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기 금리의 추이를 미분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보다가 문득 그 '10년 만기'라는 기준이 궁금해졌다. 이제 막 나온 10년 만기 발행 채권의 금리를 말하는 것인지, 혹은 잔존 만기가 딱 10년이 되는 채권을 의미하는 것인지 말이다.
왜 이런 궁금증을 갖게 됐을까. 10년 만기라고 하면 정확히 '365일 X 10년'의 만기를 가져야 하는데, 이런 채권은 매일같이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제 발행한 10년 만기 채권은 오늘이 되면 만기가 하루 줄어든다.
또한, 발행된 지 오래되어 잔존 만기가 1~2년 남은 '구형 10년 채권'과, 20년 만기로 발행되어 이제 막 잔존 만기가 10년이 된 채권 중 어느 것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도 모호했다. 우리가 흔히 '10년 만기' 채권, '3년 만기' 채권이라고 하는데 그 기준은 무엇일까.
◇ 우리가 보는 금리는 '특정 채권' 금리가 아니다
나도 그렇고 흔히 하는 오해 중 하나는 10년 국채 금리가 특정 채권 하나의 수익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각 채권은 발행일자에 따라 만기가 다른데 어떻게 '10년 만기'라고 뭉뚱그려 비교할 수 있을까.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불변 만기(Constant Maturity)' 개념을 사용한다. 10년 만기 채권이라는 가상의 상품을 만들어 놓고, 시장에 존재하는 다양한 만기의 채권 금리를 통계적으로 조합해 산출한다. 어떻게 보면 이론적인 지표(Index)에 가깝다. 단순한 금리나 수익률보다는 '지수'에 더 걸맞다고 보면 정확하다.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특정 중고차의 감가상각되는 가격을 추적하는 것이 아니라, 매년 출시되는 그 해의 신차 공식 가격을 추적하는 것과 같다. 그래야만 시간에 따른 순수한 가격 추세를 알 수 있다.
따라서 경제지표를 비교 분석할 때 반드시 이 '불변 만기 수익률'을 사용한다. GDP나 인플레이션과 연관성을 따질 때 흔히 사용되는 채권 금리도 '불변 만기'라는 암묵적인 약속이 있는 셈이다.
◇ 똑같은 10년 잔존 만기... 그러나 금리는 다르다
그렇다면 이런 궁금증이 나올 수 있다. 잔존 만기가 똑같이 10년 남은 두 채권이 있다면 어떨까? 갓 발행된 신규 10년물과, 발행된 지 10년이 지난 구형 20년물 말이다. 같은 미국 정부가 발행했고, 거시경제 지표도 동일하게 영향을 받는다고 가정한다면 금리는 같을까?
정답은 '아니요, 미세하게 다르다'이다. 시장에서 통상적으로 같은 금리로 취급하기도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미세하게 다르다. 여기에는 시장 선호도, 즉 '유동성'이라는 중요한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많이 팔리고 거래가 활발한 채권의 가격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10년을 묵은 구형 채권보다는 신규로 발행된 채권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다. 실물 증서가 아닌 전자적으로 거래됨에도 '신상품'에 대한 선호도는 여전하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신규 발행 채권의 금리가 약간 더 낮다. 이제 막 시장에 나와 거래량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새 지폐 냄새를 맡을 수는 없지만 약간의 프리미엄이 붙는다. 반면 구형 채권은 거래 빈도가 낮아, 투자자에게 약간의 추가 수익률이라는 보상이 필요하다.
실제 비교해보면 약 4bp(Basis Point) 정도 차이 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차이는 평상시에는 '세밀하다'고 표현할 만큼 적다. 그런데 금융위기 시점에는 투자자들이 극단적으로 유동성이 높은 자산만 찾게 된다. 이 같은 선호도의 차이로 금리 차이는 수십 bp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 위기의 깊이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이 금리 차이는 선행지표로 보기는 힘들지만 경기 동행지표, 그러니까 위기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쓸 수 있다. 만약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된 후 시장이 조용한 상태에서 이 유동성 스프레드가 갑자기 벌어진다면, 수면 아래에서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는 강력한 신호일 수 있다. 금리가 알려주는 '비상등'인 셈이다.
이 스프레드의 확대는 연준(Fed)이나 정부가 유동성 공급 등 긴급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