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소호, 제멋대로 시키는대로
내가 이 책을 보게 된 건, 우연히 건대입구에 있는 독립서점에 구경하러 갔던 날이었다. 아는 언니가 서점에 가자고 했고 나는 따라나섰다. 책을 구경하며 지난 7월을 함께 보냈던 캣콜링 저자인 이소호 시인의 에세이가 있었다. 나는 첫 장을 넘겼고 경진이가 소호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자리에서 나는 다자이 오사무 만년이라는 책을 샀고 이소호 시인의 에세이집을 놓고 왔다.
주말동안 나에게 많은 일이 있었다. 핫도그가 먹고 싶어서 두물머리에 갔고 닭갈비가 먹고 싶어서 춘천에 갔다. 작은 교통사고가 났고 집에 돌아오는 길은 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위태로웠다. 그 과정 속에서도 나는 한 구절이 계속 생각났다.
단절. 단절. 단절
그것은 이소호 시인의 믿음이자 나의 믿음이었다. 나는 과거를 돌아볼 용기도 없고 다시 떠오르기도 어디에 기록되기도 싫은 마음이다. 혼자 이 모든 것을 껴안고 죽어버린다는 마음으로 나는 살았다. 그러니 이 과거는 폐기되어야 할 존재이며 나의 과거를 아는 모든 이와 ‘단절’을 해야 했다. 나는 대학 생활을 시작하면서, 서울에 상경하면서 모든 나의 과거의 연을 끊었다. 끊기까지 많은 과정이 있었지만, 나는 그 때의 나와 다르다는 마음으로, 제2의 나로서 살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이런 마음을 같이 겪은 사람이 있다니.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마음은 외딴 놀이터에 혼자 놀고 있는 나에게 손을 내밀어준 친구 같았다. 이 책이 그랬다. 내가 언젠가 글을 쓰고 내 글이 발행되면 주고 싶은 마음. 나는 먼저 이소호 시인에게서 이 마음을 전달받았다.
책을 사러 다시 서점에 갔고 나는 이 책을 읽는 과정 속에서 개인적으로 힘든 일도 있었지만 결국 다 읽었다. 완독이 어려웠던 시점이라 나에게 뿌듯함과 따뜻함을 준 책이었다. 나는 아직 나의 이름을 버리지 못했고 과거를 다시 돌아볼 용기도 없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며 나 또한 K-POP에 빠져 살았고 어떠한 희망을 가지며 그 시절을 보냈다. 이십 대 이전에 지난한 날들을 견딘 나를 조금이나마 칭찬해줄 수 있게 되었다.
나도 기억력이 좋고 글이 좋고 아이돌을 우상으로 삼았고 첫째고 등등 공통점이 많은 글이어서 어떤 부분에선 나의 감정을 고스란히 적어놓은 것 같았다. 내가 이소호 시인의 시를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형식이 독특하다는 점이다. 다른 시와 다르게 파격적인 형식이 나의 마음을 이끌었는데, 자유로운 글을 마음껏 느끼는 기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에세이도 그렇다. 형식이 자유로워 소호라는 이름에 각주가 여러 개 달리고 음악을 듣는 것 같이 트랙별로 이야기를 구성하였다. 에세이의 형식을 또 파괴하여 글을 마음껏 돌아다니는 시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내가 가장 좋았던 부분은 프롤로그였고 시인의 더 깊은 이야기를 알고 싶으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다음에는 캣콜링 후기를 꼭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