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지옥을 버티기로 했다-6
내가 쓰고 있는 신용카드(국민, 우리)는 두 가지.
은행의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나는 신용관리대상이 됐고, 지난해 3월 두 카드 모두 정지됐다. 쓸 수 있는 것은 체크카드, 현금 뿐이었다. 창피하게도 난 그제야 대출 연체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했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야만 했다. 곧바로 두 카드사 고객센터로 전화했다.
은행에 전화해 자초지종을 설명했지만 자신들은 해결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대출금이 미상환되면 은행이 차주의 신용정보를 한국신용정보원이라는 곳에 제출하게 돼 있다고 한다. 그러면 카드사가 그 정보를 적용해 신용카드를 정지한다는 구조다.
난 은행에서 이렇다 할 답을 찾지 못하자 카드사로 전화를 걸었다. 참고로 우리카드 고객센터는 1588-9955, 국민카드는 1588-1688다. 대출, 분실신고 등 서비스마다 번호는 다르다. 대표 고객센터가 연결이 되지 않자 나는 모든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두 회사 모두 연락이 닿았고, 카드사들은 내가 정지를 풀기 위해서는 전세사기 피해를 당했다는 객관적인 자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객관적 자료는 전세계약서를 비롯해 소송접수증, 전세사기피해결정문 등이다.
두 카드사는 다만 나의 상황에 대해 내부적으로 심사를 해야하기 때문에 정지가 풀릴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여 안내했다. 나의 처지를 들여다봐주겠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말이었다.
다행히도 두 회사는 내 사정을 반영했고 카드는 2~3일 만에 정지는 풀렸다. 떨어졌던 신용등급도 어느정도 복구됐다.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지만 한편으로 화가 났다.
모든 일의 원흉인 임대인의 짓거리를 차치하더라도 피해자가 모든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는 사실이 화가 났다. 카드사, 은행은 그나마 전화를 받았지만 주택, 전세, 신용 관련 몇몇 준정부기관은 불통이었다.
그 준정부기관의 지역거점도 마찬가지였다. 또 전화가 연결되더라도 제대로 된 안내를 받지 못했다. 소관이 아니고 내가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다른 곳에 전화를 걸라고 언급만이라도 해줄 수 없었을까.
전화를 걸었던 그 누구도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았다. 작년 12월 기준 전세사기를 당한 사람은 2만6000여명이라는데. 그렇다면 다른 피해자들한테는 제대로 안내가 됐을까.
피해자들한테는 1분 1초가 아까운데 그 시간을 아껴줄 방법은 어디에도 없었다. 모든 것에 맨몸으로 부딪치고 실패하고 좌절하며 알아내는 것. 이게 피해자를 가장 힘들게 하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