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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규연 Oct 26. 2021

8시간 줄 서서 먹는 밀크티, 차옌웨써 (茶颜悦色)

중국 창사 지역의 명물이 되다


최근 만난 중국인 친구에게 차 티백을 선물 받았다. 茶颜悦色(차옌웨써)라는 브랜드의 차였다.

"언니, 이거 중국에서 진짜 유명한 브랜드예요. 밀크티가 제일 유명한데 그걸 먹으려면 长沙(창사)에 가야 해요. 그 밀크티 먹으려고 长沙로 여행 가는 사람도 정말 많아요."


나는 벌써 세 가지 질문이 생겼다.

① 茶颜悦色은 어떤 브랜드인가?

②이미 대중화된 밀크티 브랜드(COCO, 点都的 등) 도 충분히 많은데, 茶颜悦色 밀크티가 유독 인기를 끄는 이유가 무엇인가?

 ③茶颜悦色 밀크티를 마시러 长沙까지 가야 하는 이유가 뭘까?


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공유한다.



Q. ① 茶颜悦色는 어떤 브랜드인가?

→ 중국 창사에서만 영업하는 밀크티 전문점이다.


차옌웨써(茶颜悦色)는 2015년 3월, 중국 후난성(湖南) 창사(長沙)에 설립된 밀크티 전문점이다.

창립자는 뤼량(吕良)이라는 31세의 젊은 사업가다. 차옌웨써는 2020년까지 창사(長沙)에서만 장사를 해왔다. 지역 브랜드로 시작했지만 SNS를 통해 인기를 얻게 되면서 지금은 창사를 대표하는 명물이 되었다. 창사에만 270개의 매장이 있어 '창사에 가면 100m마다 차옌웨써를 볼 수 있다.'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다. 창사에서만큼은 스타벅스도 맥을 못 춘다.


현재 차옌웨써는 창사 지역을 넘어 중국 전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데,  21년 4월 광동성 션전(深圳)에 팝업스토어를 개장했을 때는 5만 명이 줄을 서기도 했다. 때문에 5만 명이 줄 서서 먹는 밀크티, 8시간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밀크티라는 기사로 이슈가 되기도 했다. 판매하고 있는 메뉴는 밀크티, 음료, 디저트가 있다.




출처: 바이두





Q. ②茶颜悦色 밀크티의 차별성은 무엇인가?

→ 전통문화를 입힌 브랜드 이미지, 특이한 밀크티 스타일과 가성비, 세심한 고객 서비스



1)  전통문화를 입힌 브랜드 이미지

차옌웨써는 중국의 전통차와 서양식 색채를 가미한 음료 브랜드로 마케팅에 성공했다.


특히, 중국에서 애국주의인 国朝(궈차오) 열풍이 불면서 중국 전통문화를 강조한 브랜딩이 인기를 끌었다. 차옌웨써의 로고부터 중국의 향기가 물씬 느껴진다.


"붉은 빛깔의 팔각창 안에 남방풍 미녀가 둥근 부채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마치 스타벅스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이렌이라는 전설의 인어를 로고에 담은 것의 중국판 버전처럼 느껴진다. 밀크티를 담는 종이컵도 중국 전통 서화가 그림에서 따온 게 대부분이다. 차옌웨써가 사실상 젊은 층 사이에서 전통문화의 대명사가 된 셈이다."   

   -[차이나리포트] "8시간 줄 서서 먹는 밀크티" 중국에 부는 차옌웨써 열풍 中


찻잔의 디자인에도 중국 전통문화의 특색을 반영했다. 전통문화 박물관에서 볼 법한 명화들을 찻잔에 옮긴 것이다.


아래의 사진은  <韩熙载夜宴图 (한희재야연도)>라는 그림으로, 중국의 10대 명화 중 하나이다.


뿐만 아니라, 전통 문양 디자인을 반영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아래의 사진처럼 희곡의 인물을 그려 넣기도 했다.



이렇게 차옌웨써는 로고, 찻잔 디자인, 포스터, 광고 등에 전통문화를 입힌 애국 마케팅으로 인기를 얻었다.


*참고 자료: https://www.sohu.com/a/436945009_161378?sec=wd



2) 메뉴 분석 (제조법, 맛, 마시는 방법, 가격대)

우선, 차옌웨써의 밀크티는 중국에서 대중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밀크티(coco, 오른쪽 사진)와는 제조 방식이 다르다. COCO의 밀크티는 음료에 버블(펄)을 추가한 대만식 버블티라면, 차옌웨써의 밀크티는 버블 대신 휘핑크림을 얹는다.

차옌웨써 (왼쪽)와 COCO의 밀크티 (오른쪽)  (출처: 바이두)


대표적인 메뉴인 幽兰拿铁(한란라떼)를 분석해보겠다.

출처: 바이두


幽兰拿铁(한란라떼)는 锡兰红茶 (실론 홍차),  安佳淡奶油 (휘핑크림), 香脆碧根果 (바삭바삭한 피칸)을 넣어 만든다. 그리고 기호에 따라 따뜻하게 먹기도 하고, 차갑게 먹기도 한다. 중국의 인스타그램인 小红书(샤오홍슈)의 리뷰를 살펴본 결과, 홍차 맛이 깊게 우러나고, 피칸 맛도 강하며 목 넘김이 부드럽다는 평가를 받았다.


