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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획자 박경진 Nov 22. 2020

스타트업과 노동의 미래




요즘 스타트업이라는 드라마가 업계에서 화제다. 드라마다 보니 과장된 측면도 있고 오글거리는 포인트도 있지만 어떤 지점에서는 꽤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어서 기획자라는 직업상(?) 그리고 흥미로운 부분도 있어서 챙겨보게 된다.


이 드라마는 요즘 스타트업계의 고민을 몇 가지 보여주고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바로 ‘혁신’에 대해서다. 주인공인 ‘달미’와 ‘인재’라는 인물로서 보여지는 기술의 혁신. 그리고 그것이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이다. 달미는 혁신을 통해 시각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개선시키고 싶어 하고, 인재는 혁신을 통해 기업의 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고, 그 기술이 궁극적으로 인간을 더 편리하게 해주지 않느냐고 말한다. 


소셜 섹터와 영리 섹터를 오고 가며 일을 하는 기획자인 나에게 달미와 같은 창업가들은 이미 익숙하다. 이들은 혁신을 통해 우리가 당면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고, 당장은 고생길이라도 사회적 약자의 삶을 더 나은 삶이 되도록 개선하며, 누군가의 일자리를 기꺼이 만들어 낸다. 최근 영리 섹터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있다. 당장 사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표는 아니더라도 ‘선한 영향력’을 주기를 원하는 기업가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참 반가운 일이다.  


나는 사실, 그래서 우리 회사에 얼마의 비용 절감을 가져올 수 있는가?에만 관심이 있는 드라마 스타트업의 원 회장 같은 사람에게는 큰 관심은 없다. 그러나 젊은 청년들이 혁신이라 불리는 첨단의 기술을 기반으로 한 나의 노력과 꿈이 무엇을 향하고 있고, 그것이 궁극적으로 누군가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고,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새라 케슬러가 쓴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 라는 책에는 미국의 한 스타트업의 사례가 나온다. 우리보다 조금 더 빠르게 노동의 변화를 겪고 있는 미국의 사례인데, 엘리트 출신의 스타트업 창업가가 고안해낸 비즈니스가 궁극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더 나쁜 상황으로 가게 만든다는 것을 사업의 진행 과정에서 깨닫게 되고, 결국 청년 창업가가 사업의 방향을 수정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그가 혁신이라고 불렀던 비즈니스 방식이 누군가의 삶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는 진심으로 고뇌했다. 그리고 고민의 결과로 대안적인 비즈니스 방식을 선택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시장에서 성장해 나가게 된다.   


우리 역사를 보면 기술의 발달은 항상 법이나 윤리관의 정립보다 빠른 편이었다. 눈부신 기술의 발전 속에서 청년 스타트업이 본인의 사업이 어느 곳을 향해 있는지 모르다가 원 회장 같은 기업의 부품처럼 활용되거나, 그것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뒤늦게 알고 괴로워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그건 스타트업 창업가에게도, 또 일자리를 잃거나 피해를 입게 되는 누군가에게도 불행한 일이니까 말이다. 나는 요즘 스타트업의 등용문인 많고 많은 창업 육성 기관들이 창업자들에게 노동의 미래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노동의 미래를 고민하고 그 속에서 스스로의 혁신의 방향을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 욕심일까.   



“스타트업 업계에서 말하는 노동의 미래가 한편으로는 위안이 되지만 또 한편으로는 불완전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긱경제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줄 수도 있지만, 반대로 노동의 세계를 처참한 풍경으로 만든 요일을 더욱 심화시킬 수도 있다……중략……모든 경제는 사람이 만들어간다.”

– 새라 캐슬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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