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된 탄핵정국...차질 빚는 헌재

총리 탄핵으로 저무는 2024년 12월

by 팟캐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남은 과제는 산적했다. 이제 산 하나 넘었다고 할까. 앞으로는 헌법재판소의 시간이었다. 헌법재판관 3분의 2가 찬성해야 윤 대통령의 파면은 확정된다. 헌법재판관이 전부 채워져 있다면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하면 됐다.


문제는 그때까지 헌법재판소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재판관 3명이 궐석인 상태로 임명되지 않았다. 3명의 후보자에 대해 여야 간 합의 절차가 있었고 국회 동의만 남았던 상태였다. 국회가 의결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면 된다. 대통령이 없으면 대통령 권한대행이 하면 문제될 게 없다. 사실상 형식상의 절차였는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삐걱했다.


야당은 서둘러 9명의 헌법재판관 정족수를 채우려고 했다. 6명이 윤 대통령의 위헌 여부를 가리고 평의해 결론을 내기에는 부족했다. 추후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였다. 6명이 참여해 전원이 찬성한다면 ‘문제가 없지 않나’라고 물을 수 있지만 ‘절차 상의 흠결’ 때문이다. 불완전한 상태에서 ‘대통령 파면’이라는 중차대한 결론을 내기 무리라는 주장은 충분히 나올 만했다.


게다가 야당 입장에서는 재판관 숫자가 늘어날 수록 자신들에게 유리했다. 6명이라면 단 2명만 탄핵에 반대를 해도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기각된다. 허나 그 수를 늘려 9명이라면, ‘2명의 반대 의견’은 소수 의견이 된다.


이를 잘 알기에 여당은 분명한 입장 차를 두며 시간을 끌려고 했다. 헌법재판관 임명이 늦어진다면 탄핵심판을 조금이라도 미룰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혹여 탄핵이 인용된다고 해도 대선 시점을 최대한 늦출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봤다.


이들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이 늦어지거나 기각이 되길 바라는 이유는 또 있었다.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 겪었던 악몽 같은 시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때처럼 당이 갈라지고 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하는 것을 겪지 않고 싶다는 얘기다. ‘국회에 군대를 진입해 의원들의 의사활동을 방해하려고 했다’는 명백한 위헌 사유가 있음에도 결국은 ‘자기 이해’에 따른 선택을 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 2017년 5월 9일 열린 대통령선거에서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는 압도적 패배를 당했다. 대통령선거에서만 졌으면 그래도 나았을텐데 이후 지방선거(2018년), 총선(2020년)에서 ‘궤멸적’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졌다. 서울·수도권 40~50대 민심이 보수정당에서 돌아선 것도 이때가 아닐까 싶다.


각 의원 개인들에게도 악몽과 같았다.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었고 보수정당은 돌고 돌아 2021년 국민의힘으로 재창당하면서 안정을 찾았다. 모양새는 영남에 기반을 둔 탄핵 반대파가 찬성파의 복귀를 용인해주는 형태가 됐다. 탄핵 찬성파에게는 ‘배신자’라는 딱지가 붙었다. 영남 아니면 한국의 보수정당이 살 기반이 없다라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여당’ 권력을 놓고 싶지 않다는 데 있었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록 탄핵을 당해 마땅하나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으로서의 지위를 유지고 싶어 한다는 의미다. 여당 인사들에게는 수 많은 공공기관, 공기업 취업의 길이 열리는데, 권력을 잃는 순간 그게 다 막힌다. 한국 정치가 구태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결함이기도 하다.


좀더 부연을 하자면 총선 등 선거를 앞두고 야당이 왜 여당보다 더 시끄러운지 설명이 가능하다. 야당의 공천 과정이 더 부도덕하거나 여당 의원들이 지도부의 결정을 수긍하는 게 아니다. 야당보다 여당에 ‘콩고물’이 더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공공기관장 등의 내정을 약속하면서 ‘이번에는 김 의원이 양보좀 해’라고 하는 식이다. 여당의 설득이 쉬울 수밖에 없다.


