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조용필 <바람의 노래>가 주는 답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보네'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이 짧은 한 문장을 보고 며칠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이 문장은 교통사고 블랙박스 영상에 달린 댓글이었습니다. 영상에는 음주 운전 사고를 낸 후 경찰을 피해 시내를 도주하는 범죄차량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문장을 쓴 사람은 영화에서 자주 반복되는 추격씬이 연상이 되었나 봅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게 아닌데, 이야기는 그런 게 아닌데.'
혼자 속으로 되뇌게 됩니다. 끔찍한 범죄가 일어나는 이유는 영화를 많이 봐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 정반대입니다. 이야기의 기반에는 타인을 향한 이해가 있습니다. 범죄는 타인을 향한 이해의 부족에서 발생하는 끔찍한 사건일 뿐입니다. 그 사건에는 사랑이 없습니다.
이야기를 쓰는 것은 사랑으로 하는 일입니다.
동시에 사랑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사람을 사랑하기 힘든 시대를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사람을 긍정했던 믿음이 무너지는 경험이 반복됩니다. 이해하려는 마음은 금방 굴복당합니다. 그 순간 글 쓰기를 멈추게 되고, 사람들은 한없이 미워집니다.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사랑하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제가 찾은 답은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우리가 쓰는 이야기 속 등장인물에는 '나'라는 사람이 투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형태가 클 수도 작을 수도 있지만, 없을 수는 없습니다. 인간은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것을 창작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우리는 매일 우리 자신을 겪고 있습니다. 그게 나 자신이어서 너무 익숙해진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 익숙함 속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자주 놓치게 됩니다. 스스로를 포기하는 것은 결코 괜찮은 일이 될 수 없습니다. 포기는 습관이 되기 쉽습니다. '나'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남'을 포기하기 마련입니다.
사람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그게 우리에게 이야기가 여전히 유효한 이유입니다.
이야기에는 사람이 있고, 배경이 있고, 사건이 있고, 갈등도 있지만 동시에 사랑이 있습니다.
살면서 듣게 될까
언젠가는 바람의 노래를
세월 가면 그때는 알게 될까
꽃이 지는 이유를
나를 떠난 사람들과
만나게 될 또 다른 사람들
스쳐가는 인연과 그리움은
어느 곳으로 가는가
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 수가 없네
내가 아는 건 살아가는 방법뿐이야
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았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조용필 - <바람의 노래>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정답은 물론 없겠지만
지금 시대가 던지는 어떤 질문에 대한 대답이 사랑이 되면 좋겠습니다.
<바람의 노래>의 노랫말처럼 그게 해답이 될 수 있으니까요.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배웠습니다.
어떤 행동이 사랑인지를, 인간을 사랑하면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를.
잘못된 행동의 결과가 얼마나 아픈지를.
그러니 오늘은 우리가 우리를 사랑해 보기로 합니다.
사랑이 하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다 우연히 우리가 실수로라도 이 세상을 좋아하게 되어버리면,
사랑은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 됩니다.
여전히 이 세상에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가 그런 것일 거라고,
혼자서라도 믿어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