스시만이 신선하고 맛이 괜찮다. 일본 교환학생 친구들과 이야기를 했을 때 모두들 밥은 맛이 없어도 연어만큼은 정말 맛있다고 인정하였다.
내가 물고기 박사가 아니라서 잘은 모르지만 핀란드산 무지개송어(rainbow trout, 혹은 무지개 연어)가 정말 맛있었다. 음식점에서 나온 대로 먹어도, 집에서 구워 먹어도 한국에서 먹던 노르웨이 산 연어들과는 질의 차이가 있었다. 좀 더 우리에게 친숙한 생선 같았다고 해야 하나. 두툼하고 거대한 다른 나라의 연어들과 달리, 무지개 송어는 얇고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생선같이 생겼다(?) 차마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마트에 가면 서로 다른 종류의 연어가 대여섯 종류가 있었는데, 겉보기에 색이 좋고 내실 있어 보이는 연어류는 바로 이 무지개송어였다.
샐러드에 넣어도 맛이 괜찮고, 구워서 먹어도 좋다. 나는 연어를 굽고 간장에 조림을 해서 주로 먹었다. 마치 연어가 우리나라에서 생선조림 느낌이 나듯 간장 소스가 잘 배어들면서도, 연어 맛도 느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매우 선호했다. 가격은 500 그램에 세일을 하면 5유로, 그렇지 않으면 좀 더 비쌌던 것 같다. 마트에서 직접 원하는 종류를 사 오려면 어느 정도 대화를 해야 생선 담당 판매원에게 부탁할 수 있겠지만, 나는 생선의 생김새와, 대강 Suomi(핀란드어로 핀란드를 뜻하는 단어)라는 말이 들어가 있으면 그것이 무지개 송어인가 보다 하고 사 왔다.
핀란드 연어와 송어에 관한 나의 감상은 사실 생선도 잘 구분을 못한다는 점에서 너무나 허술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핀란드를 가든, 어디 북유럽을 가든, 연어로 '보이는' 연어와 송어류가 우리가 구분하지 못해도 꽤나 다양하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마트에 가도, 연어(Salmon)와 송어(Trout)를 혼동해서 말하는 만큼 그냥 먹기만 잘하는 내가 뚜렷이 연어와 송어의 차이를 설명한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그것 보다는 이렇게 아쉬울 줄 알았으면 더 먹을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크게 든다. 그러니 혹시 이 글을 보는 누군가가 이 북방의 나라로 가게 되면, 연어와 송어 정도는 요리보고 조리보면서 고르고, 신선한 재료로 요리를 하는 즐거움을 누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