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수가 좀처럼 안 오른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왔던 네이버블로그에 계속 글을 올리고 있다. 결정적 계기는 네이버가 10년 가까이 운영했던 '포스트'를 폐지하고 네이버블로그로 일원화하면서부터다.
그 포스트는 후배 기자 친구와 함께 팟캐스트를 운영하면서 썼었다. 구독자도 거의 5000명 정도를 모았는데, 2022년 이후 거의 방치하다시피 했다. 경제·금융이 아닌 정치·사회 쪽으로 취재 분야가 옮겨지면서 팟캐스트·포스트 유지를 위한 추동력을 잃었던 게 크다.
거의 4년 정도 적게는 주 2회, 많게는 주 4회씩 올렸는데, 뭔가 '성과'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던 게 컸다. 굳이 수확이라고 한다면 포스트를 만들고 팟캐스트를 같이 하면서 나나 그 친구나 책을 쓰게 됐다는 점이다. 일반 직장인이나 기자와 비교하면 성과라면 성과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의 동기 부여를 찾기 어려웠다.
어림잡아 400~500개의 글이 내 블로그에 옮겨왔고 하루 10명 이하였던 방문자 수도 30명 정도로 늘었다.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차이를 썼던 글이 꾸준하게 구글에서 검색이 되면서 4월 중순 정도에 하루 평균 80여 명까지 늘었다.
이때를 기회 삼아 4월 20일께부터 네이버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글을 쓰는 데 있어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퇴고'의 과정은 챗GPT에 맡겼다. 기존에 썼던 글과 책 만들 때 모아뒀던 원고를 재활용했던 것. 점차 트래픽이 늘어난다는 것을 느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트래픽은 공산주의, 사회주의의 차이를 설명한 글이었다. 포스트에 올린 글이었는데 코로나19가 한창이던 때 썼다.
한 가지 주목할 부분은 그 글의 유입 경로다. 구글이었다. 아마도 네이버는 자사 블로그의 구글 검색로봇 접근은 막으면서도 포스트는 열어뒀던 것 같다. 덕분에 이 글은 4년 넘게 구글 검색 상위에 랭크되면서 지금껏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블로그로 옮겨와서도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네이버로만 검색되는 네이버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있는데, 내 네이버블로그의 주된 유입경로는 몇 년전에 썼던 포스트글(구글검색됨)이라는 점이다. 네이버 검색을 어디까지 믿어야 되나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지지부진한 네이버 블로그
10여 년 전에도 네이버블로그를 가열차게 시작해보려고 했다. 직장 생활을 하는 틈틈이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서 키우려는 목적이었다. 이때는 일주일이고 한 달이고 꾸준하게 하루에 하나씩 올리면 트래픽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뭔가 '게임의 룰'이 바뀐 듯하다. 시장의 변화와 네이버 내부의 변화가 있지 않을까. 객관적 자료는 확보할 수 없지만 합리적 추정을 해보려고 한다.
한 달 동안 네이버블로그를 운영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유입경로는 구글검색이 70% 이상이다. 한 달여 동안 글을 올려서 이 정도 된 것이지 그전까지는 거의 90%에 육박했다. 포스트에 올렸던 글이 블로그로 이전한 이후에도 구글 검색에 노출이 된 덕분이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차이를 설명한 글이 효자였지만 다른 포스트 글이 구글 검색에 꾸준히 노출됐다.
이쯤 되니 욕심이 날 수밖에 없었다. 왜 네이버는 블로그를 자사 사이트 검색봇에 한정해 놓고 구글의 접근을 차단했을까. 구글 검색까지 열어둔다면 블로그 사용자 입장에서는 더 많은 트래픽과 그에 따른 수익을 거둘 수 있는데.
한 달 여가 지나도 블로그로 직접 올린 글의 조회수는 개당 10을 넘기기 힘들었다. 확실히 10여 년 전과는 뭔가 크게 달라진 느낌이었다. 네이버 내부에서 정보를 검색하고 블로그로 유입되는 방문자 수가 크게 줄어든 것은 아닐까?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정보 유통의 대세는 유튜브가 됐다. 영상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블로그에 있는 텍스트를 보는 수요는 확실히 줄어들었을 것 같다. 그나마 네이버로 유입되는 트래픽은 이른바 '최적화' 되어 있는 고인물 블로그일 것이다. 어떤 유저도 석 달만에 네이버블로그 운영을 포기했다고 한다. 트래픽 증가에 따른 수익이 박한 데다 이 숫자도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시간 투자 대비 효용을 따져야 하는데 그만큼의 생산성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는 의미다. (네이버블로그가 정보의 보고보다는 커뮤니티 홈피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같은 맥락에서 구글 검색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매일 블로그 활동'을 결심하며 네이버블로그를 해보려고 했던 10여 년 전에는 검색 시장에서 네이버가 차지하는 점유율이 70% 이상이었다. 구글에서 검색되는 정보는 수량과 질에서 네이버에 상대가 되지 못했다.
