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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na Jul 23. 2023

'나'로 향하는 나침반 바늘

가끔 '너'로 돌려놓기


토요일의 일이다. 한 시에 학원 가는 아들 점심 차려 먹이고, 남편이랑 셋이 차를 타고 나섰다. 아이를 학원에 내려주고 둘이 고기를 사러 갔다. 월요일이 생일인 아들은 분위기 좋은 곳에서의 외식보다 맛있는 고기를 집에서 먹고 싶다고 했다.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들답다. 


가족들 생일에 근사한 곳에 가서 밥 먹으면 나에게 좋은 일은 좀 있긴 하다. 간만에 차려입을 수 있고, 밥도 설거지도 안 하고. 어차피 생일 당일에 미역국은 끓여주니 어쩌면 내겐 이 편이 훨씬 좋긴 하다.


그런데 토요일 하루가 참 좋았다. 저녁을 다 먹고, 내가 개발한 수박+하몽(메론 대신)으로 디저트 먹고, 딸이 동생에게 만들어준 마시멜로우 구운 스모어까지 먹고, 남편이 뒷정리할 때 쉬면서, ‘오늘이 참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말했다. 그랬더니 남편도 자기도 그렇다고 했다.


점점 각자의 생활이 생기고 어떨 땐 가족들 주변에 총 네개의 성곽이 둘러진 것 같다 느껴질 때도 있는 요즘. 그래도 생일만큼은 철저하게 생일자를 위하여 기꺼이 내가 해줄수 있는 것을 맘껏 해주고 있음, 그 하루 한정이지만 아낌없이 베풀고 있음이 오히려 나에게 잃어버린 생기를 다시 느끼게 해주었다.


사람의 마음은 가만히 놔두면 나침반의 바늘처럼 늘 ‘나 자신’쪽을 향하게 마련인 것 같다. 그래서 가끔 이렇게 오늘 하루는 '너'를 위해 내 시간과 내 마음을 돌려놓겠어, 그렇게 나 아닌 바깥 누군가를 향해 있겠어, 작정을 해보는 시간이 좋았던 것 같다. 마치 앞으로 구부정해진 거북목을 뒤로 넘겨 스트레칭해주는 것처럼. 


당연히 아들은 아주 많이 기뻐했고,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또 기뻤지만, 이미 그 전부터 장볼 때 식탁을 구상하며 재료를 고르고, 요리 시간을 계획하고, 하나씩 준비해나가는 그 시간 내내 기쁨은 내 마음을 꽉 채우고 있었다. 누군가를 위해 나를 사용할 때의 기쁨, 그 효능감은 어쩌면 나를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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