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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대출연장…은행과 나눈 이야기들

전세사기, 지옥을 버티기로 했다-7

by 교진

은행에서 빌린 보증금을 상환하지 못하자 난 신용카드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신용불량자가 됐다. 앞서 밝힌 것처럼 신용카드는 카드사 고객센터에 전화해 내가 전세사기 피해자라고 설명하고, 정지를 풀어달라고 애원했다. 그 결과 내 처지는 받아들여졌고 카드정지는 해제됐다.


하지만 은행의 대출은 말이 달랐다. 임대인은 여전히 돈을 못주겠다고 버티고 있었고 상대적인 약자인 나는 도저히 이를 감당할 능력이 되지 않았다. 상환일이 지나자 내 이슈는 본점에서 다뤄졌다. 기억하기론 심사부 직원이 직접 전화를 걸었던 것 같다.


그와의 통화에서 난 또 다시 전세사기 피해에 대해 설명했다. 고맙게도 그는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고 같이 방법을 찾아보자고도 했다. 우선 가장 시급한 대출 기간 연장을 권했다. 내가 대출 상환일 전 기간 연장을 하지 못한 이유는 임대인 때문이었다.


은행에선 임대인이 인지를 해야 대출 연장이 된다며 연락을 해보라는 식으로 종용했지만, 그때 임대인은 전화를 받지 않는 상태였고 본인의 가족이 죽었고 자신은 장례식장이라는 얼토당토않는 소리만 해댈 때였다. 본인이 바빠 돈을 주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이러니 연장이 될 리가 있나. 더군다나 나는 현재 살고 있는 집의 보증금의 잔금을 치뤄야 하는 상황이라 임대인을 통한 기간 연장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은행은 임대인만 찾고 있었다. 그렇게 연장이 안된 채로 상환기일을 넘어가니 나는 나대로 은행에게 불만이 쌓여가던 차였다.


본점 심사부 직원과 지점은 이후 알게 모르게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지점장이 직접 전화와서 답을 같이 찾아보자고도 했다. 그 결과 대출을 연장할 수 있게 됐고, 나는 내가 전세사기를 당했고 임대인을 상대로 소송을 하고 있는 서류를 제출했다.


본점 심사부 직원과는 카드 정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 사실 카드 정지는 카드사가 직접 내리는 것이라 은행은 상관이 없었지만 본점 심사부는 본인도 과거에 신용카드를 못썼던 적이 있었다며 나를 위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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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 직원과는 서로 짜증을 내다가 이후엔 가까워졌다. 지점에서도 내가 전화를 안받으니 답답했을 것이다. 나는 나대로 나의 처지를 설명했지만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은행에 화가 났었다. 그러다가 통화 상으로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물론 목소리를 높인 건 나였다. 상황이 급하니 나도 모르게 블랙컨슈머가 됐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기간이 연장된 후엔 사담을 나누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대화의 내용은 주로 전세사기가 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난 해지했던 주택청약적금을 다시 가입했으며 앱 설치 이벤트에 참여하기도 했다. 주택청약적금은 내가 필요해서였고 이벤트는 은행의 권유였다. 지점에선 여기에 IRP를 추천하기도 했지만 난 웃으며 거절했다.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영업이라니…


급한 불을 끄니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 은행 문제가 해결되니 보증금 소송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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