이런 예는 너무나 흔하다. 2022년 지방선거 때를 예를 들자면, 그때 일찌감치 경기도지사에 출마하겠다고 나선 새누리당 출신 재선 의원이 있었다. 3월 대선이 끝나자 그는 자신의 캠프 사무실을 만들고 사무실 내부에 대통령 당선자와 찍은 사진을 크게 걸었다. ‘대통령과 가깝다’라는 것을 드러내기 위한 목적이었다.


경기도지사는 어떤 자리인가, 서울시장과 함께 주요 광역시 단체장으로 이곳 지사는 대선 후보 중 하나로 항상 꼽힌다. 서울시장과 함께 지자체장 양대산맥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민주당내 비주류 군소후보에서 자기세력을 만들 수 있었던 토대도 성남시장 이후 경기도지사였다.


문제는 이런 자리를 누구나 탐낸다는 점이다. 넥스트를 노릴 수 있으니까. 2022년 3월 대통령선거가 끝난 후에는 유승민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선캠프 공보단장을 맡았던 김은혜 의원까지 나서면서 경기도지사 후보들의 위상이 올라갔다. 먼저 앞서나가려고 했던 그 재선 의원은 제대로된 토론회 한 번 못하고 관심권에서 멀어졌다.


토론회조차 참석 못하고 컷오프 되던 그때 그의 모습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런데 몇 개월 뒤 그가 모 공기업 사장에 임명됐다는 것을 알았다. ‘아 저 자리로 이 사람을 달랜 것이구나.’


이곳 뿐일까 민간기업 형태를 띄고 있지만 관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KT사장도 정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KT CEO가 바뀌는 시점마다 여권에서는 노골적으로 개입하려고 했다.


반면 기대할 수 있는 ‘수익 창출’이 국회의원직 유지 정도라면 그 누구도 설득이 어렵다. 구조적으로 야당에서는 공천 잡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여기에 당내 주류와 비주류 간에 반목이 심하다면 잡음은 더 커진다. 자신들의 편에 더 많은 지분(공천)을 나눠주려는 주류와 밀려나지 않으려는 비주류 간의 갈등 구조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24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있었던 공천 갈등이다. 명분은 세대 교체이지만 안을 파고 들어가면 공천 지분을 놓고 다투는 계파 간 전쟁일 때가 많다.


민주당이 이 정도인데 소수당은 오죽이나 할까. 나눠줄 게 없는 상황에서 당원들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은 ‘헌신’ 뿐이다. 부도채권과 다름 없는 ‘이념적 비전’을 제시한 채 말이다.


따라서 권력을 잡는다는 것은 곧 ‘내 생계’와 직결된다. 자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만 된다면 여러 일자리에 들어갈 기회가 열린다. 고위 수뇌부는 ‘우리가 국정을 운영한다’라면서 고뇌와 고민을 하겠지만 분명 그 밑에는 자기 잇속을 차리면서 ‘정의’를 외치는 사람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정치선진화를 위해서는 ‘낙하산’ 관행이 사라져야 가능하다고 본다.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타 정치 세력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생계와 돈을 놓고 양보없는 싸움을 하기 때문이다. 진짜 순수하게 법과 제도, 국정 운영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의 탄핵을 생각했다면 ‘골이 터지게’ 여야 간에 싸울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이 와중에 여당의 여망을 온몸으로 짊어진 이가 나타났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였다. 야당 주도라고는 하지만 3명의 헌법재판관 후보 임명 동의 절차가 국회에서 마무리 됐는데 한 권한대행은 형식적인 절차 이행을 망설였다. ‘미적거렸다’라는 표현이 더 맞을 듯 하다.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였고 야권 인사와의 교류도 많았지만 그의 선택은 간결했다.


결국 한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했다. 여야 간에 합의해서 임명동의안을 올려달라고 했다. 빠른 탄핵과 조기 대선에 몸이 달았던 민주당은 결국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의 칼을 빼들었다. 일부 신중론이 있었지만 무시됐다.


그렇게 민주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해 탄핵소추 의결을 했고 그의 직무는 정지가 됐다. 그때가 2024년 12월 27일이었다. 민주당 내에서 ‘급하다’, ‘서두른다’라는 의견이 개진됐지만, 지도부는 일단 ‘전진’하기로 했다. 이에 대한 여러 우려가 있었다. 그 우려는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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