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나를 찾아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 잘츠부르크의 노을 © Kyrene
초원 호텔에서 꿈같은 밤을 느긋하게 보내고 명랑하게 노래하는 새소리에 눈을 뜬다. 이른 아침 발코니의 풍경도 더없이 고요하고 평안하다.
긴 동유럽 여행을 마친 우리는 오늘 주변 산책을 하며 휴식하기로 한다. 약간 구름에 덮인 날씨는 산책에 안성맞춤이다.
드넓은 푸른 초원을 지나 마을로 향하는 길목에 한 무리 양들이 한가로이 아침식사 중이다. 그중 호기심 많은 한 녀석이 낯 선 이방인이 신기한 듯 식사를 멈추고 한참을 바라본다.
반려견과 함께 배낭을 메고 트레킹 하는 여행자도 무척 여유로워 보인다. 건너편 넓은 초원에는 젊은 한 쌍이 반려견과 함께 공 던지기 놀이를 하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있다. 모든 것이 초원과 하나 된 풍경이다.
귀여운 양들과 시간을 보낸 후 노란 꽃, 빨간 꽃, 분홍 꽃이 잔잔히 피어 있는 널따란 초원을 마음껏 산책한다. 아랫마을로 향하는 길은 담쟁이덩굴에 둘러 싸인 거목들이 가로수 터널을 이루고, 하늘까지 가려진 숲 터널 끝에 마을이 나타난다.
마을 길가에 차려진 알록달록 크고 작은 호박 파는 노천 매대는 그림처럼 예쁘고, 조용히 움직이는 작은 마을 풍경은 영화 속의 한 장면이다.
마을 나들이를 마치고 돌아오는 초원 언덕에는 그림엽서처럼 예쁜 목조호텔이 자리하고, 발코니는 다양한 꽃으로 장식되어 있다. 저 멀리 산으로 둘러싸인 도심과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화가 된다.
호텔 주변 담장은 푸른 정원수로 둘러싸여 있고, 새빨간 열매와 대조적인 선명한 초록 잎이 무성한 주목나무도 보인다. 맞은편 담벼락에는 귀여운 꽃마차 옆으로 앙증맞은 통나무의자와 테이블이 마주하고 있다.
초록빛 초원 저 멀리 하늘에 닿을 듯 높은 산맥은 실루엣 만으로도 장엄한 위용을 뽐내고 있다. 그 아래 하늘 끝 산너머로 모습을 감추는 석양을 바라본다. 오스트리아의 거대한 산맥을 넘고 있는 석양은 그 산맥을 품어주는 하늘을 불꽃처럼 타오르게 한다. 지극히 아름다운 순간이 때로는 눈시울을 적신다.
발코니에서 조망하는 도심 야경은 언제나 장관이다. 맞은편 까만 하늘에는 별이 쏟아지고 있다. 아직 난방철이 아니어서 중앙난방을 가동하지 않는 초원의 밤공기가 서늘하다. 유럽의 로컬 호텔은 개별난방을 거의 하지 않으므로 개인의 건강상태에 따라 적절한 보온대책이 필요하다.
쾌적한 날씨 속에서 소중한 사람과 함께한 오늘의 휴식도, 혹은 각자에게 주어진 조금 힘든 하루도, 잘 견딜 수 있음에 감사하며 내일을 위한 새 힘으로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