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함의 크기 행복의 크기>
▲ 소중한 것을 앗아가는 재난 © https://www.firefighternation.com
이른 아침 눈을 뜨고 침대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거실 스피커에서 날카로운 비상벨 소리가 터진다. “주민 여러분 화재가 발생하였습니다, 신속하게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주민 여러분 화재가 발생하였습니다, 신속하게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어떻게 일어났는지 우리는 이미 거실에 서 있었다. 심장이 튀어나올 듯 쿵쾅거리고,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제 맘대로 다리가 후들후들 손이 벌벌 떨린다. 나는 식탁의자를 붙잡고 버티는 중이다. 특별한 방안이 있을 리 없는 남편에게 구원을 요청한다.
나: 어떡해요, 뭐부터 해야 하지?
남편: 잠깐만(창밖을 내다보면서), 관리실에 전화부터 해봅시다.
관리실 직원이 전화를 받는다(스피커폰을 통해).
직원: 여보세요?
남편: 여기 ◯◯ 동 ◯◯ 호 입니다. 방금 화재발생 비상벨과 신속대피 방송이 나왔는데 어떤 상황입니까?
직원: 네?! 제가 지금 관리실 밖 ◯◯ 동에 나와 있어서, 바로 확인하겠습니다.
남편: (벌벌 떨고 있는 나를 진정시키며) 시스템 오작동 가능성이 높을 거 같은데...
잠시 후 직원의 답변은 남편의 예측과 같았다. 몇 분의 시간이 한 세월만큼 아득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늘 조용하던 남편의 언성이 다소 높아진다.
남편: 즉시 상황설명 방송부터 내보내세요, 주민들의 공포가 극심할 것입니다.
곧이어, 기기 오작동이니 주민들은 안심하시라는 방송이 거실에 울려 퍼진다.
조금 진정이 된 후 TV에서 보았던 어느 아파트 화재현장이 떠오른다. 이 상황이 실제였다면, 지금 우리는??? 나도 모르게 두 손이 모아지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중얼거리고 있었다. 평온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는 보통의 날들, 그 일상이 늘 그랬듯이, 이날의 아침도 더할 수 없이 감사함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하루도 빠짐없는 아침기도를 한다. 언제나처럼 남편과 손을 맞잡는다. ‘오늘도 주위의 모든 사람들, 운전하는 사람들,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 안전하고 평안하게 잘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전쟁과 전염병과 허황된 욕망이 사라져 온 세계가 화평할 수 있도록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공동체에 어떠한 비상벨도 울리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이웃의 소중한 가족들이 무탈하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저녁 식탁에 웃는 얼굴로 마주 앉을 수 있길 마음을 다해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