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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팟캐김 Nov 22. 2020

[경제상식]왜 채권 가격이 오르면 금리는 떨어질까요?


경제 기사 중에서도 채권과 금리 관련 기사를 볼 때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금리는 오른다' 혹은 '채권 가격이 올라가면 금리가 떨어진다'라는 얘기입니다. 이 매커니즘은 좀처럼 설명하기가 쉽지 않긴 합니다. 


경제 쪽을 오래 출입한 기자들도 설명하라고 하면 힘듭니다. 주식과 달리 채권에 직접 투자한다는 게 흔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은 내가 가입한 펀드나 금융 상품을 통해 간접투자하곤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채권에 대해서는 막연하게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을 뿐입니다. 

채권은 안정적으로 원금에 대한 이자를 준다는 점에서 안전 상품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거래되는 채권은 경우에 따라 위험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투자한 원금 전액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채권의 신용도에 따라 극명하게 달라지곤 합니다. 

그리고 채권과 예금, 적금, 대출에 있어 쓰이는 '금리'라는 말은 구분해서 쓸 필요가 있습니다. 돈에 붙는 '이자'라는 측면에서 '금리'라는 말을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채권과 예적금, 대출에 쓰이는 '금리'라는 용어는 서로 다르게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적금에 붙는 금리는 '이자율'이라는 개념으로 보시면 됩니다. 최근 기준금리 인하로 예금에 붙는 이자율이 1% 미만으로 떨어져 있죠. 채권에도 원금에 따라 이자가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종류가 있으니, 채권 금리도 곧 이자율로 통칭할 수 있습니다. 

혹자는 수익률과 금리를 혼용해서 쓸 때도 있습니다. 수익률은 투자한 금액 대비 얻게 되는 이익을 뜻합니다. 예적금의 수익률은 곧 이자율이 되겠지만, 채권과 같은 자산에 대한 투자에서 수익률은 이자율과 꼭 같다고 볼 수 없습니다. 신용도가 낮은 싼 채권을 산다면, 그만큼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언제든 오르 내릴 수 있는 게 바로 수익률입니다. 

또 한가지. 채권 투자에 있어서 깔고 가야할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손절매' 심리입니다. 채권은 주식과 달리 채권 발행자가 부도 상황에 빠지면 휴지조각이 됩니다. 제아무리 1조원 채권이라고 해도 발행 정부나 기업이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 휴지조각이 되는 것이죠. (물론 이런 휴지조각이 된 채권을 따로 사서 모아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 채권 투자자들은 시장에 채권을 '투매'합니다. 손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원금보다 싸게 채권을 시장에 판매하는 것이죠. 

◇기준금리에 따른 채권 수익률의 변화 

일단 기준금리를 기준으로 봤을 때입니니다. 이건 기준금리 인상이나 인하 시기 경제지에서 많이 설명하는 논리입니다. 

기준금리는 은행들의 은행인 한국은행이 시중은행들에 자금을 공급할 때 받는 단기금리입니다. 은행이 필요로한 돈을 빌려주고 그 이자를 받는 것이죠. 이 기준금리가 오른다면 대체적으로 시중 이자율(예적금, 대출 등)이 상승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예를 들면 기준금리가 지금 1.5%인데, 한국은행이 1.75%로 올린다고 하면, 이후에 새롭게 발행되는 채권은 조금씩 이자율이 높아지게 됩니다. 기준금리는 모든 채권과 예금, 대출 이자의 시작점이기 때문에, 이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다른 금리도 같이 올라가게 되는 것이죠. 

채권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자율 상승 시기에는 기존 채권보다 새 채권을 더 선호하게 됩니다. 같은 채권을 사도 이자를 더 많이 주는 채권이 좋은 것이죠. 그렇게 되면 낮은 이자율의 기존 채권 수요는 줄게 됩니다. 수요가 줄어든 채권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하락하게 됩니다. 그 채권을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적다보니 자연스럽게 가격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죠. 

반대 경우도 있습니다. 기준금리를 1.5%에서 1.25%로 낮추면, 기존 채권 가격이 올라갑니다. 새롭게 발행되는 채권 금리가 떨어지기 때문에 더 많은 이자를 주는 기존 채권이 더 좋은 것이죠. 시장에서 채권 가격과 금리는 이렇게 움직입니다. 

◇채권 발행자의 신용도에 따라 가격과 채권 이자율이 오르락 내리락 

시장 상황에 따라 이자율이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경기가 나쁘거나 혹은 특정 기업의 신용도가 안좋아질 때죠. 이때는 시장금리가 움직인다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이 시장금리는 기준금리가 영향을 미치고, 경기가 영향을 미치고, 특정 기업의 신용도가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면 요렇게 설명드려볼게요. 그리스 정부가 10년만기 국채를 발행했다고 칩시다. 그리스 정부 국채를 산 사람들은 1차적으로 10년 동안 받을 이자를 생각하고 국채를 샀겠죠.




그런데 그리스 정부가 유로존을 탈퇴하려고 한다고 가정해봅시다. 실제로 2012년 경에 그랬죠. (자국 통화가 아닌 유로화를 쓰면서 생긴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죠.) 