지금은 반대다. 검색 결과도, 그에 따른 정보도 네이버에서 나온 결과를 앞선다. 정보의 창구가 더 이상은 '네이버 지식인'이나 '네이버 블로그'가 아닐 것이라는 (네이버 입장에서) 추정을 가능케 한다.
직접 비교하긴 힘들어도 '브런치스토리'의 예를 들어볼까. 브런치스토리에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글을 올린다. 네이버블로그에 올라간 글의 수는 1000개인 반면 브런치는 그의 5분의 1인 200개 정도다. 네이버블로그를 10년여간 방치했고 최근 한 달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해도 브런치로 유입되는 트래픽에 아직 미치지 못한다. 브런치는 구글과 다음에서 주로 유입된다.
(브런치라고 해서 대단한 트래픽이 나오는 게 아니다. 그게 항상 불만이다.)
◇챗GPT류의 생성형 AI, 블로그를 더 위협
네이버 검색은 물론 구글 검색조차 위협하는 게 있으니 바로 챗GPT류의 생성형 AI다. 이런 AI 서비스가 나오기 전까지는 검색을 하고 거기서 나오는 정보를 취합해서 재조합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한 번에 검색에 나오는 경우도 있겠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어찌 됐거나 블로그, 웹사이트에 올라온 글은 정보 습득의 유용한 소스였다.
챗GPT는 그런 수고를 덜어준다. 최신 정보에는 약하고 자기 멋대로 정보를 가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큰 맥락에서 보면 알기 쉽게 정보를 제공해 준다. 실제 어려운 수학문제나 코딩 과제를 깊게, 연쇄적으로 물어보면서 답을 찾을 수 있으니 '과외선생' 역할까지 한다. 구태여 과거처럼 검색엔진에 검색어를 넣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 구글이 AI요약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AI 기반 서비스인데 검색 정보의 맥락을 파악해서 원하는 정보를 '요약'해주는 기능이다. 패션이나, 여행, 요리 등 독립사이트에 방문하지 않고도 원하는 정보를 쉽게 습득할 수 있다. 뉴스도 비슷하다. 굳이 뉴스사이트에 들어가지 않고도 훑어볼 수 있다.
들리는 말로는 이런 기능이 나오면서 패션, 여행, 요리 등 정보 중심 사이트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한다. 관련 검색어에서 클릭률이 최대 56% 감소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뭔가 생산적인 정보는 AI 서비스에 막히다 보니 블로그나 독립사이트는 대중 관심에 영합하면서 선정적인 내용으로 갈 수밖에 없다. 물론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지만...
역설적이게도 생성형AI는 블로그 포스팅의 생산성을 높여준다. 챗GPT류를 쓰면 정말 편리하게 블로그를 운영할 수 있다. 정보를 얻어오는 것에서부터 삽화까지 그려준다. 아예 글을 쓰라고 맡길 수 있다.
결과적으로 생성형 AI는 블로그 운영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면서도 블로그 생태계를 위협하는 강력한 인자가 됐다. 유튜브나 블로그를 보면 여기저기 챗GPT로 글을 양산해 블로그를 만들어 운영하는 콘텐츠가 적지 않다. 필자도 일주일치를 미리 예약을 걸어 놓는 식으로 운영할 때가 많다.
당연하게도 이렇게 운영하는 블로그는 '나의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다. 어디까지나 AI가 운영해 주는 것일 뿐 내가 애써 만든 것에 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성 들여 만든 콘텐츠가 수없이 많은 양산형 AI콘텐츠에 가려진다는 점이다. 노출 빈도는 더 적어진다. 네이버 콘텐츠에 대한 방문자 수가 적어질수록 내 콘텐츠가 노출되는 빈도 또한 적어질 수밖에 없다.
다시금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이걸 계속해서 쓸 수 있을까? 네이버는 구글과 생성형AI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장에서 사용자들에게 어떤 편익을 제공해 줄 수 있을까?
무엇이든 '꾸준해야 한다'고 배웠는데, 그 꾸준함을 뒷받침해줄 플랫폼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어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6년여를 꾸려왔던 팟빵 플랫폼만 봐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