출처: 小红书 (@Fairy_娜)


다른 메뉴를 살펴보더라도 녹차 + 말차+ 휘핑크림 + 건포도로 구성되어 있거나(메뉴명: 抹茶葡提)

녹차+탄산수+휘핑크림+팝핑 캔디 (입에서 톡톡 터지는 캔디)로 구성되어 있다. (메뉴명:少年气)

출처: 小红书 (@Fairy_娜)


즉, 차옌웨써의 음료 제조 방식은 베이스가 되는 차(녹차, 홍차, 우롱차, 블랙티 中 하나)를 넣고, 휘핑크림을 얹는다. 그리고 토핑으로 피스타치오, 건포도와 같은 견과류를 올리기도 하고, 마카롱 조각을 올리기도 한다.


마시는 방식도 안내되어있다.

 첫 번째로, 토핑을 떠서 먹는다. 그리고 두 번째로, 음료를 마신다. 마지막으로는 휘핑크림과 토핑을 음료와 휘저어서 마시는 방식이다.


차옌웨써 마시는 방식


가격대는 12위안~17위안으로 형성되어 있다. 한화로 따지면 약 2,194원~3,108원인 셈이다.


다른 밀크티 브랜드인 COCO의 가격과 비교해보면COCO의 음료는 7~15위안 (기본 사이즈 기준)에 판매되고 있다. 한화로 약 1,279원~ 2,742원에 해당하는 값이다. 따라서 차옌웨써의 가격은 타 브랜드와 비슷하다.

중국의 밀크티 브랜드 COCO의 메뉴판 (출처: 바이두)



3) 세심한 고객 서비스

차옌웨써의 성공은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와도 연관있다. 단순히 직원이 고객을 친절하게 응대하는 것을 넘어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도록 한다.


"下雨时,门店准备的及时伞可供顾客使用。在点单台的显眼位置,配备了装有创可贴、藿香正气水等应急用品的小药箱。"

"비가 올 때는 고객이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우산을 준비해놓는다. (창사 지역은 비가 자주 온다.)

계산대의 눈에 잘 띄는 위치에, 일회용 반창고, 소화제와 같은 구급약품을 비치해놓는다."



차옌웨써의 밀크티를 마시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

“茶颜会在排队期间有工作人员引导,为每位排队中的顾客送上一小杯新品试喝,介绍新品是什么”

고객이 대기를 위해 줄을 서 있는 시간도 허투루 여기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듯, 차옌웨써의 대기 줄은 대신 줄을 서주는 아르바이트가 생겨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길다. 그때, 차옌웨써는 대기를 하는 고객에게 신제품을 시음할 기회를 준다. 지루한 대기 시간에 신음료를 마셔보면서 신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세심한 서비스는 고객의 브랜드 충성도를 높여주었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얻은 차옌웨써는

빠르게 인기를 얻었다.


참고 자료: http://news.winshang.com/html/069/1263.html

https://zhuanlan.zhihu.com/p/367097918


Q. ③茶颜悦色 가 长沙에서만 영업하는 이유?


1) 운영비 절감

차옌웨써는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아니다. 따라서 외지에서 운영할 경우, 창사에서 운영하는 것보다 운영비가 비싸지고 번거로운 일이 많아진다. 식자재 유통 문제만 봐도 그렇다. 매장이 창사에만 있으면 공급망 효율을 높일 수 있어 좋은 식자재를 쓰면서도 가격을 저렴하게 할 수 있다.


2) 지역 마케팅

차옌웨써의 인기로 인해 중국 사람들은 '창사'지역과 '차옌웨써'를 함께 떠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제는 차옌웨써가 창사의 취두부처럼, 창사를 대표하는 명물이 되었다. 차옌웨써는 이것을 노리고 처음부터 창사 지역에만 매장을 개점해 '창사=차옌웨써'라는 공식을 여러 사람에게 각인시켰다.


3) 위조 브랜드 방지

무엇이든, 잘 되기만 하면 가짜가 생긴다. 차옌웨써도 마찬가지다. 여러 지역에 차옌웨써를 위조한 상점이 많이 생겼다. (심지어 한국에도 있다.) 하지만 '차옌웨써는 창사에만 있다.'는 공식을 워낙 강조했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있는 차옌웨써는 위조다.'라는 명제가 자연스러워졌다. 이렇게 차옌웨써가 꾸준히 창사에서만 영업하는 이유 중 하나도 모조 브랜드를 관리하기 쉽도록 하기 위해서다.



참고 자료:

http://www.360doc.com/content/19/0920/00/14788_862082934.shtml


https://blog.naver.com/qingw_w/222340602118




차옌웨써의 브랜드 철학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타깃을 명중하라."가 아닐까.


사업이 잘 되면 브랜드의 진출 영역을 확대시키는 일반적인 경영 방식과 달리, 차옌웨써는 '창사'라는 지역 한곳에 집중해서 사람들을 그곳으로 끌어모았다. 이렇게 남다른 철학으로 브랜드 충성도를 높인 차옌웨써, 알면 알수록 더욱 궁금해진다. 나 역시도 창사에 방문하면 꼭 마셔보고, 이 글에 맛에 대한 후기를 덧붙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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