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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임대인들은 대부분 소시오패스다

전세사기, 지옥을 버티기로 했다-12

by 교진

전세사기 임대인들은 대부분 소시오패스다.

제목 그대로다. 작년 12월 임대차 소송 일부 승소 이후 나는 임대인과 문자로 여러번 연락을 시도했으나 그는 답하지 않았다.

전화로 하지 않았던 건 그의 목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 갤럭시는 편리하게도 상대방이 문자를 읽으면 숫자 1이 사라진다.

마치 카톡처럼 말이다. 임대인은 문자를 분명 읽고도 답하지 않았다. 나도 그동안 다시 일을 시작했고 바빴던지라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그리고 하루 중엔 내가 전세사기를 당했단 사실을 잠시 잊을 때가 있었다. 예전엔 그렇지 못했다. 온통 복수할 생각 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정말 약인듯, 최근 멘탈은 예전보다 나아졌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회복됐다는 것일뿐 가끔 PTSD처럼 화가 치밀 때가 있다.

최근에도 임대인에게 지금 잠적인거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답을 한거 아닌가. 매달 보냈던 이자 보내달라고 재촉문자보다 효과가 있어보였다.

그는 실제로 그 다음주 그간 밀린 이자를 보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임대인이 소시오패스라고 생각됐던건 그의 문자때문이었다. 그는 매번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야기한다. 자신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자신도 열심히 알아보고 있다. 자신이 다른 일 때문에 이자를 보내지 못했다. 이런 식.

나도 이렇다. 그러니 더 재촉하지 말아라를 우회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담당변호사는 수개월 만에 이자를 보내며 자신의 상황을 과도하게 설명한 것을 두고 추후 형사소송이 진행된다면 고의, 사기가 아님을 변호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영악하다. 남의 고통보단 자신의 티끌이 우선이다. 선천적인건가. 후천적인건가.

경찰과 법원은 그대로 믿겠지. 이게 통하니까 이런 식으로 답을 하는 것 같다. 이젠 누굴 원망해야할지도 모르겠다. 임대인인지. 아니면 임대인을 이렇게 방관한 법원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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