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와 자폐
1. 선생님 무서워요.
ADHD 아동이 있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과제 이행 속도가 느리다. 협력과제를 수행할 때 모둠원들은 아이와 함께 하기 힘들어한다. 따라서 배제되기 일쑤였다. 함께 하고 싶으나 집단으로부터 배제되는 아이.
그렇다고 모둠원들을 함부로 비난해서도 안된다. 나에게 자연스러운 행동이 ADHD 아동에게는 자연스럽지 않은 이유를 아이들은 모르니까.
모둠에서 배제된 아이는 결국 폭발했고, 학폭의 가해자가 되었다. 그리고 전학 조치.
1) 과제 수행이 느리다.
2) 이에 대한 비난이 따른다.
3) 아이는 격분한다.
4) 공격행동이 이어진다.
5) 처벌받는다.
이 상황이 반복된다.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장면은 몇 번일까? 그렇다. 정답은 4번이다. 대부분 1), 2), 3)을 모른다. 선행사건에 대한 이해가 없다. 다시 말해 또래보다 조금 더 ADHD 성향을 가진 아이를 만나 본 경험이 없다. 낯설고 드문 경험.
3가지 장애물이 존재한다.
첫째,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차이의 부각.
둘째, 상대가 나를 공격할 것이라는 불안.
셋째, 가까이에 없어서 친해질 기회가 적다는 점.
아이의 공격행동만 목격하신 선생님이 ‘선생님, 아이가 무서워요’라고 말씀하신 순간 나는 이 3가지 장애물이 떠올랐다.
2. 유사성, 상호성, 근접성과 친숙성
자폐 아동도, ADHD 아동도 둘 다 예민하다. 상대의 감정 상태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나를 어떤 존재로 대하느냐. 타인의 비언어적 태도에 주목하는 것이다.
나와는 다른 아이. 공격행동을 하는 아이. 언제 공격할지 알 수 없는 아이라는 불안. 불신, 공포는 ADHD의 정도가 강한 아이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결국 불안과 공포를 가진 타인의 곁에 가려하지 않는다.
ADHD를 가진 아이도 자기실현 경향성이 있다. 스스로 해내고 싶어 하고, 과제를 끝까지 해내고 싶어 하며,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수업시간은 40분이라는 환경적 조건, 자신을 믿지 못하는 친구와 교사의 시선, 무엇보다 남과 다른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 정해진 시간에 주어진 과제를 해낼 수 없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의심과 더불어 의심이 틀리지 않다는 타인의 시선이 더해져 자기를 부정하게 된다.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는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 분노하거나 적개심을 품게 되고, 결국 자신의 자기실현을 포기하거나 타인의 자기실현을 방해하는 행동으로 자신의 분노와 적개심을 풀려는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ADHD를 가진 아이도 자기실현 경향성이 있음을 확인시켜 주어야 한다. 시간 안에 해내지 못해도 포기하지 않는 태도를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해 주어야 한다. 포기하고 싶은 그 마음을 이겨내도록 응원해야 한다.
통합교육은 그래서 필요하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스스로 하고 싶어 하고, 잘하고 싶어 하고,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서로 상호작용하며 삶으로 느껴야 한다.
3. 장애가 차이라면 진짜 장애는 차이를 거리끼는 것이다.
장애는 disability와 disorder로 나뉜다. disorder는 치료받아야 하는 문제다. disability는 그야말로 능력의 차이 문제다.
장애이해 교육은 이 차이를 이해하고, 질병에 대한 적절한 치료와 예방을 위해 노력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건강하게 태어난 사람도 사고로 disability를 얻을 수 있다. 건강한 사람도 disorder에 걸릴 수 있다. disability가 있음에도 한 개인으로서 자기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회. disorder에 걸려도 치료를 받거나 적절한 관리를 받으며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회.
당뇨나 갑상선 질환을 가진 개인들이 평생 치료를 받으면서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건강하게 자기 역할을 다하듯이.
살면서 얻게 되는 disability나 disorder에도 온전한 한 개인으로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기 역할을 다할 수 있다는 믿음. 나는 이것이야말로 사회적 안전망이라고 생각한다. 갖가지 사회복지제도보다 더 중요한 것. 그것은 누구나 자기를 실현하고 싶어 한다는 믿음과 그들의 바람을 실현시켜주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사회를 이루고 사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사람이 사람을 거리끼는 것, 사람이 자신의 성장을 거리끼는 마음을 넘어서는 것이야말로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는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