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5일 토요일
일 년 미리 쓰는 미래 일력
2022년 2월 5일 토요일
짧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집에 들어가기가 참 싫다.
내가 돌아보았던 바다, 산, 거리, 하늘에 비해 내 집은 너무나 작고 초라하고 재미가 없다.
그 볼품없는 집에 들어가 할 일이라곤 제대로 펼쳐보지도 않은 여행 캐리어를 펼쳐 안에 내용물들을 원래 자리로 돌려놓는 것뿐이다. 윙윙 세탁기가 돌 테고 라면 물이 보글보글 끓겠지.
반 이상 남은 캐리어 안의 짐을 그대로 둔 채 끓는 라면을 들고 티브이 앞에 앉아 한젓가락 후루룩 하면 아 하면서 축 늘어진다. 맛도 있고 편안하고 아늑하다. 하지만 뭔가 찜찜하고 우울한 기분이 든다.
일회용 카메라의 필름이 아직 남았다.
다 찍고 왔어도 현상은 미루고 미루겠지만 필름 한 롤에 한 장소를 적어 간직하고 싶었다.
천천히 돌아보고 느끼고 간직하고 녹여내고 싶었다.
다 볼 필요는 없지만 다 볼 만큼의 여유는 갖고 싶었다.
그러게 처음부터 짧은 여행은 계획하지 말았어야 했다.
짧은 여행은 후회만 남긴다.
길게 가자. 길게~
뭐든지 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