그렇게 되면 단기적으로 그리스는 유로존이라는 강력한 뒷배를 잃게 됩니다. 유럽중앙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채권 기관과의 관계가 악화 혹은 단절되는 것이죠. 유로존이라는 강력한 경제 동맹체에서 탈퇴하다보니 그리스 경제가 얻는 충격도 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스 정부 국채를 산 투자자들은 불안해집니다. 그리스 정부가 혹여 부도를 선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돈을 못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때 그리스 채권(국채) 보유자들은 시장에 자신이 갖고 있는 그리스 채권을 가격에 팝니다. 물론 이때도 투자자들의 생각은 복잡해집니다. 일종의 '베팅'이라고 하죠. 채권은 주식과 달리, 부도 상황이 되면 0원에 가까워지죠. 원금을 다 잃을 수 있어요. 최악의 상황과 차악의 상황을 생각해야하는 것이죠. 

이런 원리는 은행이나 카드사 등 돈을 빌려주는 기업들에게도 볼 수 있어요. 돈을 못받게 된, 즉 대출을 못갚는 사람들의 대출 자산은 채권화시켜요. 어차피 못받는 대출을 채권으로 만들어서 싸게 파는 것이죠. 원금의 일부라도 얻으려는 심정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리스 국채 가격은 원래보다 싸지는 것이죠. 부도 위기에 겁을 낸 투자자들이 그리스 국채를 던지는 것이나, 어차피 못받게 된 은행 대출 채권을 파는 거나 같은 원리죠. 정크본드라고 불리는 회사채도 그렇고요. 

만약 이때 그리스 정부가 새롭게 국채를 새롭게 발행한다면 그리스 정부는 더 높은 이자를 준다고 해야합니다. 그래야 그리스 국채를 사줍니다. 그리스 국채 가격은 시장에서 싸게 유통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리스 정부가 부담해야하는 이자율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만약에 투매된 그리스 국채를 산 투자자 입장에서는 고수익을 노릴 수 있습니다. 그리스의 신용도가 높아진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리스 정부의 신인도가 높아져 시장 안에서 그리스 정부 국채의 가격도 높아지게 됩니다. 고율의 이자를 그리스 국채를 선호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면 투매된 그리스 국채를 값싸게 산 투자자는 차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스 정부의 신인도가 높아지면서 그리스 정부가 발행한 국채의 가치가 올라간 덕분이죠. 

그리고 그리스 정부는 보다 낮은 이자율로 국채를 발행할 수 있게 됩니다. 국채 가격이 높아지면서 이자율이 낮아지는 원리입니다. 

◇장기채의 경우에는 실질 이자와 채권 가치만 생각하자 

또 한가지는 장기채권에 대한 투자입니다. 미국 국채도 30년, 20년 50년 장기국채가 있습니다. 이런 장기채는 30년 뒤 혹은 20년뒤에 받을 원금은 현재로서 큰 의미가 없습니다. 

왜냐, 물가상승률로 봤을 때 30년, 20년 뒤에 갚을 원금의 가치는 떨어져 있을 것이거든요. 지난 1980년대 중반부터 2010년 중반대까지 경제개발협력기구 선진국의 연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5.4% 정도라고 합니다.  30년뒤면 원금의 가치가 5분의 1로 떨어지는 것이죠. 원금은 투자자 입장에서 의미가 없는 것이죠.




결국 장기채의 가치는 매년 지급하는 이자에 따라 가격이 결정됩니다. 원금은 무시해도 되는 것이죠. (참고로 보통은 장기채 이자율이 단기채 이자율보다 더 높습니다.) 


예를 들어 매년 100달러의 이자를 지급하는 장기채권이라고 하면 시장 금리가 5%일 때 이 채권의 가치는 2000달러가 됩니다. 채권 투자자 입장에서는 2000달러 언저리에서 이 채권에 투자할 가치가 있는 것이죠. 

이게 무슨 얘기냐, 연율 5%로 100달러를 주는 채권의 원금 가치가 2000달러라는 얘기가 되는 것이죠. 2000달러의 연이율 5%가 100달러인 것처럼요. 

만약에 시장 금리가 10% 상승하면 어떻게 될까요. 매년 이자를 100달러씩 주는 이 채권의 가치는 1000달러로 떨어집니다. (1000달러 채권이 10% 이자율일 때 100달러를 주죠.) 

그러면 채권 투자자 입장에서는 1000달러 언저리에서 이 채권에 대한 투자를 고려하겠죠. 금리가 올라가면 채권 가격이 떨어진다는 이치가 딱 맞아떨어지게 됩니다. 이건 만기가 아주 긴 채권들인 경우고요. 

또 경기가 불안해,  채권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다면, 채권 가격은 높아지죠. 그러면 이후에 발행되는 채권 금리는 낮은 수준에서 발행해도 팔리게 되죠. 

정리할게요.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채권 금리와 가겨은 시차가 존재하지만, 기준금리, 발행자의 신용도, 시장금리의 움직임, 인플레이션, 경기 상황에 따라 움직입니다.  


◇참고서적 

'환율의 미래' 2016, 홍춘욱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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